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속 기업윤리
『기생충: 양극화 시대의 데칼코마니』
“아들아. 넌 계획이 다 있구나!” 영화 <기생충>에서 송강호의 대사다. 이 평범한 한마디의 뒷맛은 참으로 쓰다. 도무지 ‘계획’을 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취업, 결혼, 출산이라는 인생의 기승전결을 그릴 수 없는 불안정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 분) 가족은 글로벌 IT기업 CEO인 박사장(이선균 분)의 집에 차례차례 들어가 ‘기생’한다. 영화는 ‘가난은 선, 부는 악’이라는 오래된 금기를 거침없이 무너뜨린다. 후안무치한 기택 가족에 비해 박사장 가족들은 순진하기까지 하다. 문제는 기택 가족이 그렇게 ‘인간다움’마저도 빼앗길 만큼 박사장 가족에 비해 무능하지 않다는 데 있다. 과거 기택 또한 사업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들 기우가 좋은 집안의 명문대생과 절친한 것으로 볼 때, 처음부터 가난한 형편도 아니었던 것 같다. 박사장과 기택이 가진 능력의 격차가 극중 박사장과 기택의 수입만큼이나 천문학적으로 크지는 않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평생토록 일해도 기우는 박사장의 집을 살 만큼의 돈을 모으지는 못할 것이다.

지극히 한국적인 영화 <기생충>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찬사를 받으며 흥행 중이다. 그만큼 양극화는 전 세계적인 인류 공동의 문제다. 생명이 아직 붙어있는 이상, 우리는 어떻게든 살아가야 한다.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는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 현재의 빈부격차는 과연 능력의 격차가 공정하게 반영된 결과인가? 그렇다면 공정함이란 무엇인가?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다.

* 이미지 출처: https://movie.daum.net/moviedb/photoviewer?id=111292#1304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