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속 기업윤리

환자를 죽이는 약물을 처방하다

영화 ‘페인 허슬러(Pain hustlers)’

제약산업은 인간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타산업에 비해 공익성이 강조된다. 약품의 효과나 기능에 대한 전문지식이 필요로 하고, 자격요건이 갖춰진 경우에만 약품을 다루는 폐쇄적인 유통구조로 제약산업에서의 직업윤리와 투명성은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다. 영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약 및 의료시장에서 음성적인 리베이트와 사기로 수많은 환자들의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 이야기는 허구이지만 실제 미국에서 일어난 제약회사와 의사 간의 뇌물 수수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2014년 스타트업 제약회사 인시스(Insys Therapeutics)는 모르핀보다 50~100배 더 강한 약효를 발휘하는 마약성 진통제 서브시스(Subsys)를 개발하였다. 이 신약은 강한 진통효과로 암환자의 심한 통증을 치료하는 구체적인 목적으로만 FDA의 승인을 받는다. 제한된 대상으로 사용해야 하는 만큼 판매가 부진하자 인시스의 설립자 존 카푸어와 경영진은 영업사원들에게 의사의 처방을 늘리기 위해 뇌물을 주도록 강요한다. 의사들은 강연료를 명목으로 엄청난 뇌물을 받았고, ‘의약품을 공식적으로 승인된 용도, 투여방법, 대상 외에 다른 상황에서 사용’하는 오프라벨(off-label) 처방을 이용해 진통제를 편두통, 허리통증 환자에게 과잉 처방하게 이른다. 처방은 기업 매출증대로 이어졌고, 부정부패를 통해 허황된 기업가치를 만들어낸다. 기업공개(IPO) 이후 인시스의 주식은 1년만에 6배로 정점을 찍으면서 영업사원들은 더 많은 수수료를 받고, 뇌물을 받은 의사들은 더 많은 마약성 진통제 처방을 했다. 그 결과로 미국에서는 현재까지 서브시스를 복용한 환자 중 약 8,1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영화 주인공 리자는 싱글맘이자 딸의 질병 치료를 위해 스타트업에 학력과 경력을 위조해 취업하고, 중독 위험이 높은 약품을 정확한 지식없이 판매하며, 의사들이 과잉처방하도록 리베이트를 제안한다. 처방이 늘어난 만큼 매출이 증가한 스타트업에서는 더 많은 영업사원을 채용하여 이 리베이트 구조를 전국적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기업공개를 위해 갖추어야 하는 준법부서(compliance team)조차 갖추지 않고, 불법을 저지른 의사결정에 관여한 증거를 없애기에 이른다. 제약회사에서 지녀야 할 최소한 직업윤리를 저버리고, 환자의 고통(pain)을 이용해 자신의 탐욕을 채우고자 했던 사기꾼(hustlers)의 이야기는 안타까운 피해자만이 남은 영화보다 더 잔인한 현실을 반영한다.

(이미지출처: 넷플릭스)

참고

  • 뉴시스(2019.12.06), “마약성 진통제 최다처방한 뉴욕 의사 뇌물죄로 기소”
    https://www.newsis.com/
  • How a Drugmaker Bribed Doctors and Helped Fuel the Opioid Epidemic (2020.1.24)
    https://www.aarp.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