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속 기업윤리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





“짐이 곧 국가다.” 태양왕으로 불리던 프랑스의 루이 14세가 남긴 말이다. 이러한 절대왕정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회계에 능통했던 프랑스의 재무총감 콜베르가 있다. 그는 복식부기의 원리로 작동하는 국가 회계시스템을 개발해 국가와 사회 전 분야로 확대했다. 또 콜베르는 루이 14세를 위한 휴대용 회계장부도 만들었다. 장부 원장이자 프랑스의 회계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대한 설명서였다. 그야말로 회계가 국가경영을 위한 첨병으로 기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루이 14세는 콜베르가 사망하자 국가 회계 시스템을 폐기해버렸다. 회계장부가 자신의 권력을 지켜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결점과 비리를 감시하는 성가신 존재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루이 14세는 국가 회계에 대한 감사도, 중앙집권적인 회계 체계도 깨뜨려버렸다. 1715년 루이 14세가 사망할 무렵, 프랑스의 재정은 이미 파산 상태였다.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얼마 후 일어난 프랑스 대혁명은 프랑스 왕가를 무너뜨리고 만다.
리먼 사태 역시 루이 14세의 경우와 다르지 않다.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이었던 리먼은 갑자기 세상에서 사라져버렸다. 분식회계를 숨겨온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자산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로마 시대부터 전제군주 시대를 지나 오늘날 자본주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각종 재정 스캔들과 회계조작 사건은 늘 있어왔다. 어쩌면 거짓말은 인간의 본성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발전적이고 건강한 사회일수록 이러한 인간의 본성을 관리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는 사실이다. 재정의 투명성이 그 사회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는 이유다.
이미지 출처 (교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