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윤리경영, 새로운 발견
부패의 두 얼굴 - 기업 성과에 주는 시사점
최성진 교수
한양대학교

청렴윤리경영, 새로운 발견 코너에서는 기업 부패 관련 도서인 『언더그라운드 이코노미 』의 저자인 한양대 최성진 교수님을 모시고 기업의 반부패 윤리경영과 관련된 연구들과 그 내용을 알아보고자 한다.

부패는 종종 ‘기름칠’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곤 합니다. 규제가 까다롭거나 행정이 더딘 나라에서, 기업이 더 빠르고 유연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뇌물이나 정치적 연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여전히 설득력을 얻습니다. 그러나 최근 학계가 축적한 실증 증거는, 부패가 주는 단기 이익이 장기적으로는 기업 자체를 약화시키고 사회적 비용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일관되게 보여줍니다. 이 글에서는 뇌물, 로비, 정치 연줄 등 다양한 형태의 부패가 기업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 다음의 세 가지 연구들을 소개합니다. 해당 연구는 서로 다른 국가와 시기를 배경으로 삼았지만, 공통적으로 “어떤 조건에서 부패가 이익처럼 보이고, 언제 그것이 독으로 돌아오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1. 로비는 오래, 뇌물은 잠깐

Yim, H. R., Lu, J., & Choi, S. J. (2017).
Different role of lobbying and bribery on the firm performance in emerging markets.
Multinational Business Review, 25(3), 222-238.

부패는 종종 ‘기름칠’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곤 합니다. 규제가 까다롭거나 행정이 더딘 나라에서, 기업이 더 빠르고 유연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뇌물이나 정치적 연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여전히 설득력을 얻습니다. 그러나 최근 학계가 축적한 실증 증거는, 부패가 주는 단기 이익이 장기적으로는 기업 자체를 약화시키고 사회적 비용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일관되게 보여줍니다. 이 글에서는 뇌물, 로비, 정치 연줄 등 다양한 형태의 부패가 기업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 다음의 세 가지 연구들을 소개합니다. 해당 연구는 서로 다른 국가와 시기를 배경으로 삼았지만, 공통적으로 “어떤 조건에서 부패가 이익처럼 보이고, 언제 그것이 독으로 돌아오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2 어느 정부와 손잡을 것인가

최성진. (2011). 정치연관이 기업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실증 연구: 중국의 상장 중소 기업을 중심으로. 전략경영연구, 14(3), 45-65.

중국처럼 행정 계층이 세분화된 나라에서, 기업은 중앙정부 고위층과 관계를 맺을지 아니면 현(縣)급 같은 지방정부와 가까워질지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연구자는 중국 A주에 상장된 중소기업 272곳의 CEO 이력을 추적해, 정치 연줄이 어느 수준의 정부에 연결돼 있는지 분류했습니다. 그리고 전년도 연줄 정보를 바탕으로 다음 해 재무성과(총자산이익률)를 비교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중앙에 가까울수록 성과가 악화되고, 가장 낮은 단계인 현(縣)급 연줄이 있을 때만 재무적 성과가 상대적으로 개선되는 현상이 관찰됐습니다. 중앙이나 성(省)급 고위 관료와 손잡으면 단기적으로는 눈에 띄는 특혜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만큼 정책적 의무나 기부·사회공헌 부담이 커지고, ‘정권 교체 리스크’도 커지기 때문입니다. 한편 지방 정부와의 협력이 단순한 정치 연줄이나 결탁으로 오해되지 않기 위해서는, 기업이 지방정부와의 관계에서 투명성과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공개적이고 제도화된 협력 채널을 통해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파트너십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연구는 “정치 연줄 자체보다, 어느 행정 단계에서 어떻게 관계를 맺느냐가 성과를 좌우한다”는 교훈을 줍니다.

3. 목마른 사람이 독을 마시다

Zhou, K. Z., Wang, K., Xu, D., & Xie, E. (2022).
Drinking poison to quench thirst: Does bribery foster firm performance in China?. Journal of Business Research, 147, 505-517.

‘뇌물은 단비인가 독배인가?’라는 물음에 정면으로 답한 연구입니다. 연구진은 중국 상장기업의 재무자료와 설문을 결합해 뇌물 관여 정도를 측정하고, 단기 매출 성장과 3년 뒤 시가총액 변화를 비교했습니다. 첫해에는 뇌물을 많이 쓴 기업이 계약을 따내고 규제를 피하면서 매출이 소폭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3년 뒤 시장 가치는 오히려 크게 떨어졌습니다. 특히 법 집행이 강하고 사법제도가 잘 작동하는 지역일수록 낙폭이 더 컸습니다. 쉽게 말해, 제도가 투명할수록 뇌물은 ‘적발 위험이 큰 고금리 대출’과 같아지는 셈입니다. 연구는 뇌물을 통해 얻는 이익을 “목마른 사람이 독을 들이킨다”는 중국 속담에 비유하며, 기업이 장기 전략을 세울 때 부패가 초래할 리스크를 반드시 비용 항목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기업들의 뇌물 공여 행위와 기업 성과의 관계>1)

출처: 최성진, 언더그라운드 이코노미(2024), 박영사

정부와 기업이 함께 그리는 청렴 윤리경영 로드맵

세 편의 연구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뇌물과 정치 연줄은 때로 지름길처럼 보이지만, 제도가 성숙하고 정보가 투명해질수록 그 이득은 줄고 비용은 커집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합니다. 첫째, 전자조달·로비 등록제·공청회 제도를 정착시켜 기업들이 합법적 통로를 통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둘째, 중앙과 지방정부 모두 지원·인허가 절차를 표준화하고, 고위 공직자와 기업 간 사적 거래를 실시간으로 공개해야 합니다. 셋째, 상장사나 공공조달 참여 기업에는 독립 사외이사, 내부 고발 채널, ESG 정보 공시를 의무화해 정경유착이 발붙일 틈을 줄여야 합니다. 기업에게도 숙제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뇌물을 ‘필요악’으로 치부하기보다, 장기 금융비용이 매우 높은 위험한 대출이라 생각해야 합니다. 정책 변화에 대비해 로비·규제 대응팀을 전문화하고, 중앙 고위층보다 실무 행정을 담당하는 지방정부와 투명한 파트너십을 맺는 편이 효과적입니다. 내부적으로는 계약·인허가 단계마다 부패 위험을 점검하는 ‘No-Bribe 체크리스트’를 운영하고, 연 1회 반부패 보고서를 공시해 투자자와 고객에게 신뢰를 쌓을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관 출신 인맥에만 의존하는 이사회 구성은 장기 성과를 갉아먹을 수 있으니, 산업 전문성과 투명 경영 경험을 갖춘 이사진을 확보해야 합니다.

핵심 메시지

단기 특혜를 좇아 부패에 손을 내미는 것은, 고금리 고위험 대출을 받는 것과 같습니다. 제도가 투명해지고 시장 감시가 강화될수록 ‘대출 이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 기업가치와 국민경제를 동시에 잠식합니다. 정부는 공정하고 투명한 제도를, 기업은 윤리적 경쟁력을 갖출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성장과 사회적 신뢰를 함께 얻을 수 있습니다.

  • 그림 설명: ×축은 뇌물의 상대적 크기를 의미하며 Y축은 기업 성과를 나타낸다. 제도 발전이 잘된 국가(푸른색선)에서는 뇌물의 크기가 클수록 오히려 기업 성과는 감소한다. 반면에 제도 발전이 덜 이루어진 국가(회색선)에서는 뇌물의 크기와 기업 성과가 비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기업이 느끼는 제도 환경이 불리한 경우에만 뇌물의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참고

  • 최성진, 언더그라운드 이코노미(2024), 박영사
  • Yim, H. R., Lu, J., & Choi, S. J. (2017). Different role of lobbying and bribery on the firm performance in emerging markets. Multinational Business Review, 25(3), 222-238.
  • 최성진. (2011). 정치연관이 기업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실증 연구: 중국의 상장 중소 기업을 중심으로. 전략경영연구, 14(3), 45-65.
  • Zhou, K. Z., Wang, K., Xu, D., & Xie, E. (2022). Drinking poison to quench thirst: Does bribery foster firm performance in China?. Journal of Business Research, 147, 505-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