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코칭
협력업체와 윤리준법경영
장 영 균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지속가능기업윤리연구소 부소장
Q
윤리준법경영 관점에서 협력업체와의 상생협력이 중요해진 배경은 무엇인가요?
A

오늘날 기업은 사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많은 협력업체와 거래 관계가 발생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기업 간 상생협력 관계를 지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윤리적 고려가 작용한다.

첫째는 기업이 발생시킨 사회 및 환경적 문제들에 대해 기업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른바 ESG 경영에 대한 요구이다. ESG는 기업의 사업 행위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 및 환경적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내부화하여 철저히 관리하라는 사회적 요구이다. 협력업체에 대한 갑질과 인권 침해 문제(납품단가 후려치기, 위험의 외주화 등)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단골 소재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ESG 기류에 힘입어 기업의 공급망 책임 의제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가령, 최근 의회를 통과한 독일의 '공급망 실사법’에 따르면, 독일 기업들은 자신의 사회 및 환경적 책임은 물론 협력업체의 인권 및 인권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 기업들은 이제 협력업체의 윤리준법경영 실천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자원과 제도 상 열위에 있는 협력업체를 적극 지원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둘째는 장기화된 글로벌 팬데믹 사태로 인한 사회 및 경제 주체 간 극심한 양극화 현상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팬데믹 사태로 인해 대기업의 경쟁력은 더욱 강화된 반면,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팬데믹의 영향으로 치솟고 있는 원자재 가격 인상에 대한 비용 부담이 오로지 중소 협력업체에만 전가된다면 양극화는 더욱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 협력업체의 도산과 붕괴는 결국 대기업에도 부담을 준다는 점에서, 기업들은 대-중소기업간 양극화 해소를 위해 진정성 있는 상생협력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의 출현과 그로 인한 상생협력 상의 윤리적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플랫폼 기업의 급성장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가 조성되면서, 그 생태계 내에 존재하는 무수한 협력업체와 시장 참여자들에게도 비윤리적 이슈가 발생한다. 빅테크 플랫폼 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영역 확장에 따른 골목상권 침해, 배달 대행 플랫폼 기업의 급성장에 따른 중소 요식업체들의 피해(과다 수수료, 리뷰 갑질 등), 컨텐츠 서비스 플랫폼 기업들의 급성장에 따른 원작자 및 제공업체의 피해(인앱 결제 갑질 등) 등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되면서, 협력업체와의 상생협력의 중요성은 더욱 대두되고 있다.

Q
협력업체와의 상생협력이 기업의 지속가능 성장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요?
A

기업이 자신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안정적인 수익 창출에 집중해 왔던 시대를 지나, 오늘날의 기업은 재무적 가치와 비재무적 가치를 모두 창출해야만 진정한 의미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렇 듯, 전환된 패러다임 하에서 궁극적으로 기업의 지속가능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우선 기업의 재무적 가치는 경쟁력 있는 가치사슬을 구축할 때 달성할 수 있는데, 이는 가치사슬 내에 존재하는 공급망 관리 수준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즉, 공급망 내의 원재료 및 부품 조달, 생산계획, 납품, 재고관리 등을 효율적으로 처리하여 비용 경쟁력을 확보해야하며, 불확실한 외부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망 전체에 걸친 복잡성과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 품질경영의 대명사였던 도요타가 2010년대에 리콜 대수가 판매 대수를 초과하는 굴욕을 겪은 것도 결국 공급망 관리의 실패에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늘날 많은 기업들이 오픈 이노베이션 스타일의 상생 전략을 취하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자사의 노하우를 공유하되, 생산설비 혹은 재고를 최소화하면서 다양한 외부 협력업체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이다. 만일 그 기저에 협력업체들과의 상생 의식이 결여되어 있다면 기업은 오히려 노하우만 노출되어 경쟁력을 상실하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따라서 기업은 가치사슬 내에 존재하는 협력업체와의 관계가 갑-을이 아닌 상생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한편 비재무적 가치는 기업의 사회 및 환경적 책임 달성 수준에 의해 결정되는데, 이는 회계 처리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 주로 평가에 의해 결정된다. 기업의 비재무적 가치를 평가하는 기관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600여개의 기관이 존재하며, 기업의 사회 및 환경적 책임의 달성 수준의 평가결과에 따라 기업의 평판(reputation)이 형성된다. 좋은 평판을 가진 기업은 소비자와 투자자의 선택을 받게 되고, 그로 인한 사업상 혹은 비사업상의 매력도를 높이게 되어, 협력업체들이 동참하고자하는 동기가 높아진다. 반면, 나쁜 평판을 가진 기업은 소비자와 투자자가 외면하게 되고 이는 협력업체에 대한 교섭력 저하로 이어진다. 이른바 평판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협력업체라고 해서 늘 약자의 지위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핵심 부품, 소재, 장비를 납품하는 협력사는 원청사에 대해 높은 교섭력을 갖기도 한다. 또한 오늘의 협력업체가 내일의 경쟁업체로 돌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경우에 기업의 평판 저하는 더욱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업은 지속가능 성장을 위해 사회 및 환경적 책임을 준수하여 좋은 평판을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