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으로 유명한 MBC 김태호 PD는 최근 흥미로운 예능 프로그램을 런칭했다. 『같이펀딩』이다. 출연자가 모금이 필요한 프로젝트와 그 이유를 소개하면, 참여를 원하는 시청자가 포털사이트를 통해 후원하는 식이다. 첫 펀딩은 배우 유준상이 제안한 태극기함 제작이었다. 해당 펀딩은 오픈된 지 10여 분만에 목표 금액인 815만 원을 달성했다. 1차 펀딩 달성률은 무려 4110%. 고도화된 SNS플랫폼과 유의미한 소비를 추구하는 트렌드가 착한 투자, 착한 금융의 시대를 연 것이다. 이른바 사회적금융의 태동이다.
사회적금융의 정의 및 형태

사회적금융의 갈래는 크게 은행, 벤처캐피털, 크라우드펀딩 등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이번 사례돋보기에서는 사회적금융의 의미와 종류별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 마이크로 파이낸스를 포함하여 금융수익을 넘어 세상에 긍정적 영향력을 목표로 하는 사회적 가치투자를 의미한다.

무함마드 유누스 박사가 설립한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은 사회적은행의 대표적인 사례다. 중노동을 하고도 대부분의 수익을 고리대금업자에게 가져다 바치고 있던 마을사람들이 빚을 갚을 수 있도록 유누스 박사가 돈을 빌려준 것이 그라민 은행의 시작이다. 마을사람 전체가 대부업자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했던 돈은 고작 27달러. 무담보 소액 대출, 마이크로크레디트(미소금융)가 빈곤 탈출과 경제적 자립에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다.
그라민 은행은 1998년 이후로 기부를 받지 않고 있다. 대출 전액을 예금에서 조달한다. 예금 중 절반 이상은 그라민 은행 대출 고객의 돈이다. 일반은행에서 거절당했던 빈민들이 그라민 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자립해 예금을 유치하는 고객으로 성장한 것이다.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유누스 박사는 신용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이며 가난은 가난한 자의 잘못만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빈민은 골칫덩이가 아니라 소비력을 갖춘 잠재적 경제인구라는 것이다. 시장 개척과 고객 유치는 기업이 풀어야 할 영원한 숙제다. 고객을 개척한다는 점에서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은 기업들도 주목할 만하다.

옐로우독은 2016년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가 투자해 설립했다. 현재 11개 기업에 340억 원을 투자한 벤처업계의 큰손이다. 투자 분야도 다양하다. 아프리카 난민촌 아이들도 교과서 없이 공부할 수 있는 에듀테크 기업, ‘예누마’, 자영업자들의 실패 비용을 낮춰주는 솔루션 업체 ‘심플비즈니스 컴퍼니’, 가사도우미 연결 플랫폼 ‘청소연구소’, P2P(개인 간 거래) 금융업체 ‘렌딧‘ 등이 옐로우독의 투자를 받았다.
옐로우독의 포트폴리오 중 렌딧은 대출시장에 접근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대출시장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렌딧의 비즈니스 모델인 P2P금융은 은행을 거치지 않고 개인과 개인 간에 돈을 빌려주고 갚을 수 있는 중계 서비스다. 모든 거래는 온라인에서 이루어진다. 중간 유통업체가 사라지니 금리는 자연히 내려간다. 돈을 빌려준 사람은 예적금이나 일반 펀드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렌딧이 지금까지 이루어진 대출 건수를 분석해본 결과, 절반 이상이 카드론,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 고금리 상품에서 갈아탄 대환대출이었다. 연 20%대에 이르는 고금리 대출 대신 렌딧의 중금리 대출을 이용해 대출자들이 절감한 이자는 59억 7천만 원. 돈이 절박한 사람일수록 비싼 이자를 감수해야 하는 금융업계의 현실에서, 렌딧은 핀테크 기술혁신으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오마이컴퍼니는 투자 결과물을 제품이나 서비스로 돌려받는 후원형과 주식‧채권에 투자해 이익을 얻는 증권형을 모두 지원한다. 사회이슈, 문화예술, 여행 등 다루는 분야도 다양하다. 오마이컴퍼니의 펀딩 주체 중 약 80%는 사회적기업이나 소셜벤처‧협동조합 등이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들을 후원하는 소셜벤처 마리몬드의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 자금 마련 프로젝트’,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마련된 김현호 대한성공회 신부의 ‘세월호 기억팔찌 캠페인' 등이 있다.
사회적금융, 상생을 위한 마중물

자본주의 4.0,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등,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데에 이견은 없다. 그리고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금융은 그 어떤 정치권력 못지않은 힘을 가지고 있다. 지금, 시대는 기업에 그랬듯 금융에도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사회적금융의 태동은 그래서 더 반갑다. 상생으로 나아가는 최소한의 마중물이기 때문이다.
자세한 참고 리스트는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 내 한글파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