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돋보기
환경 가치, 기업의 경쟁력이 되다

체르노빌 원전사고부터 태안의 원유 유출사고까지 지구는 각종 산업 재해로 신음한지 오래다. 코로나19 역시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이라는 분석이 많다. 환경보전은 더 이상 환경단체들만의 구호가 아니다. 21세기 시장경제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주체 중 하나인 기업이 환경을 외면한다면, 인류의 역사는 21세기에서 끝날 지도 모른다. 이번 사례돋보기에서는 산업 활동으로 인한 분야별 환경재해 사례와 함께 환경 가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글로벌 기업 동향을 두루 살펴보고자 한다.

화석연료, 지구를 열 받게 하다
샘플이미지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 자본주의 생태계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인류의 전례 없는 야생동물 서식 지역 침범, 공장식 축산 환경, 도심의 인구밀집,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등이 코로나19의 발생과 확산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그중 온난화는 코로나19 같은 인수공통 바이러스의 발생 배경으로 지목받고 있다. 지구가 더워지면서 육지와 바다의 동물들이 적절한 기온과 수온을 찾아 북극과 남극 방향으로 이동했고, 서로 만나지 않았을 동물들이 조우하면서 감염병을 나눠가지게 됐다. 이렇게 발생한 병원체를 가진 야생동물을 사람이 포획, 섭취하거나 가축을 통해 전염되어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석탄·석유 같은 화석에너지의 과다 사용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다. 화석에너지가 기후변화의 큰 원인으로 지목되자 여러 곳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환경단체만이 아니다. 산업계도 화석에너지의 사용을 지양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계 에너지 업계는 사업의 방향성을 새롭게 정립했다. 재생에너지 분야다. 영국의 브리티시페트롤리엄, 네덜란드의 로열더치셸, 프랑스의 토탈 등 에너지 관련 기업들은 잇따라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석유 생산이 주력인 업체들이 석유 채굴 비중을 낮추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에너지기업들의 변신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유가 등이 급격한 가격 변동성을 보이면서 석유 관련 사업이 리스크가 됐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등을 이유로 탄소세 등이 부과되면서 석유 같은 화석연료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판단도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최근 보고서에서 석유 수요가 지난해 수준을 회복하는 것은 2022년에나 가능하지만 재생에너지는 올해 유일하게 생산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글로벌 투자금융계는 기후변화를 투자리스크라고 명명하고 탄소저감을 실천하지 않는 기업에는 투자를 줄이거나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는 올해 1월 주요 기업에 보낸 연례 서한에서 투자 결정시 ‘환경 지속가능성’을 핵심목표로 삼겠으며, 석탄 생산 기업을 포함해 환경 지속가능성과 관련해 높은 위험이 있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기업의 탄소저감 활동을 독려하기 위한 국제 이니셔티브인 TCFD(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를 지지하는 금융기관들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 영국·프랑스·캐나다 등 7개 정부 기관과 전 세계 1,057개 금융 및 비금융 기관이 지지를 선언했고, 우리나라에서는 신한금융·KB금융 등 7개 기관이 지지를 선언했다. 환경의 지속가능성이 자본주의의 첨병인 금융투자와 기업의 사업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것이다.
플라스틱, 식탁 위로 돌아오다
샘플이미지 낙동강 페놀 유출사건은 1991년 구미공업단지의 두산전자에서 두 차례에 걸쳐 각각 페놀 30톤과 1.3톤을 낙동강으로 유출시킨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대구광역시 등 낙동강 유역의 피해를 입은 지역에서는 두산그룹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였고, OB맥주는 크라운맥주에 1위 자리를 빼앗겼다. 결국 두산그룹은 OB맥주를 포함한 각종 소비재 계열사를 매각하고 2000년대 들어 인수합병 등을 통해 중공업 분야로 진출했다. 페놀 사태는 두산그룹의 운명을 결정한 사건이었던 셈이다.
오늘날 수질오염에서 주요 이슈는 플라스틱이다. 썩지 않고 몇 백년간 바다를 떠도는 플라스틱은, 물리적으로는 부서져도 화학적으로는 변하지 않아 먹이사슬을 타고 식탁 위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 얼마 전 미국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다. 다양한 국가에서 시판 중인 생수를 조사한 결과, 제품의 93%에서 플라스틱 조각이 검출됐다는 것이다.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유해성 연구는 임상실험 등에서 제한이 많아 현재 동물과 미생물 수준에서 진행 중이다. 2017년 건국대 환경보건과학과 연구팀의 발표에 따르면, 1L당 5mg의 농도로 미세플라스틱을 넣은 물에 국내에 서식하는 물벼룩을 노출한 결과, 물벼룩 알의 83%가 부화하지 못했다.
유럽연합은 플라스틱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전격적인 규제를 실시한다. 내년부터 유럽연합 내 국가에서는 포크, 나이프 등 10가지 품목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2025년까지 식품 포장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봉투 사용량을 현재보다 25% 감축해야 하며,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포장재와 병 모두 재생 가능한 소재를 써야 한다.
화학업계는 경쟁적으로 재생 플라스틱 연구에 돌입하고 있다. 각국의 플라스틱 규제가 강화되고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도 거세지고 있는데, 플라스틱 수요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석유협회 보고서에 의하면 화학제품 수요는 2030년까지 약 30%, 2050년까지 60%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음식물쓰레기와 분뇨, 버스를 달리게 하다
샘플이미지 미국의 나이아가라 폭포 근처에는 죽음의 땅이라 불리는 러브커넬 지역이 있다. 1942년~1950년 후커 케미컬사는 이 지역을 화학 폐기물 매립장으로 사용하고 진흙으로 덮어 폐쇄했다. 20년 뒤 1970년, 이 지역에 입주한 주민들은 유산, 기형아 출산, 알 수 없는 두통과 피부병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화학 폐기물을 매립했던 진흙 폐기층이 무너지면서 발암 물질 등이 흘러나와 토양을 오염시켰던 것이다. 1978년 미국 정부는 이 지역을 환경재난지역으로 지정하고 1억 달러 이상을 들여 복원사업을 시도했지만 아직까지도 문제를 깨끗이 풀지 못하고 있다.
토양오염의 주요 원인은 음식물쓰레기, 비닐 등의 생활 폐기물과 중금속 등의 산업 폐기물, 농업 및 축산업과 관련된 오염물질 등이 있다. 이중 축산업은 전체 온실가스 발생량의 51%를 차지한다. 전 세계 교통수단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13%인 것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수치다. 그래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많은 나라가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저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 캐롤라이나주는 양돈농가를 대상으로 분뇨 처리 계획 관리에 대한 6시간의 실습교육을 받게 한 뒤 시험을 치른다. 합격하면 5년간 유효한 면허증이 발급되며 매년 10달러의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유럽연합은 국가별 축산 배출물을 줄이기 위한 규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가축 분뇨 전자인계관리 시스템을 통해 가축 분뇨의 배출, 운반, 처리 전 과정을 인터넷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분뇨 관련 오염물질을 재처리하는 방법 중 흥미로운 분야가 있다. 바이오가스다. 바이오가스는 음식물쓰레기, 동물의 배설물 등 유기성 폐기물로부터 형성된 가스 형태의 에너지원으로 기존 천연가스와 유사해 천연가스 인프라로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스웨덴 스톡홀름시는 대중교통의 95%가 바이오연료차로 운행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연방(UAE)에서 1만 3천여 두의 젖소를 기르는 알 라와비 목장은 바이오가스 생산시설을 통해 에너지를 이용하고 남은 부산물로 1일 10톤의 비료를 생산하여 목장 악취를 80% 정도 감축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똥의 재발견인 셈이다.
지구, 대체할 수 없는 삶의 터전
코로나19의 대유행은 폭증하는 인구와 환경오염을 견디지 못한 지구가 자가 치유를 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씁쓸한 이야기다. 인류는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는 지구를 떠날 수 없다. 우리가 살아갈 터전은 지구뿐이다. 기업은 그런 지구를 지킬 수 있는 강력한 주체다. 22세기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바로 지금 지구를 지켜야한다. 기업들의 부단한 혁신과 소비자들의 녹색소비에 인류의 미래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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