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속 기업윤리

부패방지라는 명분 아래 위협이 가까워진다

도서, ‘미국함정’

미국 해외부패방지법(FCPA)는 1977년 공포되었지만 2001년까지는 연 1건 이하의 제재가 이루어질 정도로 거의 ‘휴면상태’에 가까웠다. 자국 기업의 수출산업 제한과 경쟁력 저하 등을 염려하여 소극적으로 시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기업들에게까지 효력을 미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고 역외관할권을 부여하여, 기존 미국 법인 등에 적용하던 범위를 미국 영토 내에서 활동하거나 미국 통신망을 사용하는 기업 등으로까지 확대하였고, 2004년 2건이었던 법 위반 기소 건수는 2010년 48건으로 폭증하게 된다. 납부된 벌금 역시 2004년 1,000만 달러에서 2016년 27억 달러라는 엄청난 증가를 보였는데 이 벌금의 대부분은 해외기업에 부과되었다. FCPA 벌금액 순위 상위 10개 기업을 살펴 보면, 미국 기업은 골드만삭스 단 한 곳뿐이다. 미국이 부패방지라는 명분으로 타국의 기업을 압박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 기업 역시 그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경계해야 한다.

부패의 근절을 위해 부패행위에 대한 제재와 처벌이 활성화되는 것은 물론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부패방지법의 실효성은 얼마나 많은 건의 부패행위가 기소되고 얼마나 많은 벌금이 부과됐느냐가 아닌, 해당 법의 실행이 그 사회의 반부패와 투명성에 얼마나 기여를 했는가로 평가되어야 하며, 부패행위를 색출하는 과정이 정당하고, 판단기준이 공정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는 규정과 기준의 타당성 및 공정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동시에 눈앞의 이익보다 왜 사회적 책임과 투명성을 우선해야 하는지, 반부패와 윤리경영이 어떻게 기업과 사회에 이로운지에 대한 올바른 의식의 확장이 필요하다. 반부패와 윤리경영 활동의 필요성을 느끼고, 타당하고 공정한 과정을 지나고 나면, 우리는 청렴윤리경영에 성큼 가까워져 있을 것이다.

이미지 출처 (YES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