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PDF파일지난호보기

기업윤리
브리프스

2017년
9월호

윤리연구소 - 시사톡톡

일본 토요타자동차의 상생경영

상생경영은 기업 내 직원 간의 조화와 협력뿐 아니라 협력업체와의 공존공영도 매우 중요하다. 기업 간 상생모델은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하는데, 대표적으로 협력업체와 성과를 공유하는 방식, 유망 중소기업을 발굴하여 투자하는 방식, 지역공동체와 공유가치를 실천하는 방식 등이 있다. 일본 토요타자동차는 협력업체와 성과를 공유해온 대표적 기업으로 모기업과 협력업체가 체계적인 분업체계를 이루고 상생협력관계를 형성하며 경쟁력을 쌓아왔다. 우리가 토요타자동차를 주목하는 이유는 과거 하청업체의 납품단가를 일방적으로 낮추던 잘못된 관행에 대한 개선노력을 통해 협력업체와의 상생경영을 실현했다는 점이다.

일본 토요타자동차의 생산라인
포춘지 선정 톱10 기업 토요타자동차

토요타자동차(Toyota Motor Corp.)는 1933년 일본에서 창업하여 1955년 자동차 생산을 시작한 이래 2015년 기준 글로벌 시장에서 매년 1천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글로벌 자동차기업이다. 미국 유력 경제매거진 포춘지가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최근 10년간 부동의 10위권을 유지하는 초우량 거대기업이다.

토요타가 생산하는 자동차브랜드는 고급형인 렉서스를 비롯하여 경차부문인 다이하쓰 공업, 트럭 및 상용차 전문메이커인 히노 자동차 등이 있다. 또한 금융업체도 보유하고 있는 거대한 기업집단이다. 한편 일본은 2000년까지 ‘잃어버린 10년’ 동안 주식과 부동산 가격의 급락으로 수많은 기업과 은행이 도산하는 경제침체기를 겪게 된다. 이 기간 동안 토요타자동차는 원가절감 노력과 생산라인 협력업체와의 체계적인 분업과 상생경영으로 위기를 성공적으로 벗어날 수 있었다. 기업 활동을 통해 사회혁신을 선도하는 대표적인 윤리기업으로 평가받는 토요타의 성공비결 가운데 가장 으뜸으로 꼽는 것이 바로 협력업체와 상생하는 협력문화의 정착이다.

협력업체 및 소비자와의 성과공유

토요타자동차는 완성차 생산과정에서 자체 제조하는 비율이 25%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1차 협력업체와 ‘분업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자동차를 생산한다. 즉, 생산지역 내 소재·부품·조립 등의 기업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토요타자동차를 생산해낸다. 따라서 분업네트워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협력업체를 착취하는 방식이 아니라 성과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1995년부터 토요타자동차는 이른바 ‘3:3:3’ 성과공유제 방식을 도입하여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시작했다. 이 방식은 납품업체들이 기술개발을 통해 부품의 효율화를 이루어 원가를 절감할 경우 이익을 일정한 비율로 나누어 토요타자동차 본사, 중소협력업체, 소비자가격인하 등 3자가 이익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토요타자동차는 원가 절감, 품질 개선, 생산성 향상을 추진하도록 협력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성과가 발생하면 고르게 나누는 제도를 통해 협력업체와의 상생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1960년 토요타자동차는 원가연동 납품가격제도를 실시하였다. 원가연동 납품가격제도의 취지는 본사가 하청업체의 업무 프로세스를 분석하여 실제 원가를 산정하고 일정 시차를 두어 납품가격과 연동시킴으로써 협력업체의 지속적인 원가절감을 이루자는 것이다. 이 제도가 처음에는 성공을 거두는 것처럼 보였지만 차츰 협력업체의 생산성이 오히려 떨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하자 이를 보완하기 위해 협력업체가 원가절감을 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상생경영으로 전환하기 시작한 것이다.

토요타자동차 상생경영의 또 다른 특징은 협력업체가 토요타자동차 이외의 다른 자동차업체에도 자유롭게 납품거래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1949년 토요타자동차 부품사업부에서 독립하여 창업한 자동차부품업체 덴소가 있다. 덴소는 창업 초기부터 토요타자동차 이외의 기업과도 활발하게 거래를 진행하여 세계 3위 자동차부품업체로 성장했으며, 현재 전체 거래의 50% 이상을 토요타자동차 이외의 기업과 진행하고 있다. 상생경영은 하청업체의 자율성을 빼앗은 것이 아니라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면 자유롭게 다른 기업과도 거래를 진행하게 함으로써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중소기업의 자구책 마련과 보호 장치의 필요성

1970년 토요타자동차는 기술개발능력을 보유한 협력업체에게 일정 기간을 두고 납품단가를 일정 비율로 인하하도록 유도하면서 최초로 납품단가 후려치기가 등장했다. 토요타자동차는 협력업체의 기술능력 향상에 따른 실제 원가가 얼마인지 제대로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협력업체들이 낮춰진 원가를 납품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도덕적 해이의 발생을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납품단가인하를 요구하기 시작했고 이후 납품단가인하가 관행처럼 굳어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관행은 계약기간 중 일률적으로 납품단가인하를 강요함으로써 하청업체 직원들의 고용증대 및 협력업체 성장을 가로막은 가장 큰 악습 중 하나가 되었다. 결국 토요타자동차에 부품을 납품하던 협력업체들은 본사의 일방적인 납품단가인하에 협동조합을 결성하여 집단행동을 펼치는 등 필사적으로 대항하기 시작했고, 이는 토요타의 협력 및 부품업체들이 독립적인 지위를 획득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되어 오늘날 협력업체들이 본사와 동등한 계약적 지위를 갖게 됐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 약자인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제도의 마련은 일본 뿐 아니라 중소기업 강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일반적인 특징이다. 2005년부터 유럽연합은 대기업의 담합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카르텔 금지 지침을 마련했고, 독일도 부당공동행위(담합행위)를 금지하는 취지로 경쟁제한금지법(GWB) 제20조를 제정하였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 이러한 공동행위를 허용하고 있다.

토요타자동차 상생경영의 시사점

토요타자동차는 협력업체 및 소비자와 성과를 공유하고 부당한 납품단가인하를 강요하지 않음으로써 이해관계자 모두가 혜택을 보게 하는 선순환성장이 가능했다. 협력업체들도 본사의 일방적인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같은 불공정행위가 사라지자 부품의 원가절감에 더욱 노력 할 수 있게 됐다. 상생경영의 결과, 협력업체의 이윤창출이 높아졌고 종업원의 소득 및 고용 증가로 이어졌다. 토요타자동차도 원가절감이 가능해지면서 기업이윤이 증가했고 전체 분업네트워크의 생산성이 높아짐으로서 글로벌 경쟁력도 강화되었다. 자동차소비자 역시 상생경영 성과로 가격 인하의 혜택을 누리게 되었다. 과거 토요타자동차도 부당하게 납품단가를 후려치는 기업으로 지탄의 대상이 된 적도 있다. 하지만 토요타자동차는 창업 당시 가졌던 협력업체와의 상생의지를 되살리고 이를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통해 글로벌 자동차 생산업체의 리딩 컴퍼니로서 성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대기업납품업체, 건설하도급업체, 프랜차이즈 가맹점 등 불공정거래행위가 발생하면 ‘을’의 위치에서 피해를 입는 기업을 보호해 주는 제도와 정책이 필요하다. 본사의 일방적인 불공정계약과 원가절감 강요는 부품하청업체의 납품제품의 질적인 하락으로 이어진다. 결국 리콜사태가 끊이질 않게 되며 해당 산업의 생태계는 점차 파괴됨으로써 대규모 실업과 같은 사회적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토요타자동차가 협력업체와 대등한 계약관계와 상호존중의 원칙을 지켜나간 것은 이러한 위험성을 오히려 기회로 활용한 모범사례이다.

상생경영의 정책적 대안

인텔은 본사 차원에서 투자 조직을 설립하여 혁신벤처중소기업에 투자함으로써 전략적인 관계망을 설정하고 있다. 또한 스위스 네슬레는 기업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사회공동체와 핵심 공유가치를 창출해나감으로써 번영을 꾀한다. 이처럼 상생경영의 내용은 풍부해지고 있고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기존의 사례들을 바탕으로 대·중소기업 간 상생 협력경영을 위한 몇 가지 정책적 대안을 살펴보면 협력업체의 기술개발·해외진출·고용안정을 대기업이 지원하도록 하는 방안,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대기업 신규 진출을 제한하여 중소기업의 자생력과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 정부가 재화나 서비스를 조달할 때 일정 비율을 중소기업에게 할당하여 중소기업생태계를 유지·발전시키는 방안 등이 있다.
무엇이 우리 실정에 맞는지는 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라 다소 다를 수 있겠지만, 문제의 핵심은 기업이 생산의 주체이기 때문에 생산주체 간 상생관계가 제대로 이루어질 때 전체 사회의 성장과 번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참고
  • 「재벌개혁과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방안」 (민주정책연구원 사회경제정책연구회, 2016.06.15.)
  • 「Toyota Motor Corp.」 (유진투자증권, 2016.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