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속 기업윤리

안전불감증이 부른 필연적 재난,

‘다운폴: 더 보잉 케이스’

2018년 10월 29일 인도네시아 수카르노 하타 국제공항에서 이륙한 비행기가 13분 만에 바다로 추락해 탑승자 189명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추락한 항공기의 제작사인 '보잉'은 기체결함이 아닌 조종사의 조종 미숙을 주장했다. 사고가 발생한 비행기를 운영했던 항공사인 라이언에어와 조종사가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5개월 만에 아디스아바바 볼레 국제공항에서 이륙한 에티오피아 항공비행기가 이륙 6분만에 추락하는 사고가 또 다시 발생했다. 앞선 두 사건에서 운행되었던 비행기의 기종은 모두 보잉 737 MAX 8 모델이었다. 이에 기체의 결함 문제가 지적되었고 미국 연방항공청(FAA, 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이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다운폴: 더 보잉 케이스’ 다큐멘터리는 위 두 사건의 전말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FAA(미국연방항공청)의 조사를 통해 드러난 사고원인은 737MAX에 새롭게 탑재된 MCAS(Maneuvering Characteristics Augmentation System, 실속(속도를 잃음) 방지 시스템)라는 장치의 결함이었다. “MCAS가 무엇인가?” 조사결과는 항공사와 조종사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신기술이 항공기에 탑재되면 필수적으로 이를 조종사들이 교육받고 숙지해야 하는데, MCAS에 대한 안내와 교육이 없어 그 존재조차 몰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보잉의 항공기 판매정책과 연관이 있다. 당시 시장점유율에서 보잉을 앞질러 나가던 에어버스와 경쟁하기 위해 보잉은 기존의 모델을 개선한 737MAX를 출시하면서 의도적으로 MCAS의 존재를 숨겼다. 그 이유는 연방항공국의 빠른 허가를 받기 위함도 있었지만 기존모델에서 크게 변경된 부분이 없어 항공사들에 막대한 비용이 요구되는 ‘조종사 교육이 필요 없다는 점’을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보잉의 경영진의 경영에 따라 안전을 대하는 조직문화가 변화하는 모습이다. 보잉은 안전으로는 업계 표준이라고 할 정도로 안전성으로 신뢰받는 기업이었다. 과거 보잉에서 근무했던 엔지니어와 품질 감독관 등은 직원들은 우려사항이나 문제에 대한 의견제기가 일상이었으며, 문제제기가 없으면 그것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1996년 맥도널 더글러스와의 합병으로 새로 온 경영진이 안전보다 주가와 기업의 재무적 수익을 더 중시하면서, 안전을 중시하는 문화는 사라졌다. 한 근무조의 작업품질을 관리하는 사람을 15명에서 1명으로 줄였으며, 근로자의 문제제기는 무시되었다. 에티오피아항공 사고발생 11일 전에 보잉과 연방 항공청이 이같은 평가를 MCAS시스템에 대한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받았으나 무시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과연 기업의 재무적 이익 증대는 안전을 무시해야만 달성할 수 있을까? 경영진이 바뀌기 이전의 보잉이 안전성으로 신뢰받고 업계 1위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었던 것을 보면 오히려 안전을 중시하는 문화가 이윤을 창출 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매출확대를 위한 결함은폐와 MCAS를 교육하지 않는 판매전략으로 보잉은 형사소추를 유예하기 위해 2억 5000만 달러 벌금, 고객 항공사에 대한 보상으로 17억 7000만 달러, 유가족 배상으로 5억 달러 등을 지불했다. 이와 관련하여 유럽연한 산업안전보건청(EU OHSA)가 2014년에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안전보건에 투자한 비용과 편익을 조사한 연구가 있다, 연구 결과 13곳 중 11곳이 4년 내에 투자비용을 회수했고 나머지 2곳도 작업조건과 이익개선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의 안전보건에 대한 투자가 사고감소 뿐만 아니라 생산성과 품질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사회적으로 ESG경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경영자의 안전보건관리는 ESG공시의 기본적 사항으로서 기업의 ESG경영에 있어서도 중요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경쟁력을 제고하고자 한다면 적극적인 안전보건경영을 실천해 보면 어떨까.

(이미지출처: DAUM영화)

참고

  • 고용노동부, 산업재해예방을 위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가이드북(2021)
  • 매일노동뉴스, “다운폴 : 안전불감증의 생기전”(2022.4.14)
    https://www.labortoday.co.kr/
  • 오마이뉴스, “결국 돈이 문제였나, 여객기 추락 사고의 전말” (2022.3.14)
    https://star.ohmynews.com/
  • 한겨레, “미 연방항공청·보잉, 737맥스 결함 알고도 뭉개”(2019.3.18)
    https://ww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