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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윤리
브리프스

2017년
6월호

윤리연구소 - 보고서 리뷰

4차 산업혁명의 4대 윤리문제



4차 산업혁명의 4대 윤리문제

지구를 근본적으로 재창조할 수 있다는 과학적 파워가 먼 미래의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시대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정보기술 및 인공지능의 발전은 유전학/생식기술/신경과학/합성생물학 등의 생물학 및 물리학의 발전과 결합해 깜짝 놀랄 시너지효과를 보이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새로운 힘은 질병의 예방과 치료, 농업생산개선, 삶의 질 증대 등 여러 면에서 획기적 변화를 이끌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기술은 가치중립적인 것이 아니며 4차 산업혁명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에서 발생할지 모를 윤리적 및 사회적 영향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 기업 일루미나(게놈 분석장비 제조업체)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 이후 10여년 만에 개인유전자 분석의 대중화시대를 열었다. 불과 1,000달러만 내면 내 몸에 있는 유전정보가 해독되고, 이 유전정보에 따라 질병진단 및 약물처방이 가능해진 것이다. 개인 유전정보 분석 및 저장, 건강 데이터 전송 및 분석 그리고 진단에 인공지능 활용, 3D 프린터를 통한 신체기능보완 등 바이오테크 혁신으로 보건의료 환경에 엄청난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분명해진 것은 생명체를 인간이 의도한대로 조작 가능한 시대가 열린 것이고, 이러한 변화와 함께 새로운 윤리문제도 제기된다. 생명윤리 관련 이슈를 선도하는 연구기관 미국 해스팅스센터(Hastings Center)는 “4차 산업혁명의 4대 윤리문제”를 제기하며 섣부른 접근에 경고장을 보내고 있다.

기술개발이 최우선인가

우리는 자율적으로 개발되는 치명적인 살상무기나 군용로봇의 금지 가능성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는 인간이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하지 않고 치명적인 살상무기가 자체적으로 목표물을 선정하여 파괴한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금지령이 곧 제도화되지 않으면, 가까운 미래에 이런 전망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쟁이 발발했을 때 군용로봇의 활용과 알고리즘 기반의 살상여부 결정 금지 등은 글로벌 차원에서 반드시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할 부분이다.

지구온난화를 포함한 기후변화가 문제되면서 행성조건을 바꾸는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이것은 집단적인 접근이 필요한 글로벌 이슈이다. 왜냐하면, 어떤 나라에는 유리한 기후환경을 만들 수 있지만 다른 나라에는 해로운 기후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력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고 글로벌 차원에서 윤리적인 기준에 따른 판단이 요구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기술진화는 어떤 목적에 사용되어야 하나

제4차 산업혁명에서 기술은 인간의 다양한 증강(능력향상)을 제공할 것이다. 기술진화는 질병 제거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고, 운동능력 증대/기억력 증대/공격적 행동 감소 등 우리가 증대하거나 감소시키고 싶은 능력까지 그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지점은 증강에 대한 일반적인 지지나 금지가 아니라 각 사례별로 인간의 번영을 앞당길 수 있는지, 또는 후퇴시킬지 디테일한 접근이 필요하다.

기술발전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나

이것은 기술연구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고 세상 속에 어떤 방식으로 개입하느냐의 문제이다.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는 최근 유전자 드라이브를 사용할 때 사전예방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획기적인 보고서를 발표했다. 유전자 드라이브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를 통해 특정 야생 동식물의 전체 개체에 특정 유전 요소를 기하급수적으로 퍼뜨릴 수 있는 기술이다. 2012년 개발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유전자를 자르고 붙이는 유전자 조작에 사용되는데, 이 기술을 활용해서 말라리아와 지카 바이러스처럼 인간에게 질병을 가져오는 매개체인 모기를 박멸시킬 수 있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립아카데미의 보고서는 유전자드라이브 기술개발을 권장하지만 조작된 유기체가 야생상태에 방출되기 전에 실험실이나 소규모 현장 연구에서 신중하게 진행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생명윤리를 다루는 기업이 철저한 검증을 거치지 않고 잘못을 저지를 경우, 생태계 교란이라는 생태환경재앙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생태윤리를 기업윤리의 제일 덕목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미국, 영국, 스웨덴 등에서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에이즈(HIV), 암, 혈우병, 선천성 안질환 등의 질병 치료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에서도 이미 배아세포에 빈혈을 일으키는 변이 유전자를 절단하거나, HIV 질환 면역 수정란을 만드는 데 성공했으며, 성인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한 바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미래 의료분야의 혁신을 주도할 기술이 분명하지만 오남용과 폐해를 최소화하려는 사회적 합의도 동시에 마련되어야 한다.

현장에서 규범준수 여부의 모니터 문제

연구 및 기술 확산에서 고려해야 할 여러 측면의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그 준수여부를 모니터하거나 상습적 위반자의 책임을 추궁할 능력은 가이드라인에 미치지 못한다. 예컨대, 몇몇 유독성 화학물질 관리를 위한 상식적인 규정이 있지만, 규제담당자가 화학물질 현장을 조사·감시하기에는 재정이 매우 불충분한 실정이다. 21세기에 규제당국과 기업의 협력 메커니즘은 필수적인 규제가 필요한 영역과 이를 강제하는 방법을 잘 파악해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 고려해야 할 핵심가치

4차 산업혁명을 둘러싼 논쟁에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최고의 가치는 안전일 것이다. 즉, 4차 산업혁명에 동참하는 기업은 개인과 사회가 신기술 때문에 해를 입을 가능성을 줄여야 할 의무가 있다. 실제 기존 규제기관의 가장 주된 임무는 안전을 증진하는 일이다.

다음으로 모든 사람들이 경제수단의 소유에 관계없이 기술의 편리함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정부-기업 거버넌스는 공평성 원칙을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기업이 경제적 부를 가진 소수를 위해 신기술을 개발하고 상품화한다면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야생지역의 고유한 가치에 대한 존중과 책무의 강조는 4차 산업혁명의 논의과정에서 사라지거나 경제발전에 반대하는 것처럼 비쳐진다. 오히려 지속가능발전을 위해서는 인간이 환경의 본질을 변화시키는 데 어느 정도 개입해야 하는지에 대해 윤리적인 문제제기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4차 산업 혁명은 우리에게 막대한 힘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그 힘의 현명한 사용을 위해서는 시민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다양한 형태의 거버넌스가 4대 윤리문제를 충분히 모니터해야 한다. 새로운 정부는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구성해 일자리를 만들고 새로운 경제발전의 계기로 삼으려 한다. 각계 전문가의 참여, 특히 (기업)윤리 전문가의 조언과 협력이 4차 산업혁명 성공의 핵심 열쇠가 될 수도 있는 만큼 위의 4대 이슈를 잘 살펴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윤리경영의 큰 틀이 바뀌는 것은 없다. 4차 산업혁명 주도 기업들은 담합 등을 통해 불공정 거래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의 허위과대광고는 반드시 걸러져야 하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환경오염 및 자연파괴 행위에 대한 관련 규정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부합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수평적 조직문화를 뿌리내리며 투명경영의 기업가정신을 가진 윤리경영기업들이 새로운 기업생태계를 만들어야 할 때이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