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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윤리
브리프스

2017년
7월호

윤리연구소 - 시사톡톡

스웨덴의 반부패시스템 성공 원인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등 노르딕 국가들은 높은 국민소득과 발달된 복지국가로 정평이 나있으며 부패인식지수(CPI)에서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글로벌 클린국가들이다. 이 중에서도 스웨덴은 입헌군주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로 우리나라 인구의 5분의 1 수준인 1천만 명이 거주한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016년 기준 세계 10위(약 5만 5천 달러)이고 CPI 순위에서 지속적으로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나라이다. 그러나 스웨덴이 이렇게 잘 살면서 동시에 깨끗한 사회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원래부터 그런 것이 아니라 정부의 과감한 개혁조치, 그리고 높은 시민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국민적 합의와 실천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스웨덴 왕국 휘장
역사적 맥락에서 정부의 개혁의지

스웨덴은 지금과는 달리, 18세기 말 이전에는 봉건주의적 잔재가 공존하는 전형적인 부패국인 동시에 후진국이었다. 특히 구스타프 3세 시대인 1789년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패배하면서 당시 스웨덴 영토였던 핀란드를 잃게 되자, 국가는 위기에 직면하고 동시에 공직자의 불법행위도 극에 달하였다. 이러한 국가존망의 위기감에 대한 개혁조치 중 하나가 대법원 설치였다. 또한 19세기 중반(1820년∼1850년)에 입헌군주제의 도입과 함께 관료제를 큰 폭으로 화시키는 이른바 빅뱅(Big Bang) 개혁조치를 단행하여 현재와 같은 투명한 나라로 만드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스웨덴의 개혁조치의 특징은 위와 같이 전쟁에서 패배하여 국가의 존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오히려 국가적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국가를 튼튼히 하는 관료제를 성립시키고 부패를 척결했다는 점에 있다. 그 결과 지금 스웨덴은 뇌물을 주고받기로 약속만 해도 전화통화, 문자, 이메일 등의 증거로 기소가 가능한 나라로 변화하였다.

제도 및 행위자의 시각에서 개혁의 실천

스웨덴 반부패시스템의 특징은 공공영역의 정보 공개와 각종 클린사회를 위한 제도적인 운영이다. 스웨덴은 이미 250여 년 전인 1766년에 세계 최초로 정보공개 관련법인 「출판언론자유법(Freedom of Press Act)」을 성문화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이를 「공공공개법」으로 발전시켜, 행정의 모든 것을 공개해야 한다는 원칙을 전 세계 70여 개 나라로 확산시켰다. 즉, 스웨덴은 정보공개와 청구권 등 정보자유권을 국민의 기본권 중 하나로 헌법에 명시, 기밀로 규정된 사항을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그 외는 모두 공개하고 있다.

한편 1809년 의회 소속기관인 스웨덴 의회 옴부즈맨은 지금까지도 운영되고 있으며, 중앙정부에서부터 지방정부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무원의 반부패 행위를 감시·감독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 기관은 준사법기관으로서 경고, 시정 외에도 부정부패 행위에 대해 직접 기소할 수 있는 권한도 가지고 있다.

스웨덴은 공직자의 직업윤리를 고양하고 부패를 척결하기 위하여 각 정부부처와 정부기관에 공무원 윤리기준정책(Policydokument)을 수립하였다. 2006년 스웨덴 재무부에서는 기초자치단체와 광역자치단체의 연합체(SALAR) 공동으로 부패문제에 대한 공무원들의 인식을 제고하고, 내부고발을 장려하고자 뇌물과 이해충돌 관리지침을 만들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공무원들에게 배포하였고, 지금까지도 이를 지키도록 독려하고 있다.

구성원들의 반부패 실천의지는 제도를 정착시키고 성공을 이끌어 내는 중요한 요인이다. 즉 스웨덴이 투명한 사회를 구현할 수 있는 것은 성숙한 시민사회를 이루는 구성원 전체의 노력 덕분인 것이다. 또한 객관적인 연구결과가 정책으로 실현되기까지 반복적인 토론을 거치고 공감을 통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을 일상적인 상식(common sense)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거나 아니면 제1야당의 대화거부 사례도 거의 없다. 뿐만 아니라 차를 마시고 담소하는 「피카(fika)」 문화와 서로 간에 적당한 거리를 두되 적절한 유대관계를 유지하는 「라곰(lagom)」 문화역시 합의 문화를 실천하는 배경으로 꼽는다.

한 가지 더 반부패를 실천하려는 스웨덴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을 꼽아보자면, 공직자 부정부패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들 수 있겠다. 대표적 사례로 모나 살린 전 부총리 사건이 있다. 모나 살린 전 부총리가 조카에게 줄 생필품(기저귀와 초콜릿 등) 2000크로나 (약 34만 원) 어치를 공공카드로 구입한 사실이 밝혀져 여론의 질타를 받고 결국 부총리직에서 낙마한 사건이었다. 스웨덴 기업들은 정부의 정책에 부응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투명경영을 실천하는 일환으로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중 눈에 띄는 것이 2002년 스웨덴 수상에 의해 발족한 「글로벌 책임을 위한 파트너십(Swedisch Partnership for Global Responsibility, SPGR)」으로, 스웨덴 글로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인권, 반부패, 친환경 옹호에 가치를 둔 자발적 활동문화이다. SPGR 활동은 기업의 투명성과 사회적 책임을 제고시키기 위하여, 다양한 영역에서 정부와의 활동을 조율하고, 세미나와 연구, 정보교환 업무 등을 하고 있다. 대다수의 다국적 기업들이 SPGR에 가입되어 있으며 정부와 기업체 간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대사관 등 해외 공공기관에서도 기업소개의 일환으로 SPGR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점은 기업의 수출신용장(export credits)을 CSR 촉진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데, ⌜스웨덴수출신용장보증이사회(Swedish Export Credits Guarantee Board)⌟는 모든 고객들에게 SPGR과 반부패 규제,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기업이 윤리경영을 실천하도록 정보공개가 활성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스웨덴의 사례가 우리나라 윤리경영에 주는 시사점

투명한 반부패 사회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스웨덴의 사례가 보여주고 있다. 이는 향후 선진국으로 도약하면서 동시에 깨끗한 사회를 이루고자 하는 우리에게 상당한 시사점을 내포한다. 먼저 경제적 환경과 클린사회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스웨덴을 포함하여 노르딕 국가들은 2016년 현재 일인당 국민소득이 5만 불이 넘는 부유한 국가들이다. 잘 사는 것과 투명한 나라가 되는 것의 상관관계가 높다는 사실은 최근 연구에서도 밝혀지고 있다. 개인이 잘 살면 부정부패를 저지를 유인이 그만큼 적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역시 현재의 3만 불의 벽을 넘는 경제구조를 갖는 것은 좀 더 투명한 사회로 나아가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과 같다. 둘째, 국가의 개혁정책과 시민들의 실천의지이다. 스웨덴은 국가가 위기상황에 직면하였을 때 오히려 역발상으로 정보를 공개하고, 부패척결을 위해 옴부즈맨과 같은 혁신적인 제도를 도입·개혁했다. 특히 내부고발자를 적극 보호해 주고 부패에 관한한 누구에게도 관용을 허락하지 않는 실천정신은 우리도 적극적으로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고 사료된다. 서로 간의 의견 차이를 인정하며 토론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내는 높은 시민의식은 이러한 질 높은 투명사회를 구현하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도 정부의 개혁정치뿐 아니라 학교, 직장 그리고 가정에서도 높은 시민의식을 함양하여 스웨덴보다도 높은 투명한 사회를 꿈꾸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시대적 소명으로 보인다.


참고
  • 「국내외 규제기관의 반부패 제도 동향 및 방통위 반부패 제도 개선 방안 연구」, 방송통신위원회, 2014.9
  • 김귀영, 「서울 청렴정책 개선방안 연구」, 2010년, 서울시정개발연구원
  • 김다경/박태인/김판석, 「북유럽 국가들은 어떻게 청렴한 나라가 되었는가? 스웨덴의 근대 역사적 발전 사례를 중심으로」, 정책분석평가학회보, 제26권 제1호. pp.139∼159
  • 김영두,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사례 검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 Rothstein, Bo. (2011). ‘Anti-corruption: The Indirect “Big-Bang” Approach’, Review of International Political Economy, 18(2): 228–250.
  • Teorell, J. and Bo Rothstein. (2015). ‘Getting to Sweden, Part I: War and Malfeasance,1720-1850’, Scandinavian Political Studies 38(3): 217-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