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리뷰
플랫폼 노동의 확산과 플랫폼 경제의 과제 장지연 외(2020), 『디지털 시대의 고용안전망–플랫폼 노동 확산에 대한 대응을 중심으로』, 한국노동연구원.

플랫폼 경제의 출현은 기존 산업에 충격을 가져온 것으로 끝나지 않고 노동시장이나 고용관계에 극심한 변화를 가져왔다. 혁신 경제와 제도 규제 사이에서 일방적 선택을 강요하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플랫폼 경제가 초래하는 현상을 냉정히 진단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하지만 자동화 사회에 관한 ‘노동의 종말’이나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일방적 주장을 강조하는 극단론과 거리를 두며 플랫폼 노동의 위험에 맞서 어떻게 고용의 안정성을 제도화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이제 출발점에 서있을 뿐이다.

플랫폼 노동의 기회와 위기
샘플이미지 디지털 알고리즘이 단순한 재화 교환을 넘어 서비스 거래를 중개하면서, 과업을 세분화하고 아웃소싱을 가속화하는 것은 노동시장의 새로운 유행이 되었다. 플랫폼을 통해 노동과정을 통제함과 동시에 알고리즘 모델에 따라 가격과 보수의 등급을 결정하고, 이와 연계하여 소비자의 실시간 평가를 성과관리의 피드백으로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영모델로 나타났다. 플랫폼 경제 활동이 급속하게 성장하며 고용 생태계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플랫폼 경제 시스템 안에서 플랫폼 노동은 공간의 경계에 따라 ‘웹’ 기반과 ‘지역’ 기반으로, 과업의 크기에 따라 단순하고 일회적인 ‘초단기 마이크로 과업’, 일정한 역량이 요구되고 일정 기간 동안 지속하는 ‘메조 과업’과 충분한 전문성을 요구하는 장기 프로젝트 중심의 ‘매크로 과업’으로 분류되지만, 그 고용 유형과 직무체계는 계속해서 혼합되고 또 변형되고 있다. 또한 플랫폼 노동에 대한 개념 규정이나 측정 방법, 범주 구분에 따라 그 정도와 규모에 대한 분석에도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연구 결과를 인용하더라도 플랫폼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고용 형태나 임금 체계의 틀이 구조적으로 변화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플랫폼 경제의 확대는 고용의 양적 증대를 가져오고 청년세대나 취약계층에게 노동 시장 진입과 취업 기회를 확대하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폐해 역시 적지 않다. 플랫폼 기업은 크라우드 아웃소싱의 적극 실현을 통해 노동시장의 파편화를 강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플랫폼 경제활동이 노동과정의 고전적 통제기법인 테일러리즘1)의 업무관리를 디지털 기술로 더욱 치밀하게 강제하는 디지털 테일러리즘화를 촉진하는 경향 역시 부수적 피해나 과도기적 상황으로만 귀결될 수 없다. 성공사례들이 제도적 공백을 이용하여 네트워크를 독점한 것에 기인하거나 금융자본의 투자가치에만 의존한 일시적 효과에 불과하다면 전체 경제체제의 효율성을 저해하리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플랫폼 노동의 보호와 제도 개혁
샘플이미지 모호한 제도로 규제하거나 기존 규칙만으로 구속할 수 없는 플랫폼 경제의 파괴적 혁신을 부정하지 않지만, 그 창조적 활동에 동반되는 적실한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는 책무는 이제 필요조건이 되었다. 플랫폼 경제정책이 기존 제도의 공백이나 약화된 고용 보호의 틈새를 악용하는 “규제차액거래”2)을 겨냥하거나, 주장과는 반대로 공정한 경쟁을 억압하는 왜곡된 혁신을 통제하려는 노력은 이제 글로벌 차원에서 계속되고 있다. 정당한 시장 규범을 준수하고 합법적인 기업 활동을 보장받는 것은 플랫폼 경제의 입장에서도 안정된 성장의 통로이자 사회적 논란을 일거에 불식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실행되어왔던 여러 판결 사례나 노동법 개혁은 플랫폼 경제의 발전을 선제적으로 규정하고 플랫폼 노동에 대한 제도적 보호 장치를 마련하려는 다각적인 기획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AB 5법’은 미국 노동시장에서 자의적으로 혼용되어온 노동자 분류체계를 플랫폼 경제의 출현에 걸맞는 조항으로 확정하고자 한다. 이는 기본적인 노동권을 부정·축소하려는 고용주의 자의적인 시도를 심판하려는 사법 동향을 대표하는 것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노동법 개혁’ 또한 플랫폼 경제의 발전이 낳은 고용관계의 복합성을 법적 질서 내에서 재정의 하려는 조치의 일환이다. 회색지대로 던져진 불안정한 지위의 노동자를 보호함과 동시에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명시하려는 공공적 의지들이 여기서도 분명하게 표출된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을 보호하려는 시도가 노동권의 보편적인 인정 없이 여전히 개별적 사건들에 관한 제한적인 사법적 판결이나 온갖 면제조항으로 누더기가 된 제도적 타협책에만 의존하는 현실은 오히려 실질적인 고용 안정을 가로막는 주요한 장애가 되고 있다. 노동시장의 현실을 외면한 채 계약 자유나 경제 혁신만을 강조하는 일방적인 시장논리는, 혁신경제로의 공정한 전환을 뒷받침하는 제도 개혁을 후퇴시키고 사회적 갈등만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플랫폼 경제의 발전과 사회개혁
플랫폼 노동의 고용불안에 대응하는 정책마련은 플랫폼 경제의 지속을 위해서라도 엄밀하게 구성되고 시급히 추진되어야 한다. 노동법 조항들의 보충 수정이나 사회보험의 편의적 확대가 아닌 사회보장 패러다임의 전면적인 변화가 플랫폼 노동의 보호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혁신 경제로의 도약을 위한 진정한 ‘플랫폼’이 될 것이다. 복지정책을 주도했던 담대한 사회 개혁이 선진국의 장기적 경제 성장이라는 역사적 결과물로 돌아온 것처럼, 플랫폼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라도 새로운 사회적 협약이 준비되어야 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휘몰아쳤던 시장사회의 지배에 저항하며 노동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결합하려했던 유럽연합의 복지체제 개혁은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전국민 고용보험’을 실행하려는 한국 사회의 도전에 유의미한 비전을 제시해주고 있다. 신기술의 출현이나 경제 이익의 분배만으로는 충족될 수 없는 플랫폼 경제의 성숙은 오직 플랫폼 노동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는 제도적 변혁 속에서만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자유에 관한 왜곡된 논의들이나 금융자본의 투기적 이해관계와 단절하려는 플랫폼 경제의 새로운 물결은 경제적 혁신의 함의를 새롭게 충족시키고 있다. 플랫폼 노동의 안전을 보장하고 사회적 가치를 재구성하려는 일련의 실험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출현하고 있는 것이다. 시대 전환이라는 과제는 기술혁신이 경제 혁신으로, 나아가 사회 혁신으로 순환하고 결합하는 사회적 협약들 속에서만 온전하고 정당하게 완수될 수 있다.
  • ‘테일러리즘(Taylorism)’은 20세기 초반 프레드릭 테일러에 의해 시도된 노동과정의 과학적 직무관리방법이다. 행태과학의 시간동작연구에 입각하여 생산의 효율성을 최적화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테일러리즘을 통해 경영자들은 노동자의 행위양식을 규율하여 그동안 장인노동계층이 보유할 수 있었던 숙련기술을 단순화하고 작업방식을 통제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아가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을 분리하여 구상이나 계획, 그리고 실험 등의 노동의 인지적이고 창조적인 ‘암묵지’ 영역을 노동자로부터 박탈함으로써 산업조직과 노동양식을 철저하게 자본의 의도에 따라 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 규제차액거래(Regulatory Arbitrage)는 거래를 통해 얻어지는 경제적인 실질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거래의 공정성을 판단하는 제반 규제 사이의 공백이나 조치들의 간격을 이용하여 거래구조의 실체적 현실을 은폐하거나 법적 처벌들을 회피하는 일련의 거래행위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