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리뷰
기후리스크, 친환경 포토폴리오로 신규 시장 창출해야

기후변화는 기업에 어느 정도의 리스크로 작용할까. 단기간에 큰 변화를 가져오진 않겠지만 기후의 변동성, 변화 속도를 생각하면 기업이 기후변화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밸류체인(가치사슬) 상에서는 재난으로 인한 물리적 피해, 원자재 및 상품 가격 상승으로 인한 비용 부담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외부적으로는 기후변화 대응 정도에 따라 기업의 평판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정부의 규제도 위험 변수 중 하나다. 산업별 리스크 정도를 파악하고 기업의 경영활동별 세분화된 대책이 필요한 때다.

나날이 커지는 기후변화 리스크
기후에너지솔루션센터(Center for Climate and Energy Solution)가 S&P 글로벌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겨우 28%만이 기후영향평가를 수행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보다 더 낮은 18%만이 기후영향평가 전문 툴이나 모델을 이용해 기후 리스크를 평가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기후변화 대응을 미루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기후변화 관련 정부 정책이 변하고 있고, 소비자의 제품 선호도가 바뀌고, 원재료 등의 가격 변동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기업은 기후 관련 리스크를 인지하고 예측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기후 리스크(Climate Risk)는 크게 6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밸류체인 리스크와 외부 이해관계자 리스크로 나뉠 수 있다.
[비즈니스에 미치는 기후변화의 리스크]
벨류체인 리스크
외부 이해관계자 리스크
밸류체인 리스크
먼저, 물리적 리스크(Physical Risk)는 기후변화로 인프라 및 기타 자산에 입게 되는 피해를 말한다. 즉, 산불, 홍수, 허리케인 등 이상기후의 발생이 점차 빈번해지고 강도가 심해지면서 기업은 자사 공장이나 공급망 설비에 피해를 입게 된다. 세계 최고 권위의 의학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따르면 홍수, 가뭄, 폭풍 등 기후 관련 재해의 발생 빈도와 강도는 1970년대 이후 눈에 띄게 증가했다.
물리적 리스크는 통제가 불가능하지만 기업은 발생 가능한 변화에 대한 대응책을 도입함으로써 대비할 수 있다. 먼저 여러 시나리오를 예측해야 한다. 기후변화 모델링 전문기업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기후 예측을 통해 지역별 홍수, 가뭄, 해수면 상승 등 심각한 리스크 발생 확률과 온도, 습도, 강우량 등 주요 지표에 대한 장기적 변화 추세를 파악할 수 있다. 이후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어느 사업 부문이 취약한지 확인하여 다양한 리스크 완화 프로세스와 기술 표준 등을 도입하고 이행할 수 있게 된다. 장기적으로는 공급망 설비를 다양한 지역에 분산시키거나 중복해 건설하고, 기후 리스크가 높은 공급업체나 지역을 피하는 등의 대응책을 활용할 수 있다.
둘째, 가격 리스크(Price Risk)는 원재료나 상품의 가격 변동성 증가를 의미한다. 가뭄으로 물 가격이 높아지고, 기후 관련 규제가 도입되면서 에너지 비용이 상승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하이테크 및 신재생에너지 업계는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 TV, 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희토류1)의 가격 상승 리스크에 직면하게 된다. 지난 십여 년간 자원 가격은 상승했으며 변동성도 커졌다. 여기에 불안정한 기후까지 가세하면 기업의 생산, 에너지, 수송, 보험 관련 불확실성은 더욱 커진다.
이케아(IKEA)는 에너지 자립 실현을 위해 전통적 에너지원을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고 있다. 에너지 자립 달성을 통해 미래 에너지 비용이 예측 가능해지면 글로벌 에너지 가격 변동으로부터 회사를 보호할 수 있게 된다. 앞으로 점차 많은 기업들이 전략적, 경제적 목적으로 ‘독립형 발전 형식의 오프 그리드2)(Off Grid)’를 추진하게 될 것이다.
셋째, 제품 리스크(Product Risk)는 제품이 고객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가능성을 의미한다. 제품 리스크는 기후변화 상황에서 비교적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러 산업에서 친환경 제품이 새롭게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건설 및 인프라 부문에서는 전지자동차 충전소, 에너지 고효율 건설 기술 등 친환경 도시에 적합한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가 개발되고 있다. 특히 리테일, 소비재 등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는 친환경 제품에 기꺼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에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한 가지 방법은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고 재활용이나 재사용이 가능한 ‘지속가능성 디자인’을 도입하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기업의 이익이 기후변화 완화 및 적응과 일치하도록 기업 전략을 재정립하는 것이다.

1) 란타넘, 세륨 등의 원소를 일컫는 말로 희귀 광물의 한 종류. 채굴과 가공과정에서 환경오염을 야기한다. 선진국이 자국 생산을 꺼리는 이유.
2) 외부로부터 공공 수도나 전력 따위를 공급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에너지를 만들어 쓰는 생활 방식.

외부 이해관계자 리스크
먼저, 평가 리스크(Ratings Risk)는 탄소배출권 거래제, 공급망 혁신, 제품의 노후화 등으로 인한 자본비용 증가 가능성을 뜻한다. 평가 리스크는 산업 간, 그리고 산업별, 기업별로 다르게 나타나지만 탄소집약적 기업들도 이에 대한 관리를 시작할 수 있다. 이미 4,000개 이상의 기업들이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Carbon Disclosure Project)에 자사의 탄소 배출량을 공개하고 있다. 메이저 정유 기업들은 전략적 의사결정 시 내부적으로 탄소 거래 가격을 고려한다.

둘째, 규제 리스크(Regulation Risk)는 기후변화로 인한 정부의 각종 규제를 의미한다. 비용 상승을 초래하거나 특정 사업 활동을 저해하는 새로운 규제의 도입, 경쟁사에 유리한 보조금 지급, 자사에 지급되던 보조금의 폐지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여러 산업에서 정부는 시장경쟁의 판도를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각국 정부는 기후변화 가능성에 여러 가지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이는 필연적으로 산업 전망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은 2020년까지 7개 지역에서 탄소거래제를 시작할 예정이다.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는 전력 발전원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원을 사용할 것을 의무화하는 신재생에너지 포트폴리오 기준을 도입했다. 한 가지 복잡한 문제는 기후변화 관련 정책이 국제적, 국가적 차원에서 수시로 변경되며 대선 등의 선거 결과에 따라 추진 속도도 달라진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기업은 장기적 투자 및 사업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그래서 규제 리스크 관리를 도입해야 한다. 미래 규제에 대비하는 첫 번째 단계는 도입 가능한 여러 정책 안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규제 및 정책 변화에 기업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상태에 있도록 기후변화에 대한 내부 전략을 개발하는 것이다. 마지막 단계는 규제당국, 산업 단체 등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해 그들의 시각을 이해하는 것이다.

셋째, 평판 리스크(Reputation Risk)는 대중들이 기업 활동이나 위치를 부정적으로 생각함에 따라 발생하는 손실 가능성을 말한다. 기업의 기후변화 관련 평판이 나빠지면 소비자 불매운동, 지역사회 반대시위 등으로 매출에 타격을 입게 된다. 또한 규제 환경과 투자자 관계도 악화되며 현재 및 미래 인력 채용에 있어서도 불리해진다.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은 탄소배출량 정보를 공개할 것을 촉구하고, 기후변화로 물리적 피해를 입었거나 기후 관련 규제로 사용이 불가능해진 ‘좌초자산(Stranded Asset)'에 대한 우려도 표출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은 기후변화 전략 도입을 위한 공개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니레버(Unilever)는 1995년 이후 탄소이용률을 40% 개선했다. IBM도 공급업체에 엄격한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적용하는 등의 노력으로 미국 환경보호국으로부터 공급망 리더십을 인정받아 2013년 기후 리더십 어워드를 수상했다. 포춘 500대 기업은 하나 같이 지속가능성을 위한 자사의 노력을 널리 홍보하고 있다. 아직도 갈 길이 멀기는 하지만 순조로운 첫 걸음을 뗐다고 볼 수 있다.
기후리스크, 기업의 새로운 도전 과제
기후변화는 이제 기업에 있어 마케팅이나 사회공헌이 아닌 근본적인 사업의 전략 차원에서 대응해야 할 과제가 되었다. 기후변화로 인한 각종 재해는 기업의 가치사슬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이는 고스란히 원자재의 가격변동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제 기후리스크는 기업이 극복해야 할 새로운 사업적 과제다. 해결책은 지속가능한 친환경 정책과 기존의 기술을 뛰어넘는 혁신일 것이다.


참고 자료 – 『리스크의 다른 말은 ‘새로운 가치 창출’ 친환경 포트폴리오로 어려움에 맞서야』 DBR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