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큐멘터리 ‘Man on the Run’은 말레이시아의 국영 투자기업인 1MDB과 관련된 부패사건을 다룬다. 해당 사건은 말레이시아 공공기금의 부패라는 국가 문제를 넘어 글로벌 금융기관까지 흔든 국제적 스캔들로 알려져 있다. 1MDB는 2009년 말레이시아의 나집 라작 총리는 경제개발 사업을 명목으로 설립한 국영투자기업으로, 초기부터 불투명한 구조 아래 운영되며 대규모 자금 유출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나집과 그의 측근들은 이 회사를 통해 45억 달러(약 6조원)를 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인물인 조 로우는 말레이시아 출신의 금융 컨설턴트로, 공식 임직원 신분은 아니었으나 정치권 인맥을 기반으로 1MDB의 자금 조달과 운영에 핵심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건의 중심에는 세계 최대 투자은행 중 하나인 골드만삭스가 있었다. 골드만삭스는 총 65억 달러(약 8조6천억원) 규모의 1MDB 채권 발행을 대행하고 약 6억 달러(약 8천억원) 수수료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골드만삭스 간부들은 거래를 따내기 위해 말레이시아 관료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줬고, 개인적으로 리베이트도 받았다. 말레이시아 검찰은 1MDB가 조달하는 자금이 유용될 것을 알면서도 골드만삭스가 투자자들을 속여 채권을 발행했다며 골드만삭스와 전현직 임원 17명을 기소했다. 이후 골드만삭스는 미국·영국·홍콩·싱가포르 등 각국 규제기관으로부터 총 50억 달러(약 7천억원)이상에 달하는 벌금과 제재를 받았다. 이는 미국 해외부패방지법(FCPA)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합의금 중 하나다.
특히 주목할 점은 골드만삭스 내부에서 여러 차례 위험 신호가 제기되었음에도 조직이 이를 제때 수렴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미 연방검찰에 따르면 조 로우가 2009년 골드만삭스 동남아 사업부 대표 등에게 1MDB 프로젝트를 제안했을 당시부터, 내부에서는 “자금 출처가 불명확하다”, “비자금 조성 정황이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그러나 이러한 내부 의견은 최고 의사결정권자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고, 일부 담당자들은 경고를 무시한 채 거래를 추진했다. 이후 관련 직원 3명이 기소되고, 골드만삭스는 사상 최대 규모의 평판·규제 리스크에 직면하게 됐다.
이 사례는 내부 경고와 실무자의 의견이 조직 내에서 무시될 때 부패 리스크가 어떻게 확대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내부고발과와 같은 견제 장치가 문서로만 존재하고 실질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면 위험 징후는 해결되지 않으며, 기업은 전략·규제·평판 리스크에 동시에 노출될 수 있다.
1MDBd는 사건 골드만삭스 내부의 경고 및 의견수렴의 실패, 경영진 의사결정이 글로벌 스캔들로 이어진 대표적 사례다. 내부의 작은 경고음이 조직의 큰 위기를 막을 수 있지만, 그 경고가 수렴되지 않고 소통 없이 묵살될 때 내부통제는 쉽게 유명무실해진다. 이 사건은 내부고발과와 실무자의 문제 제기가 최종 의사결정 과정에서 어떻게 반영되는지, 내부 소통 구조가 실제로 기능하고 있는지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함을 상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