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PDF파일지난호보기

기업윤리
브리프스

2017년
7월호

사례돋보기

윤리적 기업은 항상 윤리적일까?

회사에 윤리경영에 대해 교육을 진행할 때 절대 빠지지 않는 기업 사례들이 있다. 그리고 사례 속 회사들은 윤리적 또는 비윤리적 기업의 대명사처럼 이용된다. 그렇다면 윤리적인 기업은 항상 윤리적이고, 비윤리적인 회사는 언제까지나 구제불능인 것일까? 이번 사례돋보기에서는 윤리경영과 관련된 대표적 사건들과 이후 해당 기업들의 행보를 조명 해보려 한다.

윤리적 기업의 잘못된 선택

존슨앤존슨의 타이레놀 사건은 윤리경영 뿐만 아니라, 리스크 매니지먼트, CS 등 여러 분야에서도 긍정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도 항상 윤리적인 대처를 한 것은 아니었다.

1982년, 타이레놀 사건
아스피린 없이 통증을 빠르게 완화 한다는 안전한 타이레놀 이라는 광고

1982년 9월, 시카고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존슨앤존슨 사의 타이레놀을 사 먹은 사람들이 연이어 사망한 것이다. 7명의 사망자가 복용한 타이레놀에는 청산가리가 주입되어 있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존슨앤존슨은 사망원인과 타이레놀의 관계를 부정하는 대신 발 빠르게 사건에 대처하기 시작했다. 사망자가 발생한 곳은 시카고 지역에 한정되어 있었지만, 그들은 1억 달러가 넘는 비용을 들여 미국 전역의 타이레놀을 리콜하였다. 그 사이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이번 사건은 타이레놀 자체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밝혀져 갔다. 추적 결과 독극물이 주입된 타이레놀들은 서로 다른 2개의 공장에서 생산된 것이었고, 서로 다른 공장에서 동시에 독극물이 주입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생산과정엔 문제가 없었단 결론이 나왔다.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누군가 타이레놀을 사간 다음 독극물을 주입하고 다시 가게에 갖다놓았다는 가설이었다. 시카고 외의 다른 장소에서는 사망자가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범인은 슈퍼마켓과 약국에 진열된 타이레놀에 독극물을 주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존슨앤존슨과 타이레놀은 누명을 벗었지만, 존슨앤존슨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타이레놀을 재출시하기 전, 이러한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포장지를 바꾼 것이다. 새로운 타이레놀의 박스는 입구가 접착되어 있어 누군가 포장을 뜯으면 확인이 가능했고, 통의 덮개는 플라스틱으로 한 번 더 봉인되어 있었으며, 입구 안쪽의 호일을 뜯어야만 타이레놀을 꺼낼 수 있었다. 박스와 통에는 “안전 포장이 벗겨져 있으면 사용하지 마십시오”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러한 삼중 포장에는 2.4센트의 비용이 더 들어갔지만, 타이레놀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존슨앤존슨은 이를 기꺼이 지불했다. 자사의 책임이 없음에도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이윤보다 소비자의 안전을 더 우선하는 존슨앤존슨의 모습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기에 충분했고, 이를 반증하듯 37%에서 7%로 뚝 떨어졌던 타이레놀의 시장점유율은 사건 6개월 만에 30%까지 회복되었다.

타이레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다

1989년, 타이레놀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 사고가 대두되었다. 그간 있었던 수백 건의 사망과 간 손상의 원인으로 타이레놀의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이 지목된 것이다. 피해자들은 제품 설명서에 과다 복용에 대한 주의를 더 명확하게 표시해야 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이 소송에서 존슨앤존슨은 패소하고 말았다. 하지만 존슨앤존슨은 이사건과 관련한 광고에서 소비자가 적당량을 복용한다면 타이레놀은 가장 안전한 제품이라고 강조하였을 뿐 제품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은 부인했다.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 자신들의 책임이 아닌 부분까지도 점검하고 예방하던 1982년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대처였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2009년, 타이레놀은 다시 한 번 대대적인 리콜을 시행한다. 어린이용 타이레놀의 박테리아 오염이 우려된다는 논란 때문이었다. 연이어 2010년에도 불량 성분이 포함된 타이레놀 때문에 리콜이 진행되었으며, 저장 장치 오염으로 곰팡이 냄새와 구토, 설사 등을 유발하는 일부 제품으로 인해 또 한 번 리콜이 진행되었다. 문제는 존슨앤존슨이 오래 전부터 오염된 제품에 대한 문제를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FDA 조사가 시작된 이후에야 리콜을 실시했다는 점이다. 위기의 상황에서 윤리적 선택을 하는 것도 어렵지만, 그것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비윤리 기업의 재도약

지멘스의 부패 스캔들
도미노 처럼 무너지는 지멘스

2006년 11월, 독일 전역에서 지멘스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압수수색이 벌어졌다. 그 결과 4억 6000만 유로(약 5513억 원)에 달하는 비자금이 확인되었고, 이는 각국의 공무원과 정치인들에게 뇌물로 제공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스캔들로 지멘스는 3조 원에 달하는 벌금과 합의금을 지급해야 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사람들의 신뢰였다. 국민기업이라 불리는 지멘스가 조직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사업수주를 위해 뇌물을 제공했다는 사실은 그간의 신뢰를 한순간에 무너트리기에 충분했다. 당시 지멘스는 200명에 가까운 준법감시인이 활동하고 있었지만 그와 별개로 사업 조직에서는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준법을 위한 조직과 정책, 절차가 있었지만, 이를 실천하고자 하는 문화와 준법경영에 대한 의지가 결여되어 있었던 것이다.

대대적인 개혁

이 부패 스캔들은 지멘스에 큰 충격임과 동시에 변화의 기회가 되었다. 이들은 먼저 기존 경영진 중 한 명을 제외한 전원을 교체하였다. 당시 CEO 클라우스 클라인 펠트도 2007년 9월 계약이 만료되자 더 이상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모든 것은 단 하나, 신뢰 회복을 위함이었다. 또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세계 각국 지사의 감사조직은 독일 본사 중앙부서로 집중하여 재구성했고, 재무장관 출신의 테오 바이글 박사를 외부 감시인으로 임명하였다. 준법감시인도 600명 정도로 대폭 확대하여 준법경영의 중심을 잡아나갔다. 과거 준법감시인들이 담당하던 준법 교육은 관리자의 책임으로 넘어갔다. 준법감시인에게 교육을 받은 관리자가 직속 직원들에게 준법 교육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름도 잘 모르는 준법감시인이 아니라 항상 얼굴을 맞대고 함께 근무하는 관리자에게 교육을 받자 직원들도 준법교육에 대한 무게감을 달리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지멘스는 ‘뇌물 없는 기업’으로 다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지멘스는 자신들의 부패 스캔들을 숨기는 대신 대내외 교육에 활용함으로써 그 때의 교훈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업

1905년 앨르로-스위스 밀크 컴퍼니와 페린 락테 앙리 네슬레 컴퍼니가 병합하여 ‘네슬레’라는 식품기업이 만들어졌다. 분유사업을 시작으로 초콜릿, 커피, 과자 등 다양한 제품군을 늘려가던 네슬레는 분유로 인해 큰 위기를 맞이한다.

네슬레와 시민단체
좋은 음식, 좋은 인생 이라는 네슬레의 슬로건

1974년, 「유아 살인자」라는 28페이지 분량의 팸플릿이 나왔다. 영국 자선단체에서 발행한 이 팸플릿에는 스위스의 네슬레와 영국의 유니게이트가 아프리카에서 무분별한 이유식 마케팅을 벌여 아기들이 죽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독일의 한 자선단체가 이 「유아 살인자」를 독일어 판으로 번역하면서 대상 기업은 네슬레에 한정되었고, 제목도 「네슬레가 아기들을 죽이고 있다」로 바뀌었다. 그 내용은 사실이었을까.

1970년대, 선진국의 신생아 출산율이 떨어지자 분유 산업 기업들은 새로운 시장을 찾았고 그렇게 개발도상국으로 눈을 돌렸다. 네슬레 역시 그 중 하나였다. 네슬레는 일명 우유간호사(유니폼을 입고 산모들에게 분유를 권하도록 고용된 간호사나 영양사 혹은 조산원)를 동원해 모유 수유는 구시대적이고 불편하며 아이들에게 에이즈를 전염시킬 수 있다고 선전하는 한편, 간편하고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는 분유를 먹일 것을 권하며 엄마들에게 자사 무료 샘플을 나눠주었다. 이러한 마케팅이 선진국에서 진행되었다면 큰 문제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네슬레가 마케팅을 진행한 곳은 가난하고 무지한 사람들이 열악한 위생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개발도상국이었다.

네슬레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개발도상국의 엄마들은 아기에게 분유를 먹이기 시작했고, 모유 수유가 적어지자 엄마의 젖이 말라 계속 분유를 사 먹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분유통에는 분유 타는 법이 설명되어 있었지만 영어를 모르는 엄마들에게는 그저 검은 그림일 뿐이었다. 결국 엄마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소독되지 않은 젖병에 오염된 물과 분유를 섞어 아기에게 먹였다. 심지어 비싼 분유값을 아끼기 위해 아주 묽게 탄 분유를 아기에게 먹였다. 그렇게 수천 명의 아이들이 설사, 이질, 전염병, 영양실조로 죽어갔다. 이러한 내용이 담긴 「유아 살인자」와 「네슬레가 아기들을 죽이고 있다」가 퍼져나가자 네슬레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네슬레는 독일의 자선단체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였고 이에 승소했지만,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사람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네슬레는 전체 매출의 3%에 불과한 분유 사업에 대한 비난여론을 ‘사소한’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 결과는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네슬레 제품 전체를 반대하는 전세계적인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사람들이 원한 해결안은 과학적 영양학적 증빙도, 사소한 여론에 침묵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들이 원한 것은 ‘네슬레가 제3세계 아기들을 외면하지 않는다’는 더 감정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이었다. 네슬레는 1981년이 되어서야 자사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신뢰성 확보를 위해 모유대용식품 마케팅에 대한 WHO 규정을 인정하고 이를 따르기로 결정했으며, 1982년에는 이를 명확히 보여줄 수 있도록 의료 전문가·종교인·시민 지도자·국가정책 전문가 등 10명의 ‘네슬레 이유식감사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이들의 역할은 자사의 WHO규정 준수 내용을 공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자사의 마케팅에 활동에 대한 불만사항을 조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네슬레 이유식감사위원회’의 의견을 경청하여 마케팅 방법을 개선해나갔다. 네슬레의 변화를 지켜본 대부분의 단체는 1984년 초, 불매운동을 중단하는데 동의했다. 물론 그들의 잘못을 끝까지 꾸짖겠다는 단체도 있었고, 불매운동은 멈추지만 감시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겠다는 단체도 있었다.

근래에도 이들은 네슬레의 비윤리적행위를 감시하고 고발하는데 앞장서고 있으며, 2010년에는 네슬레의 키켓 광고를 패러디하여 비윤리적 거래를 지적했다. 일상에 지친 남자가 키켓 봉지를 뜯어 오랑우탄의 손가락을 먹는 이 패러디 영상은 네슬레와 거래하는 인도네시아 팜오일 공급업자들이 열대우림을 파괴하고 있으며, 열대우림의 파괴로 일산화탄소 배출, 생태계 파괴, 오랑우탄을 비롯한 열대우림 동물들의 멸종위기 까지 초래하고 있음을 고발하는 것이었다. 네슬레는 영상사이트에 이 영상의 삭제를 요청하고 해당 영상을 담아간 페이스북, 포스팅 및 댓글까지도 삭제하였다. 사람들은 다시 한 번 분노했고, 시간이 지나도 성난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네슬레는 그제야 팜유 공급자를 교체하였다.

기업에게는 수많은 문제와 위기가 닥친다. 그 순간의 결정은 기업의 미래를 좌우한다. 올바른 결정으로 윤리적 기업이 되었다 하더라도 끝이 아니다. 윤리적 기업에게 사람들은 더욱 엄격한 잣대를 요구하는 만큼 의사결정에 있어 항상 조심스럽고 신중해야 한다. 비윤리적 기업이라고 낙인 찍혔다면 이를 인정하고 반성하며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기업이 얼마나 개선의 의지를 보이느냐에 따라 사람들은 그 기업을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기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다. 기업이 자사의 핵심가치, 윤리적 기준을 명확히 가슴에 새기고 어떠한 경우에도 이를 위배하지 않는 것을 대전제로 한다면 선택의 순간, 망설임 없이 윤리적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 「고객이 존경하는 기업만들기 윤리경영」 로버트F.하틀리 , 21세기북스
  • 「한국의 윤리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