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리뷰
윤리적 기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윤리경영이 기업의 주요 경쟁력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기업의 다양한 경영 활동 중, 인사관리는 기업의 윤리경영에 있어 특히 중요한 분야이다. 기업윤리의 핵심인 사람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분야이며, 인사관리 영역에서 기업이 내리는 여러 의사결정은 임금수준, 성차별 등을 포함한 사회적 차원에서의 윤리적 이슈와도 밀접하게 연계되기 때문이다. 이번 보고서 리뷰에서는 먼저 박희준과 정민영(2010)의 「인사관리의 윤리경영」을 중심으로 인사관리 분야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윤리경영 이슈들이 있는지 살펴보고, 이후 쿠마르 & 에플리의 (2019) 「윤리적인 기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통해 인사관리분야를 비롯해 기업이 윤리적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인사관리 분야에서의 윤리경영 이슈
고용안정성의 저하와 비정규직의 증가
국내 기업의 인사관리에서 여전히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는 이슈로 고용안정성의 저하와 비정규직 증가가 있다. 정규직의 고용안정성 저하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저임금, 열악한 복리후생, 경력 개발 기회의 부족 등의 문제는 기업이 근로자들의 복지와 안전을 증대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윤리적 기준에 반하다는 점에서 주요한 윤리경영 이슈이다. 원청과 하청기업을 둘러싼 하도급 계약에서 보이는 윤리적 이슈도 유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지난 해 한국서부발전이 운영하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한 비정규직 청년의 사망 사고에서도 보듯이, 하청기업의 근로조건을 포함한 경영 전반이 원청기업과의 불균형적인 계약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청기업이 하청기업의 근로조건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모른 척하기는 어렵다.
성과 관리
성과 관리와 관련하여 직장에서 일어나는 근로자에 대한 감시 및 통제 역시 인사관리 부분에서 고려되어야 할 윤리적인 이슈이다. 기업의 성과를 증대시키기 위한 성과 관리 노력이 근로자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의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이는 근로자의 사생활 침해로 확대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잦은 초과근무나 장시간 근무를 유발함으로써 근로자들의 스트레스와 건강악화를 일으킬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기업의 성과 관리 역시 인사관리 부문에서의 주요한 윤리경영 이슈이다.
보상 관리
보상 관리는 기본적으로 근로자 당사자들이 기업으로부터 존엄성과 신뢰, 존경심 등을 받는지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기업은 보상 관리·체계를 통해 자사가 지지하는 가치와 윤리적 전통을 보여줄 수 있다. 한 기업의 보상체계를 통해 그 기업이 어떤 행위에 대해 보상을 제공하고, 또 어떤 행위에 대해서는 보상을 제공하지 않는지를 볼 수 있다. 보상 체계가 그 기업의 윤리경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보상 체계를 통해 근로자의 윤리적 행위를 독려할 수도 혹은 저해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기업의 주요 윤리경영 이슈라고 볼 수 있다.
윤리적 기업,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앞서 살펴본 인사관리 분야의 윤리경영 이슈들에 대해 인지하며, 이제 쿠마르 & 에플리(2019)가 제시하는 인사관리 부문을 비롯한 경영 전반에 있어 윤리적 기업을 만드는 방법을 살펴보자. 이들은 윤리적 기업을 만들기 위한 핵심은 단순한 신념에 관한 것이 아니라 윤리적인 기업문화를 ‘설계’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비도덕적인 개인이 독자적으로 비윤리적인 행동을 할 리스크보다 주위 환경, 맥락, 분위기 등에 의해 비윤리적인 행동을 저지를 리스크가 더 클 수 있기에 전체적인 맥락 즉 문화를 윤리적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리적 기업 문화 설계하기
윤리적 기업문화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윤리적 원칙을 가장 먼저 염두해두고, 윤리적 행동에 대해 다양한 보상을 제공하여 윤리가 직장 내 일상생활 속에 스며들 수 있는 맥락,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01_명확한 가치의 수립
먼저 윤리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기업에 널리 공유될 수 있는 명확한 원칙, 가치를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사명 선언문’ 등을 작성하고, 이를 길잡이 삼아 기업 전체의 전략 혹은 이니셔티브 등을 수립하여 전반적인 윤리시스템을 강화할 수 있다. 사명 선언문은 단순하고 간결하며 동시에 실행 가능하고 또 정서적인 울림을 줄 수 있어야한다. 이를 통해 기업의 윤리적 핵심 가치를 직원들에게 뚜렷하고 명확하게 각인시키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작업이다.
02_윤리적 가치에 기반한 판단
다음으로 의사결정의 순간에 윤리적 가치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구성원들이 어떤 일의 합법성을 넘어 그 일의 옳고 그름을 일상적으로 따져보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예로 어느 한 직원이 자신의 지인에게 일자리를 알선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기업이 그 지인을 도우면 필연적으로 다른 알지 못하는 구직자의 기회를 불공정하게 뺏게 되는 것이라는 점을 조직 문화를 통해 자연스레 상기시켜준다면 그 직원은 자기 행위의 옳고 그름을 되돌아보게 될 것이다.
03_인센티브
윤리적 결과와 인센티브, 보상을 연동하면 많은 윤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금전적 보상은 한계가 있을 수 있기에 보상 방식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타인에게 유익한 일을 할 수 있는 여러 기회를 명시적으로 제시한다거나 윤리적 행동을 실천한 직원에게 다양한 형태로 인정, 칭찬, 인증 등으로 보상할 수 있다. 또 이를 공개적으로 함으로써 향후 직원들의 윤리적 행동을 더욱 독려할 수도 있다.
04_문화적 규범
윤리적 기업 문화를 만들기 위해 중요한 네 번째 요소는 바로 직원들에게 동료나 주위 지인들의 윤리적 행동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해주는 것이다. “당신의 동료들의 열 중 여덟은 ~~ 윤리적 행동을 했습니다”라는 식의 말을 하며 사회적 규범에 호소하는 것은 듣는 사람에게 실제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렇게 더 많은 윤리적 규범을 기업 내 전파하고 강화하기 위해서는 사명 선언문을 실천하거나 모범적으로 행동한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어 이들의 사례를 지속적으로 알리고 인지시켜주어야 한다.
인사관리 부문에서 윤리적 기업 설계 실천하기
01_채용
기업에 대한 첫인상은 채용과정에서부터 시작된다. 기업이 추구하는 윤리적 가치를 채용 과정에서부터 강조하며, 이것이 자사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면접자에게 직접 보여줄 수 있다. 예컨대, 포춘 100대 기업 중 한 곳은 '고객 우선'과 같은 자사의 핵심가치를 반영해 면접 질문을 설계하여 지원자에게 핵심가치에 대해 설명한 후, 이를 중심으로 지원자의 경험을 공유해줄 것을 요청한다. 채용 과정에서부터 기업의 윤리적 핵심 가치를 강조하는 것이다.
02_평가
성과평가 제도를 설계할 때도 윤리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 한 예로 존슨앤드존스의 임원의 경우, 회사의 신조가 담긴 네 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다면평가를 받으며 여기에는 "비윤리적 문제에 타협하지 않는 환경을 조성한다"와 같은 평가 항목이 포함된다.
03_보상
금전적 혹은 비금전적 인센티브를 윤리적 결과와 연동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기업의 윤리적 핵심가치를 토대로 객관적인 성과지표를 사용하여 이를 측정해 결과에 따른 보상을 실행할 수 있다. 이 같은 성과지표와 그에 따른 적절한 보상은 기업의 윤리적 핵심 가치가 비즈니스의 성공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하고 직원들로 하여금 그 핵심가치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도록 독려한다.
* 참고 - 아미트 쿠마르(Amit Kumar), 니컬러스 에플리(Nicolas Epley) (2019) 「윤리적인 기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 2019년 5-6월 호 & 박희준, 정민영 (2010) 「인사관리의 윤리경영」, 『윤리경영연구』 12(2): 16-32
쿠마르와 에플리는 이처럼 윤리적 기업은 ‘설계’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은 선과 악을 모두 저지를 수 있으며 따라서 기업은 선한, 윤리적인 행동이 가능한 쉽게 발휘될 수 있도록 적절한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직원들의 직장 내 실제 환경과 맥락을 파악하고 윤리 원칙을 세우며, 다양한 인센티브를 통해 윤리적 행동을 보상하고 일상적인 관행에서 윤리적 규범을 적극적으로 촉진하는 등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