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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윤리
브리프스

2017년
9월호

사례돋보기

함께 발전하는 기업

현재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시장은 가혹하다. 저성장 시대에 들어서며 성과를 올리기는 더 어려워졌는데, 기업의 윤리적 책임에 대한 사람들의 요구는 더욱 강해졌다. 기업의 부정적인 모습은 순식간에 SNS를 통해 퍼져나가며, 이를 용서받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이해관계자들과 이익을 공유하고 상생발전하려 노력하는 기업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이익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자사 직원과 협력사, 사회와 함께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며 지속가능발전을 꾀한다. 재미난 것은 갑질에 대한 이슈가 높은 근래에 이해관계자와의 상생을 추구하는 기업의 모습이 사람들에게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주고 윤리적 기업이라는 경쟁력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갑을을 타파하다

업무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갑을 관계가 형성된다. 중요한 것은 이 관계 속에 권위가 담겨있느냐, 존중이 담겨있느냐이다. 권위에 기반한 갑을 관계는 결국 갑질로 이어지고 협력과 상생에서 멀어지게 된다. 반면 존중에 기반한 관계는 신뢰의 구축으로 이어지며 업무효율성을 높이고 원활한 협력과 지속적인 상생의 관계를 완성한다.

허먼 밀러와 직원들
허먼밀러사

미국의 사무용 가구 전문 업체 허먼 밀러는 1923년 창업 당시부터 직원들과 가족 같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친절하고 온화한 태도로 직원들을 대했으며, 회사의 계획을 수립할 때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참여적 경영을 실천했다. 일찍부터 수익 공유와 인센티브제도를 갖추고 있었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존중으로 다가서자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충성도는 오히려 높아졌다. 노사 간의 신뢰는 더욱 질 좋은 제품의 생산으로 이어졌고, 이것은 고품질 고비용 제품을 생산하는 허먼 밀러의 방침을 극대화 시켜주었다. 허먼 밀러는 노동자출신 부사장이 있을 정도로 노동자를 대우했으며, 관리자와 노동자가 6개월마다 서로를 평가하게 하여 권위보다는 존중의 문화가 자리 잡히도록 만들었다. 1980년대 적대적 기업인수로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에도 은(銀) 낙하산제도(이 시기에 해고된 직원에게 상당한 액수의 퇴직금을 지불하는 제도)를 운영해 직원들을 보호하고자 했다.

그러나 1990년대 가구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허먼 밀러 역시 경영 위기에 빠지게 된다. 1995년 맥스 디프리가 퇴진하고, 커미트 캠벨이 허먼 밀러의 회장에 올랐다.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비용감축을 위해 최고 임원을 비롯한 회사 직원들을 해고하는 것이었다. 그는 가족적인 노사관계보다 회사의 생존을 더 우선으로 생각했고, 그 방법으로 6000명의 직원 중 200명을 감축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그가 회장직을 수행한 지 두 달만에 전년 대비 90% 수익 급감이란 처참한 실적이 발표되었고 캠벨은 회장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캠벨의 후임자 마이클 볼케마는 캠벨과 달리 경상수지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대신 중간 가격대 가구, 가정용 가구 등으로 분야를 늘려 시장 규모를 키우고 웹사이트를 개설하는 등 소비자와의 관계를 개선해 나갔다. 덕분에 직원들은 다시 만족스러운 환경에서 근무하게 되었으며, 볼케마가 취임한지 5년 만에 허먼 밀러의 총매출은 두 배 가까이 증가하였다.

7년의 노력
신기술 개발을 위한 7년간의 노력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학의 협업은 낯선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것이 7년의 시간을 들여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는 사실은 쉽게 듣기 어려운 소식이다. 대부분의 대기업이 CEO 임기 내에 성과를 내야하기 때문에 외부 기업과의 협업도 2~3년 내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와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 L사와 중소기업 N사, 그리고 Y대의 M교수는 무려 7년의 시간동안 CNT(탄소나노튜브)를 활용한 디스플레이를 연구·개발하여 양산에 성공했다. 터치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L사에서 CNT에 주목한 것은 우수한 대전방지 기능(정전기가 발생하지 않게 해주는 기능) 때문이었다. 터치 디스플레이에서 정전기가 일어나면 쇼트가 일어나 디스플레이 전체가 망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보여준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학교수의 협업은 단기간의 실적이 아닌 장기적인 안목과 연구, 지원이 함께 되었기 때문에 이루어질 수 있었다. CNT를 활용한 정전기 없는 디스플레이는 터치 디스플레이로서의 가치도 크지만, 대기업-중소기업-대학 간 협업의 사례로서도 의미가 크다.

이해관계자와 함께하는 기업

식품업, 요식업 등의 공급자는 기업이 아니라 영세한 농장이거나 개인인 경우가 많다. 이들과 상생하는 길은 그들이 생산한 작물을 정당한 값에 사는 것뿐인 듯 하지만, 더 무궁무진한 방법으로 공급자와 상생을 꾀하는 기업들이 있다.

식당 안의 식재료 장터
식당 안의 식재료 장터

C사에서는 전국에 체인점을 둔 한식뷔페를 운영하고 있다. 이 뷔페에서는 전국 각지의 농가들과 협의해 제철 재료를 이용한 메뉴를 출시하는 한편, 수입산에 밀려 사라지거나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희귀한 식재료를 발굴하여 메뉴를 개발하고 사람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사람들이 찾지 않아 재배량이 줄어들던 희귀 식재료를 생산하는 농가들에겐 이 자체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이 한식뷔페에서는 매장 입구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한국벤처농업학교 출신 농민들이 가꾼 식재료를 직접 판매하여 소비자와 공급자 사이에 직접적인 만남의 장을 열어주기도 한다. 수익성을 따지면 토종 희귀작물이나 우리 농산물보다 값싼 외국산 작물이 훨씬 경제적이다 그러나 C사의 한식뷔페는 공급자인 농가의 생존과 발전에 보탬이 되고자 토종 희귀작물과 우리 농산물을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이것은 다시 C사의 한식뷔페만의 특징으로 거듭나 서로의 발전을 이끌어내고 있다.

사회와 발전하는 기업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기업이 지역사회에 뿌리 내리고 성장하는 이상, 어떠한 방법으로든 기업시민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만 이 사회, 또는 이 지구와 상생할 수 있는 것이다.

장수마을의 목수

마을 기업 D사는 주로 노후 주택을 보수하는 작업을 한다. D사의 사장 P씨는 재개발 때문에 싸우고 쫓겨나고 철거당하고 만족스럽지 못한 보상을 받는 이런 모습에 반대하여 노후 주택을 보수하는 D사를 만들었다. 이들은 장수마을에서 집 보수와 관련된 모든 일을 한다. 방충망 교체부터 리모델링까지 다양한 일을 하다보니 매번 필요한 일손이 달라지는데, 이들의 기본 원칙은 덜 전문적이더라도 동네 사람에게 먼저 일자리를 준다는 것이다. 처음엔 시끄럽게 공사를 한다거나 결국 또 집값이 올라 쫓겨나게 되는 거 아니냐는 불만 어린 목소리도 많았지만, 동네 주민들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일자리를 만들어주니 점차 우호적인 시선이 늘어났다. D사는 의뢰를 받고 집을 수리해주는 것 외에도 빈집을 인수해 새로운 공간을 만들기도 하였는데, 대표적인 것이 ‘작은 카페’이다. 빈집을 수리하고 자신들이 만든 테이블을 두고 직접 커피를 내려 조그마한 카페를 운영하는 것이다. 이러한 빈집의 재구성은 D사에겐 또 하나의 수익창출 모델이 되면서, 지역사회에서는 위험한 장소를 줄이고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늘리는 효과를 얻게 되었다.

사회적기업가 폴 뉴먼
뉴먼스오운의 드레싱 제품

영화배우로 잘 알려진 폴 뉴먼. 그는 친우 허츠너의 제안으로 뉴먼스 오운을 설립한다. 빈 포도주 병에 폴 뉴먼이 개발한 드래싱을 넣어 판매하는 것으로 시작한 사업의 수익성은 예상외로 엄청났다. 폴 뉴먼은 뉴먼스 오운을 설립한 해부터 ‘해마다 모든 수익금을 기부하고 재투자를 받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리고 실제로 뉴먼스 오운의 모든 수익금은 폴 뉴먼 재단을 통해 수천 곳의 자선단체에 기부되었다. 방부제 없이 유기농 식품을 이용해 만든 맛있는 샐러드 드레싱. 게다가 이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란 사실은 소비자들에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폴 뉴먼이 사망한 지금도 뉴먼스 오운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유기농 식품업체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상생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으며, 기업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이해관계자들과 상생을 추구한다. 기업이 상생경영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어떤 이해관계자와 적극적으로 상생해나갈 것인가 방향을 정하고 그들과 서로 발전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물색해야 한다. 이는 특정한 부서에서 진행해야 할 업무가 아니라 기업 전체가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함께 고민해봐야 할 문제이다. 그렇게 전 임직원이 함께 상생경영에 공감할 때 이것이 단순한 투자나 손해가 아닌 지속발전의 길임을 인식하고 망설임 없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 「고객이 존경하는 기업만들기, 윤리경영」 로버트 F 하틀리, 21세기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