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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윤리
브리프스

2018년
05월호

윤리연구소 - 보고서 리뷰

직장 내 괴롭힘 측정



한국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중대한 문제인 ‘인종차별’과 최근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불러오고 있는 ‘미투(#MeToo)’운동은 다양성에 대한 인지부족을 문제 발생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는다. 여기에 더해, 가해자가 가해로 느끼지 못한다는 점과 피해자 또한 피해로 느끼지 못한다는 개개인의 인지능력 역시 직장 내 다양한 괴롭힘들에 대한 중대한 원인으로 빈번히 언급된다.

이번 보고서 리뷰에서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2016년 연구인 ‘국내 직장 괴롭힘의 실태 분석 및 대응방안 연구’와 Work & Stress 저널에 2009년 게재된 ‘직장 내 괴롭힘 노출정도의 측정(Measuring exposure to bullying and harassment at work)’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의 심각성과 측정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직장 내 괴롭힘을 줄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 괴롭힘의 부정적 효과

직장 내 괴롭힘은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는 현대 직장인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로부터 발생하는 일명 ‘회사 우울증’은 상황에 따라 공황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질환의 원인이 되고, 그 정도가 심할 경우 자살, 살인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에 까지 이르게 한다.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개인의 인권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기업 또한 상당한 손실을 입게 된다. 직장 내 괴롭힘은 피해자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그 목격자에게 까지 영향을 미쳐, 조직구성원의 직무만족도 및 조직몰입도를 낮추고 이직·퇴직률을 높이는 것으로 정상적인 조직 운영이 저해될 환경을 조성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다양한 국가들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영향을 수치화 한 연구에 따르면, 괴롭힘 한 건 발생에 따른 손실은 연간 약 2만 8천 파운드(영국, 약 4천만 원), 3만~10만 달러(스웨덴, 약 4백만~천3백만 원), 8만 3천 달러(미국, 약 9천만 원) 등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은 직장 내 괴롭힘 한 건 당 연간 약 1,55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앞서 제시된 금액들은 보다 객관적인 수치를 얻기 위해 사용가능한 정량적 데이터만을 활용하여 산출된 값이라는 점이다. 즉, 제시된 금액은 추정가능한 최소한의 금액이며, 실제 근로자 1인의 생산능력이 파악되거나 업무 집중도와 같은 정성적 요소에 의한 손실 영향 등까지 고려된다면 비용손실은 현재 금액보다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 직장 내 괴롭힘

일반적으로 괴롭힘은 그 행위의 강도와 빈도에 따라 구분되어진다. 행위의 강도에 따른 분류는 순차적으로 폭력(Violence), 공격(Harassment), 홀대(Mistreatment), 외면(Ostracism), 무례(Incivility)로 구분될 수 있으며, 행위의 강도로 구분되어진 괴롭힘의 개념들이 빈번하게 일어날 경우 이들을 직장 괴롭힘(Bullying/Mobbing)의 개념으로 포괄할 수 있다. 직장 괴롭힘(Bullying/Mobbing)은 주로 반복성(주 1회)과 지속성(6개월 이상)을 바탕으로 정의된다. 단 한건의 발생에도 처벌이 가능한 괴롭힘은 물론, 불명확하고 미묘하여 형언하기 어려운 교묘한 행위의 반복 또한 이에 해당되는 것이다. 즉, 신체적 폭력, 성희롱과 같은 명시적 행위와 더불어 ‘직장 내 따돌림’문화 또한 직장 괴롭힘의 범주에 포함되며 기업과 개인에게 상당한 피해를 입히는 동일선상의 행동으로 정의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윤리경영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NAVEX Global은 2018년 10대 윤리경영 트렌드 중 한가지로 직장 내 괴롭힘을 언급하였다. 그들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The shift in power of voice in the story of harassment)’를 제목으로 하여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문제가 올해 기업의 윤리경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들은 과거에는 단단하게 굳어진 조직문화에 이의를 제기할 때 개인의 영향력이 미미했기에 피해자의 상당한 노력과 용기와 위험감수가 필요했지만,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상호 연결된 초연결 사회로 접어들면서 조직과 개인의 힘이 서서히 균형이 맞춰지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피해자들은 그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게 되었고, 최근 우리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는 ‘미투(#MeToo)’ 해시태그 운동은 힘의 균형에 대한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의 발생원인은 무엇일까? 경쟁과 성과주의의 조직문화, 힘의 불균형, 수직적이고 상호 소통이 어려운 산업 등 다양한 요인들이 주장되어 왔지만 이번 보고서리뷰에서는 ‘스스로 가해자 혹은 피해자로 인식할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선행연구에 의하면,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자는 주관적인 측정방법보다 지표를 통한 측정방법을 통해서 더 많이 나타났다. 이는 객관적으로 분류된 지표를 통해 측정한 경우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나타난 인원이, 피해사실을 조직의 분위기나 본인의 탓으로 돌리는 성향 등으로 인해 이를 괴롭힘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일반적으로 가해자들의 경우, 본인의 가해 사실에 대해 정당화 할 수 있는 근거들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가해자의 가해에 대한 인식과 피해자의 피해에 대한 인식이 직장 내 괴롭힘의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 우리 회사의 괴롭힘 측정

인권 선진국으로 알려진 국가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는 유럽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정의는 그 행위 자체보다 반복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즉, 빈도, 지속기간, 패턴이 직장 내 괴롭힘을 판단하는 요소인 것이다.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다양한 척도가 존재하지만, 이번 보고서리뷰에는 다양한 문화권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Negative Acts Questionnaire-Revised(이하, NAQ-R)’의 22개 지표를 소개하고자 한다. NAQ-R의 세부항목은 다음과 같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본 척도는 반복성과 지속성이 중요한 평가사항이다. 평가는 각 항목에 대해 최근 6개월 간 ‘전혀 겪지 않음’, ‘드물게 겪음’, ‘월 1회’, ‘주 1회’, ‘매일’ 등 5점 척도로 진행된다.

제시된 지표를 실제로 적용함에 있어 주의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측정대상 간에 응답의 차이가 존재 할 수 있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남성보다는 여성이, 청년보다는 고령 근로자들이 괴롭힘의 인지능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제시된 항목들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한 가지 시선일 뿐이다. 괴롭힘은 다양한 요인들이 상호작용하여 발생하므로, 객관적인 직장 내 괴롭힘의 측정은 추가적인 문헌을 충분히 검토한 후 이루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본 지표는 노르웨이의 문화에 맞춰 형성된 평가항목들이므로 국내 정서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미 다양한 국가에서 괴롭힘의 척도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과 검토하는 것 만으로도 괴롭힘에 대한 상호 인지를 통해 문제를 예방 할 수 있다는 점이 상기 제시된 한계점을 일부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비록 국회를 통과하지는 못했지만, 직장 내 괴롭힘을 막기 위한 법안은 꾸준히 수차례 발의되어왔다. ‘미투(#MeToo)’운동, ‘태움방지’운동 등 사회적인 인식도 변화해가고 있다.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자신도 모르게 발생할 수 있는 직장 내 괴롭힘은 개인과 조직 모두에게 정신적, 금전적인 손실을 가져오게 된다. 괴롭힘을 성과를 위해 감내해야 하는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그러나 성과를 위한 괴롭힘이 상당한 비용을 초래한다는 연구결과와 더불어 인권을 성과를 위한 원가로 바라볼 것인지는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는 4.0시대로 들어서며 더 이상 기업의 당기순이익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경제, 사회, 환경을 모두 동일하게 중시하는 시대의 흐름은 업무를 위해 당연시 되어왔던 개개인의 행동들을 점검해야 할 필요성을 충분히 제시하고 있다.





참고자료
  • ‘국내 직장 괴롭힘의 실태 분석 및 대응방안 연구’, 한국직업능력개발원, 2016
  • ‘Measuring exposure to bullying and harassment at work: Validity, factor structure and psychometric properties of the Negative Acts Questionnaire-Revised’, Work & Stress, 23(1), 2009, 2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