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소비, 윤리적 소비

◎ 윤리적 소비의 등장

윤리적 소비는 소비가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환경과 사회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소비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윤리적 소비는 친환경 소비뿐만 아니라 생산자에게 정당한 값을 지불하는 공정무역, 로컬푸드 구매, 공정여행 등을 포함한다.

◆ 윤리적 소비는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윤리적 소비는 1844년 12월 21일, 영국 랭커셔주 로치데일에서 28명의 노동자가 출자한 조그만 가게인 로치데일조합에서 시작되었다. 로치데일조합은 심각한 건강문제에 직면했다는 점을 깨달은 노동자들이 모여 만든 세계 최초의 소비자 협동조합으로, 유해물질을 섞지 않은 밀가루와 버터, 설탕, 오트밀을 공동구매하여 지역 노동자에게 저렴하게 팔았다. 이렇게 작게 시작된 윤리적 소비는 건강, 환경, 사회 이슈를 모두 포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상하고 있다.
소비자 조사기관인 포레스터 리서치가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 60%이상이 기업의 자선활동, 직원의 처우, 지역 공헌, 공정한 가격 지불, 재활용 자제 사용 등이 구매 결정에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또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 구매 결정에 영향을 준다고 답한 비율은 62%,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추가 지불 의향을 밝힌 응답자는 18% 에 이르렀다. 친환경 활동에 대해서는 구매의사 결정에 영향을 준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59%, 추가 지불의향도 있다고 밝힌 응답자는 15% 이었다. 이를 포착한 트렌드를 예측하는 기관들은 ‘관대한 소비자’, ‘노블리스 오블리주’, ‘착한 소비자’ 등의 용어로 윤리적 소비 트렌드를 강조하고 있다.

<윤리가 구매결정에 미치는 영향>

 

◆ 윤리적 소비가 정말 증가하였을까?

세계 공정무역인증기구(FLO)에 따르면 2009년에 공정무역 제품의 매출액은 약 33.9억 유로로 2008년 29.5억 유로 대비 약 1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국내 역시 공정무역 매출액은 2007년 9.4억원에서 2011년 91.6억원으로 약 874% 증가하여, 국내외에서 윤리적 소비가 강조되고 있으며, 실제로 윤리적 소비 역시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2007~2011년 공정무역 매출액 추이>
※ 출처: 한국공정무역연합

 

◎ 윤리적 소비의 이유

윤리적 소비가 증가하였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LG경제 연구원은 윤리적 소비가 느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 현대인의 ‘의미(meaning)’ 추구 경향이 소비 영역에서 윤리적 소비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미시건 대학교의 정치과학자인 로널드 잉글하트(Ronald Ingelehart)는 경제적, 물질적 안정을 추구하는 물질주의의 시대적 가치에서 자기 표현과 삶의 질을 추구하는 후기 물질주의의 시대적 가치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고 하였다. ‘새로운 미래가 온다’의 저자 다니엘 핑크가 지적했듯이 현대인들의 정신적 가치 추구 현상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고자 하는 삶의 방식으로 드러난다. 삶에서 의미를 추구하려는 경향이 소비에서는 윤리적 소비로 나타나는 것이다. 단순히 필요를 충족하기 보다는 소비를 통해 지역 사회에 공헌하고, 삶의 질 향상 등의 의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의미를 찾는 경향은 소비뿐만 아니라 여가에서도 목격된다. 삶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템플스테이나 피정이 인기 있는 상품으로 주목받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둘째, 가격 보다 가치에 더욱 중점을 두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윤리적 소비자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제공하는 기본적인 혜택과 동시에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구매한다. 여기서 가치는 이타적인 행위로 인한 정서적 만족감, 타인에게 보이는 이미지, 안전한 농산물 섭취를 통한 건강 등을 말한다. 따라서 얼마나 제품을 싸게 샀는지 보다 해당 소비를 통해 어떤 가치를 성취했는가가 더 중요하다. 소비자들은 경기 침체기에 제품이 주는 고유한 기능이 같다면 미련 없이 더 싼 제품으로 기존 제품을 대체한다. 반면 윤리적 제품의 경우 소비자가 추구하는 가치를 제공하는 한 구매를 유지하게 됨으로 상대적으로 가격에 덜 민감하게 된다. 예를 들어 가족의 건강을 위해 유기농 식품을 구매해온 주부는 경기 침체기에 휴지, 가전제품 등은 더 싼 제품으로 대체하거나 소비를 지연할 수 있다. 하지만 가족 건강이라는 가치는 포기하기 쉽지 않은 영역으로 되도록이면 윤리적 소비를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일 것이다.
셋째, 윤리적 소비가 쉽고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사회나 환경에 대한 심오한 문제의식이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윤리적 소비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 이유는 윤리적 소비를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나 비용 등의 희생이 필수적으로 뒤따랐기 때문이다. 또한 윤리적 소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모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인터넷 발달과 활성화를 위한 노력으로 최근에는 윤리적 소비가 쉬워지고 공정여행, 사회 책임 투자(SRI) 펀드 등 그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다.

◎ 윤리적 소비자는 누구일까?

제일기획이 실시한 2010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40대 연령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기업 윤리를 중요시 여기고 제품 구매 시 일정 부분이 기여되는 제품이나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LG경제연구원과 다음커뮤니케이션이 공동으로 수행한 ‘한국인의 관심사와 라이프스타일’ 보고서 결과에서도 30대와 40대가 윤리적 소비에 높은 관심을 보였는데 그 중 40대가 윤리적 소비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다. 이는 40대의 경우, 다른 연령대에 비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윤리적 소비를 위한 추가 지불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성별 분석에서는 남성 보다는 여성이 윤리적 소비에 더욱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LG경제연구원과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조사에서 성별에 따른 관심도를 분석하였는데 남성보다는 여성이 상대적으로 윤리적 소비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포레스터의 연구에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과 환경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을 나누어 조사한 결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만든 제품에 추가 지불의향이 있다는 소비자는 남녀 비율이 동일하였지만 환경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만든 제품에 추가 지불의향을 보인 소비자의 비율은 남성 45%, 여성 55%로 여성 비중이 큰 것으로 분석되었다.
윤리적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레스터의 연구에서는 윤리적 기업의 제품에 추가 지불 의향을 밝힌 윤리적 소비자는 연 평균 가계 소득이 전체 국민 평균보다 4,000$에서 6,000$ 정도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국내의 경우에도 한겨레경제연구소와 아이쿱 생협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윤리적 소비자 중 월평균 소득이 300만 원 이상인 비율은 약 81% 수준이었고, 그 가운데 월평균 소득이 300만원에서 400만원인 소비자가 35.9%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윤리적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중산층 이상의 비율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윤리적 소비자의 또 다른 특징은 브랜드를 가격보다 구매의 중요한 요소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윤리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추가 지불의향을 밝혔던 소비자의 44%만이 ‘가격은 브랜드보다 더 중요하다’라고 응답한 반면 윤리적 소비자의 60% 이상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고수한다’고 응답하였다. 이는 기업들이 윤리적 이미지를 투영한 브랜드를 통해 윤리적 소비자를 끌어 들이려 노력해야 함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윤리적 소비자의 가격 vs. 브랜드 충성도>
※ 출처: Making The Case For Encironmentally and Socially Responsible
Consumer Products(March, 2009), Forrester

 

*참고자료
- 새로운 자본주의에 도전하라, 고영, 전병길 저
- 모두에게 이로운 선택 ‘윤리적소비’(http://eroun.net/ethicalconsumerism)
- 윤리적 소비자가 몰려온다, LG Business Ins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