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리뷰
다양성 프로그램은 왜 실패할까

최근 한국 기업은 여러 난관에 처해있다. 그중 하나는 심각한 고령화다. 승진 적체로 인한 중간관리자층의 비대화는 조직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그들 스스로의 의욕도 저하시키고 있다. 인적 구조조정만이 답은 아니다. 중간관리자들의 경험과 노하우는 여전히 유효하다. 초저출산 기조로 인해 젊은 인력의 수급도 현격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고령 인력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기인 것이다.

현재 고령 인력들이 한국 기업에서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원인 중 하나는 관리자로의 승진만이 인정받는 것이라는 사회적 인식이다. 유교 문화의 영향도 있지만 동일한 남성인력을 비슷한 연공서열 기준으로 평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열화가 이루어진 점도 크다. 이러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성별, 나이, 교육, 배경 등의 다양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서구 기업들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다양성을 확대하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해 왔다. 다음은 미국 내 8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다양성 프로그램의 실태와 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한 보고서다. 어떤 정책들이 다양성 확보에 도움을 주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다양성 프로그램의 실태
샘플이미지 성차별 및 인종차별 소송으로 엄청난 규모의 합의금을 지불해야 했던 미국 기업들에게 다양성 확보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여러 다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확대해왔음에도 평등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동안 놀라운 신기술들이 등장했고 빅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업들은 다양성 관리에 1960년대부터 사용해 온 접근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규제, 강압, 감시에 기반을 둔 것들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다양성 프로그램은 실제로 다양성을 증진시키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상업은행 현황을 살펴보면 히스패닉 관리자의 비중은 2003년 4.7%에서 2014년 5.7%로 증가했지만 백인 여성의 비율은 39%에서 35%로 감소했다. 종업원이 100명 이상인 미국 내 모든 기업 경영진에서 흑인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1985년에는 3%, 2014년에는 3.3%로 약간 높아졌을 뿐이다. 다양성 확대를 기업 리스크 관리가 아니라 사회 정의 차원에서 주장하는 실리콘밸리에서조차 주요 부문인 기술 직무는 여전히 백인 남성들이 장악하고 있다.
다양성 프로그램의 지속적인 실패
기업들은 조직 내 편견을 줄이기 위해 다양성 교육을 실시하고 채용과 승진과정에 편향성을 제한하기 위한 채용 테스트 및 성과평가 제도를 운영해왔다. 직원들이 관리자에게 항의할 수 있도록 고충처리시스템도 활용해왔다. 이러한 방식은 관리자들의 생각과 행동을 감시함으로써, 기업이 당할 수 있는 소송을 선제적으로 방지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처럼 강제적인 방식은 편견을 근절시키기보다 오히려 강화시킬 수도 있다. 사회과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규제를 당하면 자율을 침해받는다고 여겨 이에 반발하기 때문이다. 800개가 넘는 미국 기업에서 나온 30여 년간의 데이터, 수백 명에 이르는 일선 관리자와 임원진과의 인터뷰를 분석해본 결과, 우리는 통제를 완화시켰을 때 더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들 중 일부는 심지어 다양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설계된 것들이다.
다양성의 확대는 통제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기업의 임원들은 다양성 문제에 접근할 때도 규제, 처벌 같은 전통적인 방식을 선호한다.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로 구분해놓으면 이해하기도 쉽고 변호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규칙이나 재교육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관리자들을 수치스럽게 하면, 그들을 변화에 동참하게 만들기는 불가능하다.
다음은 829개의 미국 중견기업과 대기업을 대상으로 다양성 증진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들이 경영진에서 여성과 마이너리티가 차지하는 비중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한 결과다.
통상적인 프로그램들이 거둔 나쁜 성과
다양성 확보를 위해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세 가지 방법은 도리어 나쁜 결과를 초래했다.
첫째,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의무적인 다양성 교육은 아시아계 미국인과 흑인 여성의 심각한 감소로 이어졌다.
둘째, 직무 후보자를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한 직무 테스트는 여성과 소수자들에게 불이익을 줬다. 백인 남성들은 종종 테스트를 면제 받았고, 채용 관리자들은 테스트 결과를 일관성 있게 해석하지 않았다.
셋째, 상급자에 대한 불만을 항의하기 위한 고충처리시스템도 다양성을 상당히 감소시켰다. 이 시스템은 오히려 신고자에 대한 보복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즉, 강제적인 개입은 조직의 다양성을 높이기보다는 저하시켰다.
우수한 성과를 낸 프로그램들
분석 결과, 다양성 프로그램은 통제가 아니라 좀 더 자율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할 때 더 뛰어난 성과를 나타냈다. 가장 효과적인 프로그램들은 참여를 고무시키거나, 다양한 그룹들 사이의 접촉을 늘리거나,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얻고자 하는 인간적인 심리를 활용하고 있었다. 다음은 다양성 확보에 성과를 낸 대표적인 프로그램들이다.
 자발적 교육
자발적 교육은 의무적인 교육처럼 관리자들을 방어적으로 만들지 않았고 다양성을 증가시키는데도 기여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멘토링
멘토링은 괄목할 만한 긍정적인 효과를 낸 프로그램이다. 여성 및 소수자들과의 접촉이 증가하자 관리자들은 자신의 후배들이 마땅히 자신과 동등한 기회와 교육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교차교육
주기적으로 다른 직무를 배우고 조직이동을 하는 교차교육 프로그램도 다른 그룹들과 더 많이 접촉하게 되면서 다양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강제적 규제보다는 자발적 참여가 효과적
지금까지 시행된 대부분의 다양성 프로그램은 편견을 통제하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전략은 도입된 이래 엄청난 실패를 해왔다. 흑인 남성들은 1985년 이래 기업 경영진에서 거의 입지를 강화하지 못했고, 백인 여성들도 2000년 이후 별다른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교육 분야에서 두 그룹은 모두 지난 2세대에 걸쳐 큰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기업 조직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문제는 우리가 다양성 프로그램을 따르도록 강요하거나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처벌하는 방법으로는 구성원들에게 동기부여가 안 된다는 점이다.
미국 800여 기업 사례를 분석한 결과, 멘토링, 자율적 교육, 교차교육 같은 방법들이 다양성을 효과적으로 증진시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이런 프로그램에 ‘다양성을 위한 활동’이라는 꼬리표가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가장 효과적인 프로그램 특징은 관리자의 결정을 감시하기보다는 다양성을 위한 활동에 참여시키고 그들이 여성과 소수집단 근로자들과 더 많이 접촉하도록 하며, 타인에게 호감을 얻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에 호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참고 문헌 – 『다양성 프로그램은 왜 실패할까』, 『고령화시대 한국 기업, 성별·나이·배경의 다양성 확대 시급하다』 DBR의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발췌 후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