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코칭

공정채용 실행과 기업윤리

정흥준 교수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이번 호에서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대학 정흥준 교수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공정채용의 실행과 기업윤리에 대한 고견을 들어보고자 한다.

Q

공정채용이 조직의 청렴성과 윤리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십니까?

A

기업의 성장에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좋은 인재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기업활동에 필요한 재정, 기술 등 충분한 자원을 가지고 있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운영할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기업은 직원을 인적자원으로 부르고 선발과정에서부터 많은 신경을 쓰기도 합니다. 좋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채용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채용과정이 공정할수록 조직에 필요한 인재를 선발할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반대로, 채용이 불공정하게 이루어지거나 공정한 기준 없이 진행된다면 조직에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개인적인 연줄로 입사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공정한 채용은 조직의 투명성과 윤리경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채용절차나 선발과정이 공정하기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가 불합리한 차별을 경계하고 고른 기회를 보장하는 윤리경영에 관한 인식과 행동강령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공정한 채용은 장기적으로 조직의 투명성과 윤리경영을 강화하기도 하는데, 공정한 채용과정이 궁극적으로 신규 입사자들의 업무 태도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채용 공정성을 인지한 직원일수록 기업의 윤리경영에 대한 기대감이 크고 이러한 기대감은 조직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고 일에 대한 몰입과 만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기업의 선발과정이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을수록 기업 외부의 지원자들도 이를 인지하게 되어 기업의 평판도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업 내외의 공정한 채용 인식은 조직의 성과와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만들어 윤리경영을 강화하게 됩니다.

Q

채용 과정에서 청탁이나 내부 추천 등 윤리 리스크를 줄이려면 어떤 제도가 필요할까요?

A

공정한 채용을 방해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지인의 청탁이나 학연·지연에 의존한 선발, 그리고 내부 관계자의 추천 등에 의한 것입니다. 이러한 불공정한 선발은 사회는 물론, 조직에도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사회적으로는 다른 사람의 권리를 빼앗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고, 조직적으로는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지 못하는 결과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청탁과 내부 추천 등 불공정한 선발을 줄이기 위해서는 첫째, 불공정한 선발에 대한 내부 처벌 규정을 수립해야 합니다. 불공정한 선발은 조직적으로 많은 피해를 남기게 되므로 불공정한 채용에 대한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 규정이 마련되어 있어야 하고, 적발 시 무관용 원칙이 적용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조직이 불공정 채용에 대한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를 조직 전체적으로 인식시켜주어 공정한 선발을 조직문화로 만들어야 합니다.

둘째, 공정한 선발을 위해서는 선발을 담당하는 심사자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조직 내부만이 아니라 외부 심사자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선발과정이 단계별로 이루어지는데 서류심사와 같은 1단계 심사에서는 외부 심사자를 적극 활용하여 지원 기준에 맞지 않는 지원자를 엄격하게 걸러 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후 면접 심사에서도 객관적인 심사가 될 수 있도록 동일한 기준을 가지고 심사에 임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지원자 모두 균일한 조건에서 면접에 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공공기관에서 활용하고 있는 블라인드 채용은 지역과 학력을 배제하고 지원자 개인의 역량과 성과를 집중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이를 확대, 적용할 수 있는 방안도 계속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최근 주목받고 있는 AI를 활용한 선발도 청탁이나 내부 추천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다만, 인공지능 등을 통해 1차적으로 심사자를 스크린 하는데 AI를 통한 선발은 사람의 주관적 왜곡과 불공정한 개입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차별적인 선발이 될 수 있다는 단점이 존재하기에 주의를 가지고 활용해야 합니다. AI는 누가 모집분야에 가장 적합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데 있어 학력과 경력 등 계량적인 지표를 우선 평가하며,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인재를 단편적으로 인식하여 찾아내는데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즉,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스크린이 가능하므로 AI 활용을 통한 선발이 불공정한 채용이 되고 있지 않도록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Q

기업이 공정한 채용 문화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A

공정한 채용 문화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아닌지 점검하는 것은 채용의 공정성을 확립하는 첫 단계라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첫째, 채용 기준과 절차에 대한 평가가 필요합니다. 다만 조직 내부의 의견수렴만으로는 객관적인 평가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채용된 직원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공정한 절차를 거쳤다고 인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며 선발에 참여한 심사자도 자신들이 최선을 다해 선발했다고 믿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공정한 채용 문화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외부 전문가를 통해 채용 과정에서 객관적인 심사 기준이 있는지, 그리고 심사기준이 얼마나 타당한 지표인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조직 전체적으로 익명을 보장한 조사를 실시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심사에 참여한 적이 있는 간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 간접적인 인사청탁을 받은 적이 있는지에 대한 비밀무기명 조사를 하는 것입니다. 설문에 참여한 사람들이 누구인진 알 수 없는 익명성을 보장한다면 설문조사를 통해 인사청탁이 어느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수시채용에 대한 점검과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신입직원의 선발은 대규모 공채를 통한 선발도 있지만 각 부서나 팀에서 필요한 인재를 채용하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이러한 수시채용은 공채에 비해 규모가 작고, 공식성도 떨어질 수 있어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으므로 이를 점검해야 합니다. 다만, 수시 채용의 프로세스와 기준이 객관적으로 체계적이라면 필요한 소수를 채용하는 것이므로 공채선발보다 공정할 수 있는 장점도 가지므로 수시 채용 자체를 문제시 삼을 필요는 없습니다.

넷째, 기업이 공정한 채용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를 점검하는 방법은 최고경영자의 채용에 대한 관심과 공정한 채용에 대한 철학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조직 문화는 조직 내에서 공유하고 있는 가치관으로, 조직 문화의 형성은 설립자나 최고 경영자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최고 경영자의 의사결정에 따라 자원 배분되고 전략이 수립되는 만큼, 대주주나 최고 경영자가 공정한 채용에 관심을 갖고 관여하고 있다면 선발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기업 간 경쟁이 커지고, 사회 전체적으로도 공정성이 강조되고 있어 선발의 공정성은 기업만이 아니라 사회적 과제이기도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는 공정한 선발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고 기업들이 객관적이고 투명한 선발 과정을 설계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을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도 필요한 인재를 선발하되, 사회의 책임 의식을 갖고 직원을 생산의 도구로만이 아니라 일을 통한 경력개발과 스스로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