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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윤리
브리프스

2018년
07월호

전문가 코칭

워라밸, 행복한 워커

뉴 노멀 시대와 기업윤리조 성 일 |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Q1 직장 내 일과 삶의 균형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요즘 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을 줄여서 ‘워라밸’이라고 하는데, 이는 ‘일과 일 이외의 영역(가족, 여가 등)에 시간과 노력을 적절히 분배함으로써 삶에 대해 만족하는 상태’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워라밸의 등장배경은 환경 변화와 가치관 변화의 두 축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우선,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로 기업 간 경쟁은 더욱 심화되었고, 4차 산업혁명 이전부터 진행된 기술 발전으로 언제, 어디서나 일을 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졌습니다. 여기에 기업의 글로벌화는 외국과의 업무수행을 위해 하루 중 언제라도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로 구성원들은 과거 보다 더 많은 업무량과 업무시간을 감당해야 합니다. 특히, 2016년 OECD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회원국 중 2번째로 많은 업무시간(연 평균 2,069시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뉴 노멀 시대는 구성원들의 가치관을 변화시켰습니다. 꾸준한 저성장 시대 가운데 기업들은 상시 구조조정 체제를 운영하였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구성원들은 평생직장 보다 평생직업을 선호하게 되었고, 조직에 대한 충성심은 약해졌습니다. 또한, 기존의 베이비 부머 대신 밀레니얼 세대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조직보다는 개인을 중시하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구성원의 조직에 대한 신뢰, 정체성, 만족도와 몰입도는 떨어지게 되었고, 당연히 조직 분위기와 성과도 정체 혹은 하락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반성과 해결책으로 워라밸이 부상하고 있는 것입니다.

Q2 일과 삶이 균형되는 조직을 구축하기 위해 직원과 기업이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일과 삶의 불균형의 주 원인은 근무 및 근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시간(출퇴근 등)의 과도함에 있습니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주 52시간 근무제도를 도입하여,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7월 1일부터 시행합니다.

직원 차원에서는 일하는 방식(지시, 보고, 회의)의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선, 상사의 불명확한 지시와 이를 확인없이 그대로 수행하는 불합리한 관행을 없애야 합니다. 이러한 모호한 의사소통은 재확인 절차를 반복함으로써 업무시간 증가라는 악순환을 낳습니다. 보고도 대면보고 대신 구두보고나 이메일 혹은 SNS보고를 일상화해야 합니다. 회의는 반드시 필요한 안건에 대해서만 진행하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공유형 회의를 지양하고 의사결정형 회의를 지향해야 합니다.

기업 차원에서는 비효율적인 업무시간을 줄이고 이를 통해 업무시간 이외의 개인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한국의 NHN 엔터테인먼트는 작년부터 직원들이 자기계발, 육아 등 본인과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출근 시간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퍼플 타임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랜드 그룹은 업무 시간 이후 SNS 등을 통한 업무 지시뿐만 아니라 퇴근 무렵의 새로운 업무 지시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일’과 ‘휴가’를 병행하는 ‘워케이션(Worcation)’을 업무로 인정하는 일본 이외에도 미국, 유럽 등 전세계 많은 기업들이 워라밸을 위한 제도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IBM 등 일부 기업들은 오히려 재택근무제를 폐지했습니다. 이런 기업들의 의사결정에는 나름의 원인이 있습니다. 새로운 근무방식의 도입과 운영은 기업과 구성원의 관점에 따라 양면성이 존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기업의 현재 상황과 사업 영역, 조직문화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여 기업과 구성원 간 합의를 통해 가장 효과적인 방식을 선정해야 할 것입니다.

워라밸은 기존의 이해관계자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중 상대적으로 소홀한 감이 있었던 내부 구성원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기업윤리를 올바르게 수행하는 한 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기업은 그들만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