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돋보기
기업 자체 노력의 성과, 영업비밀보호

기업은 태생적으로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광고 등으로 자신의 정보를 의도적으로 노출하면서도 연구결과 등 중요 정보에 대해서는 철저히 보안을 유지한다. 반면 각자의 입장에서는 타사의 중요한 정보를 취득하기 위해 때로는 불법적인 방법까지 동원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기업이 중요 정보를 비밀로 유지하는 이유는 중요 정보가 타사와의 관계에서 경쟁 우위적 위치를 점할 기회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자사의 정보 노출을 최소화하면서 타사 정보를 최대한 많이 수집하려는 기업의 이중적 태도를 무조건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지만, 이는 취득방법이 합법적이라는 조건으로 제한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사례돋보기에서는 오랜 기간 동안 소비자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영업비밀보호를 위한 기업의 자체 노력이 기업의 성장과 소비자 신뢰도 형성에 얼마나 중요한지 살펴보고자 한다.

1. 코카콜라

코카콜라는 1886년부터 현재까지 130년 이상 독특한 제조법을 영업비밀로 간직하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자사의 정보를 비밀로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코카콜라의 맛의 비법은 ‘Merchandise 7X'라는 성분으로 이 제조법이 담긴 문서는 애틀랜타의 한 은행금고에 보관되어 있었다. 현재는 위 제조법이 코카콜라 박물관에 보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미국의 특정 공장 3곳에서만 제품을 생산하고 콜라를 병에 담는 생산자도 별도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6년 당시 세계지적재산권기구(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 WIPO)의 중소기업 프로그램 기획조정관이었던 패트리샤 시마오 사토리어스는 코카콜라가 영업비밀 유지에만 수백만 달러를 쓰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이렇듯 코카콜라는 자신의 영업비밀을 지키기 위해 맛을 결정하는 재료 배합 등 제조법을 극소수의 임원에게만 허락하고 제조법이 담긴 문서와 생산자를 철저히 관리하며 100년 넘게 보안을 유지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펩시콜라를 비롯한 경쟁사와 화학자들이 맛의 비밀을 알아내려 노력 해왔던 일도 있었다. 2006년 인도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어 제조법 공개라는 초유의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코카콜라는 맛을 결정하는 1% 미만의 구성요소와 배합비율을 영업비밀로 유지하고 있다. 다시 말해 코카콜라가 100년 이상 영업비밀을 보호할 수 있었던 비결은 유출에 따른 사후관리가 아닌 사전적 예방으로 유출을 억제하고 있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영업비밀 서약 및 전직금지 서약 등 기본적인 기업정보 관리방법(영업비밀 컴플라이언스 절차)을 이행하고 있는 것이다.

2. KFC

글로벌 치킨 프랜차이즈 KFC는 11가지 비밀 허브 및 향신료의 배합으로 독특한 맛을 내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는 코카콜라의 재료 배합 등 제조법과 더불어 식품 산업의 양대 영업비밀로 통한다. 오늘날 오리지널 레시피라고 알려진 KFC의 배합비는 설립자인 할란드 샌더스 대령(colonel, 공을 이룬 이들에게 켄터키 주에서 수여하는 비공식 명예 칭호)이 1940년에 완성한 것으로 현재까지 약 80년가량 비밀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영업비밀로 유지되고 있는 KFC의 독특한 제조법 역시 위 코카콜라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KFC 본사의 금고에 보관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유트브를 통해 50만개가 넘는 KFC 카피캣(copycat, 모방품)이 넘쳐나고 있지만, 그들만의 맛이 비결은 여전히 비밀 진행 중이다.

위 사례에서 살핀 바와 같이 한 기업이 어떻게 수백 년간 자사의 중요 정보를 비밀로 유지해온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비밀 유지를 위해 회사 금고나 박물관과 같은 중요장소에 극소수 사람에게만 정보를 공유하는 방법으로 보안이 유지되고 있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위 두 회사의 경우 영업비밀보호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되지만, 글로벌 기업이라고 해서 모두 성공적으로 영업비밀을 보호하는 것은 아니다. 1992년 세계최초로 64M D램을 성공하면서 세계 반도체 시장의 강자로 발돋움한 기업, 바로 우리나라 삼성전자의 이야기이다. 오늘날 세계최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 역시 자사의 중요 정보를 비밀로 유지하기 위해 최고의 보안을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연구개발 영역으로 출입하기 위해서는 휴대폰의 지참을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1998년 삼성전자의 64M D램 메모리 반도체 핵심기술이 대만으로 유출된 사례처럼 철통보안을 자랑하는 글로벌 기업도 완벽하게 영업비밀을 관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당시 유출된 기술이 반도체 분야에서 선도적 기술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1조원 이상의 손해를 야기한 것으로 추산될 만큼 피해는 적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비밀보호가 중요한 이유이다. 이외에도 2003년 현대 LCD 직원이 경쟁사인 중국 트롤리사 한국지사인 비젼테크사에 핵심제조기술과 영업자료를 유출하려다 적발된 경우도 뼈아픈 유출 사례이다.

이쯤 되면 코카콜라와 KFC는 비밀유지를 위해 먼가 특별한 방법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영업비밀 보안지침 외에 특별한 것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 이유는 코카콜라 역시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퇴직자가 신제품의 제조방법과 샘플을 빼내려는 시도로 FBI의 수사를 받는 등 영업비밀 유출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들 기업의 영업비밀보안 방식에 뭔가 특별한 방법이 있지 않을까라는 궁금증을 갖기에 앞서, 우리 기업은 기업정보 관리방법(영업비밀 침해 방지를 위한 컴플라이언스)을 구축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잘 실행하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일일 것이다. 우리는 자사의 중요 정보를 영업비밀로 오랫동안 유지하는 기업일수록 소비자들의 무한 신뢰와 관심을 받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기업의 가치는 기업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것인 만큼, 국가의 성장 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영업비밀보호를 위해 내부시스템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