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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윤리
브리프스

2018년
10월호


윤리연구소 - 인사이트+

SK, 사회적 가치 창출로 지속가능성을 견인하다

국민연금·공무원연금 등 국내 주요 연기금들이 사회책임투자(SRI)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업 또한 비재무적 요소 관리에 보다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착한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이 높아질 거라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가치 창출 기업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 상승과 이에 따른 국내 자본시장의 변화는, 기업의 경영전략에 본질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은 2018년을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뉴SK 원년으로 선포하고 경영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평가지표 개발이다. SK그룹은 사회적 가치에 기업의 생존이 달려있다고 확신하고, 그 가치를 측정하기 위한 도구 개발과 관련 비즈니스 모델링에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SK그룹, 사회적 가치 측정 지표 개발

SK그룹은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지표를 만드는 일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기업의 성과는 반드시 측정하고 평가해야 한다. 문제점을 찾고 개선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사회적 가치는 재무적 가치와 달리 계량화하기 어려워 제대로 경영지표에 반영되지 못했다. 자연히 주주와 경영진들은 사회적 가치 창출 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사회적 가치 측정 지표 개발은 이러한 난제를 타개하기 위한 정공법이라고 할 수 있다.

◎ SK하이닉스가 창출한 사회적 가치, 당기순이익의 69% 수준

지난해 10월부터 SK그룹 사회공헌위원회는 외부 전문가 및 교수 등과 함께 사회적 가치 측정 체계를 만들어왔다. 그룹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해 보면, SK가 구축하고 있는 사회적 가치 평가 체계는 영업, 사회 공헌, 경제적 효과 등 분야별로 측정하는 방식이 가장 유력하다. 영업 파트의 경우, 기업 활동 과정에서 사회에 기여한 정보를 금전적으로 책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오물을 일정량 감축했다면, 이에 해당하는 폐기물 처리 비용 만큼의 금액이 사회적 가치로 창출됐다고 보는 것이다. 경제적 효과 파트에서는 기초생활보장제도상 생계급여를 받는 무직자를 고용하고, 그에게 지급하는 임금에 해당하는 액수를 사회적 가치로 측정한다. 국가에서 지급하는 연금 및 보조금을 기업이 책임진 것으로 보는 것이다. 시범측정 결과, 지난해 1~3분기 동안 SK하이닉스가 창출한 사회적 가치는 5조 1,52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같은 기간 거둔 재무적 성과인 당기순이익 7조 4,220억 원의 약 69% 수준이다.

SK그룹은 보다 합리적인 지표 개발을 위해 전문가 그룹과 회의, 세미나를 진행하며, 외부 기관의 자문도 받고 있다. 표준안이 나오면, 각 계열사로 확산해 자사의 영업 형태에 맞추어 구체적인 부분을 조율,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 SK그룹, 사회적 가치 창출 비즈니스 모델링 추진

본사의 의지에 발맞춰 SK계열사들은 각사의 역량을 활용해 다양한 사회적 가치 창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DBL과 공유 인프라 프로젝트다.


◎ SK에너지, 주유소를 활용한 공유경제

SK에너지는 공유 인프라를 활용해 구체적인 사업모델을 만들었다. GS칼텍스와 손을 잡고 양사 인프라를 바탕으로 물류 스타트업기업 줌마(Zoomma)와 함께 ‘홈픽’을 선보인 것이다. 홈픽은 기존 택배 시장의 사각지대였던 C2C(소비자간 직거래) 택배에 집중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1시간 이내에 방문해 픽업한다는 게 홈픽만의 특화 전략이다. 홈픽 서비스가 빠른 이유는 자사 인프라 활용에 있다. GS칼텍스와 연계하여 전국 450여 개의 주유소를 물류거점화 했기 때문이다.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편의성도 더했다. 고객들은 홈픽 앱을 통해 택배원인 피커(Picker)가 방문할 시간을 지정할 수 있다. 결제 또한 앱으로 가능하고, 피커의 신원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9월 1일부터 전국 서비스를 시작한 홈픽은, 일 평균 주문량 3000건을 상회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일자리 창출 또한 이뤄졌다. 홈픽 서비스와 함께 집화기사 피커를 위한 540여 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 SK스토아, 쇼핑과 기부를 한번에

SK스토아는 올해 9월부터 ‘릴레이 착착착’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매월 SK스토아에서 연속 구매하는 이용자에게 적립금과 함께 ‘착한 기부’에 동참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캠페인의 핵심이다. 7개월 동안 매월 10만 원 이상 누적 구매할 경우, 총 20만 원의 적립금과 함께 월 2만 원의 착한 기부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렇게 조성된 기부금은 SK행복나눔재단의 행복얼라이언스 협력사인 ‘행복도시락 사회적 협동조합’을 통해 결식아동 후원에 사용된다. 또한 지난 5월, SK스토아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사회적 기업의 판로를 지원하기로 했다. 상대적으로 유통에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 기업들의 홈쇼핑 진출을 돕고, 사회적 기업이 참여하는 방송 제작 및 송출, TV모바일 채널을 활용해 사회적 기업의 제품이 소비자에게 노출될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 사회적 가치, 기업의 생존을 견인할 것

그간 사회적 가치는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채 뭉뚱그려져 왔다. 그래서 SK는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기 위한 지표 개발에 힘쓰고 있다. 머지않은 시기에 SK그룹의 계열사 성과 평가에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으로 계량화된 사회적 가치도 포함될 것이다. 그룹 경영진의 의지에 따라 SK의 계열사들은 다양한 제목으로 자사의 역량을 활용한 사회적 가치 창출에 노력하고 있다.
분명히 오늘날 기업은 과거보다 더 큰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요구받고 있다. 이러한 기조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선도하며 사회적 가치를 新경영전략으로 삼는다면, 그 과정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어차피 모든 비즈니스모델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탄생해왔으니 말이다.



참고



계영배(戒盈杯), 거상 임상옥
거상 임상옥. 상즉인(商卽人), 장사란 이문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는 말을 남긴 상인이다. 그가 주창했던 상업에 대한 철학이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날에도 뭇사람들 사이에 울림을 주는 까닭이다.
◎ 사회와 상생하는 전략가

임상옥은 붉은색을 좋아하는 중국인의 심리와 오래 보관하기 좋다는 점을 이용하여 인삼을 홍삼으로 만들어 중국과 무역을 통해 막대한 이윤을 남기고 있었다. 이를 시기한 중국 상인들은 인삼 불매동맹을 맺어 인삼 가격을 떨어뜨리고자 했다. 이에 임상옥은 마당에 장작을 가득 쌓고 그 위에 의주에서 가져온 인삼 꾸러미를 올린 후, 중국 상인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불을 질렀다. 그제야 중국 상인들은 값은 얼마든지 쳐주겠으니 제발 인삼을 태우지 말라고 애걸했다. 결국 임상옥은 본래 생각했던 값의 10배를 받고 인삼을 팔았다. 실로 천재적인 상술이 아닐 수 없다. 시장의 본질을 꿰뚫어본 통찰이 있었기에 밀어붙일 수 있었던 전략이자 혁신이었다. 막대한 재화를 벌어들인 임상옥은 홀로 호의호식하지 않았다. 그는 어렵게 번 돈으로 빈민을 구휼했고, 죽을 때는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임상옥은 ‘재물은 흐르는 물과 같다’고 하여 물과 같이 평등한 재물을 독점하려는 자는 반드시 비극을 맞이하게 되는 즉,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해서도 나눔과 상생이 중요함을 알고 실천하였다. 계영배(戒盈杯)라는 술잔이 있다. 술을 잔의 70% 이상 채우면 모두 밑으로 새버리게 만들어진 술잔이다. 임상옥은 이 계영배를 항상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과욕을 경계하기 위해서다. 임상옥처럼 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과거와 다를 바 없이 언제나 임상옥과 같은 사회와 상생하는 경영자를 필요로 한다. 그와 같은 경영자의 삶은 기업과 사회의 공존과 상생의 상징이 된다. 그리고 시대와 상관없이 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는, 우리가 마땅히 따를 만한 기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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