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O 37001 스터디
한국전력공사 사례
이번 호에서는 우리나라 전력 공급을 담당하고 있으며, 대표 공기업 중 하나인 한국전력공사의 ISO 37001 도입 과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관련 업무를 담당한 감사실 반부패청렴부 실무자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전력공사의 생생한 경험을 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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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상임감사위원
한마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전력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한전은 그 어느 공기업 보다도 대국민 신뢰가 매우 중요하며, 그 중심에는 반부패 청렴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최고경영진의 강한 의지를 담은 부패방지 경영방침와 목표를 설정하고 임직원의 청렴의식 함양, 취약분야 진단, 제도 개선 등 부패를 사전 예방하는 데 표준화된 시스템인 ISO 37001을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시스템 도입은 부패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기틀을 마련한 것일 뿐 적극적인 실천과 개선 노력이 없으면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없습니다. 우리 한전은 부패진단-개선-성과 피드백 등 일련의 부패방지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행해나가며, 투명하고 부패가 없는 조직문화 정착을 통해 국민에게 사랑받는 청렴한 기업으로 거듭나겠습니다.”
Q
작년 말 ISO 37001 인증을 획득하셨어요. 한전이 시스템을 도입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A

“대규모 조직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부패방지 시스템 필요” 한전은 전국 260여개의 사업장에서 2만3천여 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대표 공기업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전력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조직의 규모가 크고 대규모의 인원이 종사하고 있다 보니 아무래도 부패가 발생할 수 있는 취약 분야가 더욱 많을 수밖에 없는데요. 이 같은 특성을 고려해 저희 한전은 일찍부터 부패방지 제도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청렴에 대한 기준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주주를 비롯한 여러 이해관계자들도 당장의 수익률보다 기업의 경영 철학, 비전, 사회적 책임 실천여부 등을 점점 더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임직원을 대상으로 청렴윤리교육을 실시하고, 제도 개선과 처벌규정 강화 등 다양한 청렴활동을 시행하고 있지만, 사실 이런 활동들을 지속해나가더라도 개인의 일탈 등에 의한 일부 부패사건으로 인해 기업의 이미지와 신뢰도가 추락되는 것은 한순간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부분에서 저희와 같이 다양한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여러 임직원들을 보유한 대규모의 조직에서는 확률적으로 부패에 취약한 분야가 더 많을 수 있죠.

이런 점에서 한전은 기존의 청렴윤리교육이나 제도를 넘어서 전사적인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부패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한전은 우리나라의 대표 공기업로서 대국민 신뢰를 다시 한 번 드높이고, 부패행위의 발생을 제도적으로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하여 ISO 37001을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Q
도입 준비하는 과정에서 특히 어려운 점이 있었나요?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A

“대규모 조직의 세부적인 업무 상황 파악의 어려움” 한전은 ISO 37001 인증 단일 사업장 규모로는 국내 최대 규모입니다. 대규모 조직에 대한 부패방지경영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조직의 세부 상황에 대해 이해하고, 대내외 이해관계자들의 니즈와 기대 수준에 부응하는 부패리스크 평가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조직의 세부적인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조직과 관련된 이슈사항을 먼저 파악하고 이와 관련된 단위업무를 프로세스별로 분석하여 문제점을 도출해야 해요. 또한 업무 프로세스 상 문제가 발생하는 지점과 이해관계자들의 기대수준이나 요구하는 사항을 정확히 분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죠. 문제는 ISO 37001 도입의 주요 담당부서인 감사부서에서 전체 업무 프로세스를 세부적으로 파악하기가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본업이 있는 내부 조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대규모 조직의 세부적인 업무 상황 파악의 어려움”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 각 소규모 조직(실·부)별로 전담 담당자를 지정하여 ISO 37001의 필요성과 공감대를 형성, 전파했고, 세부 매뉴얼을 제정하여 전체 조직원들이 각자 업무에 대한 내용을 쉽게 분석하고 부패리스크를 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그 결과 업무 프로세스 상 어떤 과정에서 어떤 종류의 부패리스크가 발생하고 또 그 영향이 어떻게 파급되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되었어요. 이후 우리 회사 실정에 맞는 부패리스크 평가기준 제정도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Q
도입 이후 달라진 점이 있나요? 혹은 앞으로 변화가 기대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누구나 부패 수준 및 리스크 파악 가능, 반부패 관련 교육 등에 대한 비용 감소 효과” ISO 37001을 도입한 이후 제일 큰 변화는 임직원 누구나 쉽게 부패 수준을 알 수 있게 됐다는 점이에요. 크게는 단위그룹별에서 작게는 한 명의 담당자 업무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조건과 상황, 이슈, 이해관계자에 따른 부패 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어요. 뿐만 아니라, 고유·잔여 리스크 분석으로 정량화된 부패지수의 현재와 미래를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를 토대로 전사의 부패방지 목표를 설정하고, 업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패와의 연결고리를 사전에 제거하는 제도개선 의무화를 도입해, 단위업무별 우선순위에 따라 리스크를 제거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궁극적으로 업무 전반의 투명성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중장기적으로는 반부패 체계 정립을 통해 업무 과정에서의 불필요한 비용 발생이나 비공식적 지출, 직원들 대상의 재교육 비용 등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해요. 또한 조직에 대한 내부 구성원들의 신뢰와 만족도가 높아져 우수 인력의 확보·유지 뿐 아니라 조직 생산성 증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
도입을 준비하는 기업에게 한전만의 팁을 주실 수 있나요?
A

“설명회 시행과 사전자료의 충분한 수집”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도입해 적용하더라도 그 시스템의 필요성에 대한 조직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그 시스템은 무용지물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부패척결에 대한 최고경영진의 굳은 의지와 더불어 조직원들의 협업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죠.

본격적으로 ISO 37001을 도입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사전에 부패방지 경영시스템 도입의 필요성과 조직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회 등을 시행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조직 전체에 대한 담당업무 분류, 업무 프로세스 분석, 조직 관련 대내외 이슈사항 파악, 그리고 이해관계자들의 니즈와 기대사항에 대한 사전자료를 충분히 수집하고 분석하세요. 체계적인 부패리스크 평가 시행에 도움이 될 겁니다. 하지만 이 모든 절차가 단순히 ISO 37001 인증 획득을 위한 1회성으로 머물러서는 안 되며, 지속적인 개선과 시정조치가 뒤따라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PDCA(Plan-Do-Check-Action)1) 구조에 따른 계획을 수립·실행하고 성과에 대한 검증을 통해 지속적인 개선을 한다면 청렴하고 부패가 없는 조직문화가 형성이 되어 부패예방에 탁월한 부패방지 경영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1) PDCA : 계획-실천-확인-조치를 반복해서 시행하여 목표 달성하고자 하는 데 사용하는 기법
다음 호에서는 새로운 기업과의 인터뷰를 통해 ISO 37001 도입 과정에 대한 경험담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