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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윤리
브리프스

2017년
3월호

전문가 코칭

윤리경영을 가로막는 세습자본주의

방만기 한양대학교 연구교수방 만 기 | 한양대학교 연구교수

Q1세습자본주의란 무엇이고, 왜 문제인가?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세습자본주의(patrimonial capitalism)가 부(富)와 소득 불평등을 발생시키는 주범이라고 주장한다. 세습자본주의는 자본주의체제에서 부가 대물림되는 관행이며 구체적으로는 기업소유권이 세대를 거듭해서 승계되는 것을 일컫는다. 특히 가업승계나 사업승계 등 다양한 용어로 사용되는 기업승계(family business succession)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으로서 세계적인 기업들 가운데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 제과기업 마르스, 독일 자동차기업 BMW 등이 대표적인 세습을 통한 가족경영기업이다.

기업세습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점으로는 첫째, 소득불평등을 들 수 있다. 소득대비 자본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자본소득의 파이가 커지고 자본이 자본을 낳는 소위 세습자본주의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 피케티는 세습자본주의가 국가의 재분배 기능을 감소시키고 비민주적인 소수지배가 생겨나서 소득불평등을 고착화시키고 저성장 늪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둘째, 소수의 기업에 자본이 집중되면서 사회적 비용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 투명하고 합리적인 후계세습프로그램을 통해 경영능력이 검증된 전문경영인이 장기적으로 기업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면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만일 무능력한 세습경영인이 ‘잘못된 의사결정’을 할 경우 기업은 물론 국가경제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1990년대 중반 재벌기업들의 과잉투자는 1997년 외환위기를 촉발시킨 한 요인으로 인지되고 있다. 셋째, 순환출자 고리의 문제와 기업세습과 연관된 각종 조세회피와 편법 증여나 상속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세습 기업인은 한 계열사의 지분으로 나머지 계열사에 영향력을 끼쳐 실질적인 소유주로 강력한 경영권을 행사하여 일감을 몰아주거나 기업의 공적자금을 동원해서 기업승계 프로세스를 진행함으로써 불법을 저지를 소지가 다분히 존재한다.

왕좌를 물려 받은 아이

Q2윤리경영이 세습자본주의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세습자본주의의 폐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본과 소득에 대한 적절한 세율부과가 필요하다. 가령 누진적인 소득세율을 강화시켜 최고경영인이 사회적 책임에 좀 더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인 개선이 시급하다. 그리고 자본소득에 대한 세율을 높이는 조세제도 개혁은 부의 불평등을 개선하고 세습자본주의 폐해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한편, 기업승계과정에서 투명성(transparency)을 제고시키는 정책 역시 매우 중요하다. 선진국의 경우 기업세습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실정법을 포함한 윤리경영의 위반을 사전적으로 예방하기 위하여 소유와 경영을 분리시켜 투명성을 강화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웨덴의 발렌베리 그룹인데 차등의결권을 통해 지분율을 높여 자본의 기득권이 인정되지만 동시에 기업의 과감한 투자를 이끌어 내도록 정책을 고안했다.

기업승계에서 정책적으로 고민해야 할 사안으로 매우 중요한 대목은 규제의 일관성과 사회적 책임이다. 독일에서 가족소유기업은 전체 기업의 약 90%를 차지하고 사회보험이 적용되는 일자리의 약 60%를 책임질 정도로 일반적 형태이다. 이들 기업이 가업을 승계해서 계속 일자리 규모를 유지하면 일률적으로 가업상속공제를 받고 있다. 상속세 부담으로 비즈니스가 지속되기 어려운 경우를 고려한 조치고, 또한 일자리보호에 기업이 동참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즉, 가족기업도 윤리경영의 틀 안에서 고용유지라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 상속세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가업승계과정에 있는 기업은 정부의 엄밀한 실사가 필요하고 사회적 책임 회피에 대한 시민들의 지속적 모니터링이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