해외부패방지법(Foreign Corrupt Practices Act: 이하에서 “FCPA”)은 기업들이 국제상거래 과정에서 외국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것을 규제하기 위하여 1977년에 제정된 법률이다. 몇 년 전부터 미국에 의한 FCPA의 기소건수 및 기업들에게 부과되는 징벌금의 액수가 천문학적인 규모로 급증하고 있으며, 또한 범위의 불명확성 등 모호한 법규정으로 인해 업계에서 기업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국 법무부(DOJ)와 증권거래위원회(SEC)는 FCPA 안내서(A Resource Guide to the FCPA)를 발간하였다. 이번 안내서에서는 한국 기업들에게 직접 문제될 수 있는 여러 사항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 이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준비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윤리 브리프스에서는 FCPA안내서를 바탕으로 FCPA의 내용과 구체적인 사례를 알아보고자 한다. 먼저, 이번호에는 FCPA에대한 개략적인 소개를 살펴보겠다.

◎ FCPA의 제정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Foreign Corrupt Practices Act: 이하에서 “FCPA”)는 1970년대 초 Watergate Scandal 수사과정에서 미국 다국적 기업들이 외국 고위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제공하여 입찰에 성공한 사실들(록히드 뇌물사건 등)이 밝혀지면서, 미국기업들이 해외에서 뇌물을 공여하는 행위를 처벌하기 위하여 1977년 제정된 법률이다. 몇 년 전부터 미국에 의한 최근 3년간의 기소건수가 과거 20년간 기소 건수의 3배가 넘고, 특히 기업들에게 부과 되는 징벌금의 액수가 천문학적인 규모일 뿐 아니라, 지나친 관할의 확장 적용으로 미국 기업보다도 외국 기업들에 대한 적용이 급증하여 전 세계적으로 많은 화제와 우려가 되고 있다.

◎ FCPA의 발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협약에 대한 실효성 확보 차원에서 미 연방의회는 1988년 동법을 일부 개정하였다. 이 개정에 따라 FCPA의 적용대상이 될 주체가 미국에 체류 중인 경우라면 “누구든지”로 확장되었고 이는 동법 적용 대상을 크게 확대한 결과를 낳았다. 그 수치를 나열해보면, 지난 2004년의 경우 미국에서는 한 해동안 모두 2명이 기소되고 1,100만 달러의 벌금만이 부과된 것에 그쳤다. 그런데 2008년의 경우 독일계 다국적 기업인 지멘스 1개 기업이 FCPA 위반에 따라 납부한 총 벌금액만 8억 달러였으며, 2009년의 경우 KBR/Halliburton 1개 기업이 납부한 액수는 5억7,900만 달러에 달하였다. 최근 2010년의 경우를 살펴보면 거의 20억 달러에 가까운 벌금이 부과되었고, 50명 이상의 개인(또는 법인)이 기소되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FCPA의 적용이 점차 강력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FCPA 위반에 따른 제재조치로 인하여 국적을 불문한 기업의 전반적 활동에 미칠 영향이 얼마나 막대한 것인지 알 수 있다.

◎ FCPA의 적용대상
제정 당시 FCPA가 규정하는 주체는 미국 내 상장 및 등록된 기업, 그리고 기타 미국의 기업 및 미국 시민, 즉, 미국 기업 및 시민이었다. 그런데 1998년 개정으로 인해 이제는 외국인, 외국 기업이라도 미국에서 체류 중 동법이 금지하고 있는 행위를 범한 경우에는 역시 처벌이 가능하게 되었다. 따라서 FCPA의 규정상 미국인이나 미국 기업이 아니어도 누구든지 FCPA의 적용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FCPA이 금지하는 행위
FCPA는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공여행위를 처벌한다. 뇌물공여행위의 범위가 비교적 넓게 규정되어 있는데, 실제 뇌물을 제공하는 행위는 물론이고 뇌물제공의사의 전달 내지는 제안, 뇌물제공의 약속, 그 외 뇌물제공에 대한 승인행위가 모두 포함된다. 또한 선물의 제공과 선물제공의사의 전달 내지는 제안, 선물제공의 약속 및 그 외 가치 있는 물품제공행위에 대한 승인행위를 모두 포함한다.
또한 뇌물제공행위에는 거래의 획득 및 유지 등의 목적이 수반되어야 한다. 즉 외국의 공무원 등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행위나 결정에 영향을 주거나, 합법적 직무의 범위를 넘어선 어떠한 행위를 하거나 하지 않도록 유도하거나, 그 외 부적절한 이익을 추구하는 것 또는 행위자가 거래를 획득하게 해주거나 유지할 수 있도록 거래를 유도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하여 영향을 미치는 등의 행위를 하게 할 목적이 필요하다. 또한 직접적으로 당해 거래를 획득하거나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정도는 아니지만 세금 경감 목적의 금품 제공행위도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 FCPA 위반의 효과
FCPA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DOJ와 SEC가 중첩적인 권할권을 행사한다. 형사책임이 인정될 경우 해당회사는 미국 정부 관련 계약에 일체 참여할 수 없게 되고, 미국 정부로부터 부여받은 각종 혜택과 자격 등을 상실하게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금이 가중되게 되는 등의 불이익을 추가적으로 받게 된다. FCPA를 위반한 자연인이 아닌 법인 등에 대하여는 200만 달러 이하의 벌금형을 규정하며, 임직원은 물론 회사를 대표하는 주주 등의 자연인에 대하여는 10만 달러 이하의 벌금형 또는 5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이와 같은 벌금형과 자유형의 병과가 가능함을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실제 산정되는 벌금의 액수이다. 현실에서는 해당 기업의 종업원 수, 해당 기업의 고위직이 연루되었는가 여부, 전과유무, 해당 기업 내 내부통제시스템 유무 등에 따라 벌금액수 는 크게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 있다. 또한 증뢰자가 얻으려 한 이익 역시 실제 벌금액수 산정에 있어서 고려 가능한 변수이다. 따라서 실제 사례에서 FCPA의 벌칙규정에 따른 벌금에 비해 훨씬 큰 액수가 산정된다.

※ 다음호부터는 FCPA(미국 해외부패방지법)에 대해 안내서를 토대로 FCPA에 의한 처벌시 고려 기준인 사내 준법 프로그램, 외국 공무원의 범위, FCPA 적용 예외 사유로서의 급행료 조항(Facilitating Payments), 외국회사 및 외국인에 대한 FCPA의 적용 범위, 해외 자회사의 행위에 따른 모회사의 책임, 승계자 책임(Successor Liability), 선물과 향응(gifts and entertainment) 문제, 내부 통제시스템 수립 의무(internal controls)의 내용 및 요건, 기타사항(기업 형사 책임 인정 요건 등)에 대한 내용을 사례와 함께 소개할 예정이다.

*참고
- 미국 해외부패방지법의 동향과 그 시사점-반부패행위를 중심으로-, 임정호
- 윤경SM포럼 워크숍 자료-윤리경영 트렌드 및 윤리경영 진단, 산업정책연구원
- A Resource Guide to the U.S. Foreign Corrupt Practices Act, the Criminal Division of the U.S. Department of Justice and the Enforcement Division of the 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 FCPA(미국 해외부패방지법) 안내서 발간, 법무법인 세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