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서는 금융감독원 금융교육국 선임교수이신 성수용 교수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공정채용의 실행과 기업윤리에 대한 고견을 들어보고자 한다.
미국 ACFE(공인부정조사사협회)는 글로벌 부정조사 보고서(2024)를 통해 기업에서 부패(Corruption), 자산 횡령(Asset Misappropriation) 및 재무제표 조작(Financial Statement Fraud)의 업무상 부정이 어떻게 발견되었는지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동 보고서에 의하면 제보(Tip)에 의해 업무상 부정이 발견된 비율이 43%로 내부감사(14%), 경영진 검토(13%), 외부감사(3%), 데이터 모니터링(3%) 등으로 발견된 비율보다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업무상 부정을 발견하는 데 무엇보다 내·외부의 고발제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내부감사와 경영진 검토는 높은 감사비용이 소요되고 정해진 절차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치밀하게 은폐한 업무상 부정을 발견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외부감사와 데이터 모니터링도 기술적·제도적 한계로 인해 업무상 부정의 발견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금융회사를 포함하여 기업이 효과적인 내부통제체계를 구축하고 싶다면 우선적으로 현재 운영 중인 내부고발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여부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권의 내부고발제도를 개선하기 위하여 2025년 4월 3일 “준법제보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였습니다. 동 방안에 따르면, 금융권은 2011년 11월 내부자 신고제도가 도입되었으나 2020년 1월부터 2024년 7월까지 5년간 은행권의 부당대출, 횡령 등 부당한 업무처리와 영업행위 관련 내부자 신고가 11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내부직원의 묵인 또는 순응 하에 대형 금융사고가 장기간 은폐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그간 내부자 신고제도 활용이 저조하였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이에 누구나 안심하고 위법·부당행위를 제보할 수 있는 시스템과 조직문화를 조성하고, 제보 인센티브를 강화하기 위하여 제도 명칭을 내부고발에서 준법제보로 변경하였고 제보 주체도 종전 금융회사의 임직원에서 누구든지 할 수 있도록 변경하였습니다. 일부 은행에서만 운영하던 외부 접수채널을 모든 은행이 도입하거나 외부 접수에 준하는 익명성 보장채널을 운영하도록 개선하였습니다. 준법제보자의 피해나 비용을 보상하는 구조금 제도를 신설하였고 포상금 한도를 종전 1천만 원~10억 원에서 10억 원~20억 원으로 대폭 인상하였으며, 일부 은행에만 운영되고 있는 최저 포상금(100만 원)을 전체 은행에 도입하였습니다. 또한, 포상금과 구조금은 은행연합회가 주관하여 지급하기로 하였습니다. 은행연합회는 “준법제보 활성화 방안”을 “금융사고 예방지침”에 반영하여 2025년 7월 1일부터 시행하였으며, 각 은행은 그 내용을 관련 내규에 반영하여 준수하도록 하였습니다. 현재 “준법제보 활성화 방안”은 은행권을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지만 여타 금융업권에서도 내부고발제도 강화를 위한 개선 대책을 마련할 때 이를 벤치마킹하도록 하였는바, 일반 기업도 내부고발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컴플라이언스 조직을 개선하고자 한다면 이를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고 보복 등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등 관련 법규에서 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준법제보 활성화 방안” 등을 통해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고발자의 신원과 고발내용에 대한 비밀을 유지하고 고발자에게 근무조건상 차별 등 인사상 일체의 불리한 대우를 하지 않으며, 표창과 포상금 등의 보상을 제공하는 것 등이 주요 내용입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그 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는 믿음이 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 이유는 내부고발자를 “조직의 배신자, 항명, 하극상”으로 치부하거나 “내부고발의 동기나 도덕성이 순수하지 못하다”고 폄하하는 경향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조직 내 자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곪아터진 부정부패는 내부고발의 형태가 아니면 외부로 터져 나오기 힘듭니다. 내부고발은 조직 내 부정부패가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더 악화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긍정적 효과가 높기 때문에 폭로 동기나 도덕성보다 더 높이 평가해야 합니다. 즉, 내부고발제도가 현장에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내부고발자를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부정부패를 선제적으로 방지한 “용기 있는 사람”으로 평가하고 조직적으로 보호하는 기업문화를 우선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호루라기재단의 김○○ 이사(△△자동차 내부고발 사건 공익제보자)는 “공익제보자가 손해를 볼 이유도 없고 굳이 의인이 될 필요도 없다. 다른 사람보다 더 청렴해야 될 것을 요구해서도 안 된다. 보통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는 것 같다”라고 말하였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사모펀드 사태, 홍콩 H지수 ELS 사태 등 대규모 불완전판매가 잇달아 발생하였고 거액의 횡령과 업무상 배임 등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는 등 금융회사 임직원의 도덕불감증, 허술한 내부통제 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은 실정입니다. 이에 금융당국과 금융협회 등은 대규모 불완전판매와 금융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 관련 법규에 따라 책임 있는 관련 임직원은 엄중 조치하는 한편 내부통제 혁신방안 및 지배구조 모범관행 마련, 책무구조 도입 등 여러 가지 제도적 보완을 추진하였습니다. 그러나 불완전판매와 금융사고로 이어지는 임직원들의 잘못된 의식과 행태(misconduct)의 근본적 변화 없이 제도개선이나 사후 제재 강화만으로는 이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준법 및 윤리의식이 조직 내 모든 임직원의 영업행위 및 내부통제 활동에 깊이 스며들 수 있도록 “조직문화” 차원에서 과감한 변화를 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는 임직원 누구라도 불완전판매나 금융사고 개연성을 감지할 경우 이를 “스스럼없이 문제 제기할 수 있는 문화(Culture of speaking up)”를 조성하여야 합니다. 조직 내부의 위법·부당한 행위에 대한 내부고발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말하기" 문화를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며, 임직원이 손쉽게 위법·부정행위를 내부 제보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회사는 스스로에게 ①임직원들이 위법·부정행위를 보고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가? ②임직원들은 그 과정을 신뢰하는가? ③금융회사는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는가? 등을 질문하여야 합니다. 또한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복금지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고 임직원들이 내부고발에 적극 나서도록 격려하는 문화를 촉진하여야 합니다. 아울러 영업목표 달성을 위해 단기실적만 좋으면 내부통제나 리스크관리는 소홀히 하더라도 우대받는 성과보상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나가야 하며, 영업실적보다 고객 이익을 우선시하는 성과보상체계가 정립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금융회사는 금융윤리의 기준과 행동지침을 명확히 하는 금융윤리강령을 제정하여 모든 임직원이 이를 준수하도록 합니다. 정기적 또는 수시로 임직원에게 금융윤리적 의사결정과 행동에 관한 교육을 제공하여 금융윤리적 인식을 높여야 합니다. 금융회사의 경영 관련 의사결정 프로세스에는 준법적 요소뿐만 아니라 금융윤리적 고려사항을 포함시켜, 모든 결정이 금융윤리적으로 정당한지를 평가해야 합니다. 나아가 금융윤리적 행동과 경영 실천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평가하여 개선점을 찾아내고 반영하기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과 피드백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합니다. 또한 임직원들이 손쉽고 안전하게 금융윤리적 문제를 신고하거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내부고발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