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돋보기
플랫폼 경제의 성장과 플랫폼 기업의 미래
(“타다”의 사업 철수 vs ‘‘우버“의 승인 전략)

상품과 서비스를 거래하는 시장이 서로의 호의에 기반한 협력적인 소비로 연결되고 이타적인 행위로 교환되는 인간중심적인 경제활동이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부각되고 있다. 개인의 자율성을 증대하고 공동체의 통합을 촉진한다는 ‘공유경제’1)의 스토리텔링은 다양한 플랫폼 기업의 등장으로 더욱 확산되었다.



플랫폼 기업의 비전과 의심
디지털 기술 혁신은 플랫폼이라는 전자적 형태를 근간으로 하는 경제 양식을 창출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알고리즘 인공지능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과업을 통제하고 결과를 평가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였고, 시장 거래 비용을 플랫폼으로 최소화할 수 있는 혁신 스타트업들은 구산업과 레드 오션 시장을 대체하는 신산업의 아이콘이자 블루 오션의 상징이 되었다.

시장의 효율성과 조직의 위계체계가 경계를 지우며 혼합되는 하이브리드적 기업형태는 경제적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사용자에게 시장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해주고, 소비자에게는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적 신뢰와 가격하락을 동시에 실감하는 편익을 제공했다. 그리고 노동자에게도 자율적인 선택을 존중받고 노동시간과 직무 강도에서 자기 결정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공유경제’의 장밋빛 전망이 플랫폼 기업으로 구현되리라고 환영받았다.

그러나 플랫폼 기업에 대한 금융시장의 환대나 여론매체의 찬사에도 불구하고 비판적인 인식도 증대되고 있다. 부분적인 기술혁신을 권력도구로 휘두르며 시장경쟁을 조정하는 정당한 규범을 무시하거나 기업에 부과되는 법적 규제를 회피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플랫폼 스타트업의 성장은 그동안 많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며 만들어진 경제 규칙을 해체한다는 회의적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타다 철수” : 불안한 혁신과 사회적 갈등
2015년 소위 ‘우버금지법’이라고 불리는 ‘여객자동차법’ 개정은 공유 모빌리티 기업의 합법화와 함께 새 사업시장을 열어놓았다. “타다”는 2018년 10월 택시면허취득이나 운전자 자격조건 같은 운송사업의 규정을 벗어나 관광업자에만 허용된 승합차 렌터카 사업 허가를 차용하여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쏘카”의 카니발 차량과 “VCNC”의 플랫폼 앱을 기반으로 하는 “타다”는 운전자를 포함한 일종의 렌터카 사업으로 승인받자마자 서비스의 차별화와 이용의 편의성에 힘입어 소비자의 호평과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단기간에 수요가 급증하고 자본시장에서의 투자가치가 높아지며 실제적인 경제성과에 관한 문제제기와 상관없이 “타다”의 성공신화는 계속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한국적 플랫폼 기업의 상징으로 등극한 “타다”를 향한 긍정적 평가가 높아질수록 갈등의 골도 깊어져 갔다. 법적 공백을 이용한 “타다”의 사업전략에 대한 불만이나 택시업계의 반발은 운송사업 전반의 플랫폼화에 대한 논란에 불을 붙였다. 신산업과 구산업의 경쟁이나 혁신 기업과 제도 규제의 대립으로 단순화된 논쟁은 이해당사자 사이에서의 자율적 타협이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는 실패하고 결국 사법적 판단이나 정치적 결정의 손에 내던져지고 말았다.

‘불법유사택시’ 행위로 기소되었지만 2020년 2월의 판결은 “타다”와 이용자의 관계를 플랫폼 앱을 이용한 단순한 매칭행위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자동차 대여사업에 대한 기존 법규를 형식적으로 적용한 무죄 판결은 “타다 사태”의 종결이 아니었다. 1심의 무죄판결은 오히려 비판여론을 부추겨 시민사회의 광범위한 항의와 정치권의 ‘타다금지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이와 동시에 “타다”는 새로운 법안에서 주어진 유예기간을 통한 출구전략이나 다양한 중재안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비용부담이나 택시운송사업과의 동일한 규정적용에 반발하며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타다”의 즉각적인 사업 철수나 기본 서비스 중단은 한국 사회에서 플랫폼 기업의 혼란스런 현주소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우버 승인” : 노동권 논쟁과 사회적 승인
“타다”의 롤 모델이었던 “우버”의 등장과 성장, 그리고 글로벌 차원에서의 논쟁은 더욱 드라마틱하다. 공유경제의 선구자이기도 한 “우버”는 기술적 혁신과 사회적 가치가 결합된 플랫폼 기업 생태계를 자생적으로 구축하며 독자적인 사업영역을 개척했다. 전통적인 운송사업의 한계를 노리고 틈새시장의 공략에 성공한 “우버”는 지속적인 투자유치나 부대사업에서 확보한 교차수익을 통해 적자를 보전하고 글로벌 성공의 가도를 질주하였다. 이제 “우버”는 단지 사업모델이 아니라 장기적인 경제후퇴나 만성적인 실업상황을 해결하는 게임체인저로 상정되었다.

그러나 “우버”가 시장 자유주의의 전도사나 자기 계발의 교과서라 자부할수록 그 실체적 결과의 의미를 되짚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광고·선전에서 보여주는 ‘공동체 연대’라는 상투적인 슬로건이나 강제된 노동에서 해방이라는 허상들은 그 종사자에 대한 근로자 지위와 고용의 종속성을 둘러싼 내외의 사법 판결이나 사회정치적 공방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2) “우버”가 개별적인 합의 또는 금전적 보상이라는 계약상의 여러 방탄 조항들을 통해 사태를 진화하기 위해 노력할수록, 미진한 노동법을 보완하거나 노동권 보호 규정을 일반화하려는 제도들의 반작용 역시 강화되었다.

사법적 투쟁이나 정치적 로비 과정에만 몰두하던 “우버”가 마침내 직면한 결정적인 위기 앞에서 채택한 전략은 파격적이었다. “우버”는 새해에 전격적으로 시행된다고 고지되었던 ‘캘리포니아 노동법’ 개정에 맞서 그동안 부정해왔던 드라이버와의 집단적인 타협안을 적극적으로 체결하고, 나아가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청을 자발적으로 수용했다. 공유 모빌리티 종사자에 한해 ‘노동자’ 지위를 철폐하고 ‘독립자영노동자’라는 예외조항으로 면제받기 위해 알고리즘에 의한 노동통제나 과도한 사후평가를 조정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제한적이지만 “우버”가 금융시장이나 기업 활동에서 취득한 경제적 이득을 우버 드라이버의 노동 참여 및 서비스 성과를 평가를 통해 나누려고 하는 일련의 조치들은 그들에게 드리운 부정적인 그림자를 지우고 사회적 승인을 받는 데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물론 “우버”의 변화는 오랜 논쟁의 결실이자 계속된 압력의 결과다.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정당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제도의 강제로만 지속될 수 있다는 것에는 이의가 없다. 하지만 플랫폼 경제의 대표주자로서 “우버”가 새로운 공유 모델을 채택한 것은 플랫폼 기업의 전형적인 사업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타다” 사태와 비교하여 여러 울림을 준다.
  • 공유경제(The Sharing Economy)는 상호 호혜나 선물로 증여되는 경제활동을 통해 공동체의 사회적 안정을 강화하고 경제적 후생과 사회적 형평성을 전체적으로 증대하는 역사적인 경제 형태임과 동시에 디지털 기술을 통해 새로이 출현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는 새로운 경제양식이다.
  • 우버 드라이버가 노동자인지 독립적인 자영업자인지에 대한 논란은 그 사업 시작부터 계속되어왔다. 특히 유럽 시장에 진입한 이후 유럽 각국의 노동법 관련 조항에 따른 사법적 심판 과정은 계속 증가해왔다. 우버 드라이버가 노동자로서 실업에서 산업재해에 이르기까지 법에 규정된 정당한 보호조치를 받아야 한다거나 공정한 배상을 획득해야한다는 적극적인 판결들은 플랫폼 노동 전반을 포함하려는 사법 개혁의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