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속 기업윤리

도덕성 결여인가, 통제 시스템의 실패인가?

소설 ‘종이달’

소설은 고객의 예금 1억엔을 횡령한 주인공이 태국으로 도주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평범한 주부였던 리카는 거동이 불편한 고령 고객의 은행 업무를 대신하고 상품 가입을 권하는 업무로 은행에 재취업을 한다. 업무가 익숙해질 때쯤 리카의 일탈은 횡령으로 이어진다. 횡령은 ‘적은 금액, 짧은 시간’부터 시작된다. 고객의 돈을 갖고 사무실로 향하던 때 동행해야 하는 동료가 없자 잠시 ‘5분쯤이면 어때’하는 마음으로 화장품가게에 들린다. 그날의 업무가 예상보다 일찍 끝났으니 무료 피부진단을 받고 샘플만 받아가려 했지만, 5만엔 가까이 물건을 구입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그렇게 지니고 있던 고객의 돈으로 물건을 구입하고, 사무실로 되돌아 가는 길에 은행 현금입출금기에 들려 자신의 계좌에서 현금 5만원을 찾아 봉투에 되돌려 놓는다. 되돌려 놓았기 때문에 리카는 어떤 죄책감도 들지 않는다. 그러나 리카의 횡령은 점점 금액이 커진다. 언젠가 다시 채워 놓을 생각으로 예금증서 등의 서류를 위조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범죄는 걸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체 모를 만능감’에 사로잡힌다. 은행에서는 고객 예금을 유치할 때는 2인이 함께 다녀야 하는 ‘원칙’과 직원의 돈 씀씀이가 헤프지는 않은 지, 돈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지는 않은 지 정도의 ‘자발적 감시’라는 미약한 내부통제 체계만 작동한다. 또한 본점 경리부의 감사는 정기적으로 혹은 뭔가 문제가 있으면 그때마다 하지만, 리카의 부정은 정기예금증명서 발행이어서 단순히 출납으로는 은행 측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결국 리카는 은행에서 발각이 되기 전에 도주하기에 이른다.

2020년 2천억원이 넘는 오스템임플란트 자금관리팀장의 횡령, 2022년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직원의 697억 횡령, 건강보험공단 재정관리팀장의 46억원 횡령 등 큰 규모의 사건으로 사회적 파장이 일기도 했다. 횡령한 돈을 투자나 호화생활로 탕진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으나 이런 금융사고가 개인의 책임으로 초점이 맞춰져서는 안된다. 내부통제가 엄격할 것으로 생각되는 기업에서조차 이러한 사건이 발각된 것을 보면 기업에서의 내부통제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 진다. 기업에서는 횡령 등의 부정을 막기 위해 자금통제 프로세스, 자금거래 모니터링, 데이터 검증 등의 다양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부정 위험 방지를 위한 노력이 꾸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부통제 시스템에서 취약한 부분은 없는지, 개인의 부정을 가능하게 하는 빈틈이 없는지 꼼꼼히 점검하는 자정노력을 지속함으로써 부정 위험을 선제적으로 예방해야 할 것이다.

(이미지출처: 위즈덤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