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리뷰
공정임금 및 임금분포공시제 연구
올해 12월, 우리나라에도 임금분포공시제가 도입된다. 고용노동부는 임금정보시스템을 통해 매년 정기적으로 기업 규모·산업 등 기업 특성을 기반으로 성·연령·학력·근속년수 등 근로자 속성을 교차 분석해 공개할 예정이다. 구직자 및 근로자들에게도 의미 있는 정보가 제공되고, 임금격차가 줄어들 거라는 기대와 함께 사회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보고서 리뷰에서는 공정임금 제도의 필요성과 임금차별의 실태, 해외 임금차별 해소 및 임금정보 공개제도를 소개하고자 한다.
공정임금 제도의 필요성과 배경
최근 불거지고 있는 임금 공정성 이슈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라는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차별금지 원칙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전체가 직무 중심으로 질서가 잡혀있던가 전체 임금근로자들이 동일한 임금체계를 보편적으로 적용받는 상황이어야 한다. 결국 임금 수준은 동일 기업이나 사업장 등 비교 가능한 집단 사이에서 정해지고 또 적용받게 된다.
이렇게 발생하는 임금 격차는 양극화 문제를 심화시키게 된다. 기업들의 생산성이나 인적자원의 속성에서 발생하는 임금 격차는, 비록 어느 정도 합리적이라고 할지라도 극단적으로 확대될 경우 사회통합까지도 위협하게 된다. 따라서 공정성의 확보는 중대한 사회적 과제가 된다. 임금차별이 용인된다면 노동시장에서 고용형태는 계속 악화되거나 왜곡되고, 비정규직 남용 문제도 심각해진다. 기업 간 임금격차 확대는 중소기업에 취업하려는 의지를 약화시켜 청년실업 문제를 더욱 부추기게 된다. 따라서 소득분배 조정, 기업 내 왜곡된 보상체계 및 원하청 간의 부당한 자원 배분 문제 완화를 위한 임금공시제도는 임금 격차 축소를 위한 실질적인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임금 차별과 임금 격차의 실태
임금 차별과 임금 격차는 주로 성별, 고용형태별, 기업규모(원/하청)별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 종류 별 실태를 알아보자.
한국 남녀 임금 격차의 현실
2016년 기준 한국의 남녀노동자 간 월평균 임금 격차는 39.4%(남성 3,364,000원, 여성2,040,000원)이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성별 임금 격차가 압도적으로 가장 큰 국가로 OECD 평균(2015년 기준 14%)의 거의 세 배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남녀 임금 격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게 지적되어 왔다. 높은 비정규직 비율, 높은 중소기업 종사 비율, 성별 직종분리와 여성 집중 직종의 저임금, 출산·육아 등으로 인한 고용단절과 경력단절, 노동조합 가입률, 교육과 직업훈련의 차이 등이 대표적이다.

성별 시간당 평균임금 격차와 그 추이
자료: 고용노동통계포털, 2017b. 「고용형태‧성별 임금 및 근로시간」에서 재작성.


비정규직 임금 차별과 임금 격차
한국의 비정규직 규모는, 2003년 32.6%였던 비정규직 비중이 2004년 37%까지 솟았다가 2016년 32.8%로 유지되고 있다.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를 보면, 2016년 기준 월평균 임금 격차는 56.0%(정규직 3,283천 원대, 비정규직 1,455천 원)이며 2006년에 51.5%를 기록한 이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격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로는 높은 여성비율, 높은 중소기업 종사 비율, 높은 저임금 산업/직업 종사 비율, 짧은 근속년수, 낮은 노동조합 가입률, 교육과 직업훈련의 차이 등을 들 수 있다.
기업 간/원하청 간 격차의 실태
대·중소기업 사이에 상생을 위한 정책들이 꾸준히 전개되고 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2013)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상용근로자 임금수준1)은 2012년 64.1%로 나타났다. 2012년의 임금격차 수준은 2002년의 67.5% 비해 오히려 3.4% 확대된 것이다.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월평균 전체임금 비율은 2008년 55.4%에서 2009년 57.6%, 2010년 54.8%, 2011년 52.9%, 2012년 53.2%, 2013년 52.9% 수준으로 각각 조사되었으며, 기업규모에 따른 임금격차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1) 5∼299인 규모 사업체의 상용근로자 임금/300인 이상 규모 사업체의 상용근로자 임금.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상용근로자 임금수준
자료: 고용노동부(2014) 「알기 쉬운 임금정보」(제32호).


임금 차별 및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임금 공시
이와 같은 임금 차별 및 격차는 한국의 사회문화 및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다. 한국은 아직 직무평가가 적립되지 않았을 뿐더러 임금이 높은 대기업과 공공부문에서는 연공급제가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만으로는 임금 차별과 격차를 해결하기 어렵다. 게다가 비교 대상인 반대 성별, 정규직, 원청 근로자의 임금의 수준을 알 수 없는 근로 현실에서는, 임금 차별이 의심되어도 이를 시정해달라는 요구조차 하기 어렵다. 임금 차별 및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비교대상 직무 정규직의 임금에 대한 정보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야 한다.


해외 동향
해외 주요국들은 임금정보 공시, 임금정보 청구권, 이를 위한 여러 차별금지 제도를 마련, 공정임금을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첫째, 임금정보의 수집과 공개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직무급 기반이 강한 임금체계를 가지고 있다. 임금에서의 임금정보 수집과 공개는 대부분 협회 등의 민간기관들이 자체 조사를 통해 수행하고 있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기업 간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 책자 형태로 매해 배포되고 있다.
미국, 독일 또한 직무급 기반의 임금체계를 가진 나라로서 미국은 정부기관이 임금정보를 수집, 기업 및 개인 모두에게 제공된다. 독일은 산별 단체교섭을 통해 직무별 임금 수준이 결정되며 정부, 전문조직 및 컨설팅 기업 등이 임금정보를 수집, 제공하고 있다. 직무급보다는 직능급, 역할급 등의 임금체계가 발달한 일본도 직급 기준의 임금정보를 지방정부나 민간전문단체에서 수집, 제공하고 있다.

둘째, 임금정보 청구권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공정임금법’이 발의되었다. 성별 임금차별이 정당화될 수 있는 사유를 교육·훈련·경험 등으로 한정하고 임금격차가 성차별 때문이 아니라는 입증책임을 사용자에게 부과하며 임금차별을 확인하기 위해 다른 노동자의 임금에 대해 문의·조사·논의하는 것 등을 이유로 한 불이익 처분을 금지하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보수구조투명화법’을 통해 노동자들이 경영진에게 임금결정기준·절차, 청구자·비교대상자의 임금, 회사의 성별 월평균임금 등의 정보를 공개적으로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경영진은 3개월 이내에 청구된 정보를 서면으로 제공해야 한다.

일본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가이드라인’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해 기본급, 승급, 수당, 복리후생·교육훈련에 대한 균형대우를 제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관련법률 개정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이 개정방향은 ▲노동자가 사법적 판단을 구할 때 근거가 될 수 있는 규정 마련, ▲노동자 대우에 대한 설명 의무를 사용자에게 부여, ▲노동자의 정보접근권·정보청구권 강화, ▲차별 입증에 대한 용이성 개선, ▲재판 이외의 분쟁해결방안 제시 등이 포함돼 있다. 또한 파견노동자 관련법률을 정비해 ▲사용사업체 노동자의 임금 정보를 파견사업주에게 제공할 의무도 포함하고 있다.


임금공시제도 도입의 필요성과 방향
한국의 임금격차가 심각한 수준이란 것은 이른바 이중노동시장으로 설명될 수 있다. 노동시장이 1차와 2차로 구성되어 있고 1차는 양호한 근로조건과 높은 임금, 고용안정이 보장되고 2차는 반대로 열악한 근로조건과 낮은 임금, 불안정한 고용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해소해나가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들이 임금 공정성을 준수하기 위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성별, 고용 형태 별로 임금분포정보 보고서를 제출하고 공시하도록 하거나, 개별적인 임금정보 청구권을 허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