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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윤리
브리프스

2017년
8월호

사례돋보기

기업을 ‘평’하는 시선

평판은 평가를 받는 것과는 다르다. 구체적인 기준에 의거한 것이 아니라 각각의 생각이 모여 우호적인, 또는 비판적인 여론이 생겨나고 이는 기업의 이미지로 자리 잡는다. 긍정적인 평판은 기업의 충성고객을 늘리고 부정적인 평판은 불매운동으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기업은 자신들을 ‘평’하는 고객들과 사회의 시선을 긍정적으로 만들고자 한다. 물론 그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일상에서부터 주의해야 하고, 사건이 발생하기 전 기민하게 판단해야 하며, 그럼에도 사건이 발생했다면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준비된 자세

평소 직원과 이해관계자를 존중하는 기업은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평판을 얻는다. 특히 직원이 느끼는 회사의 이미지는 그대로 고객과 협력사에 영향을 미치고 장기적으로는 회사의 매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친절한 컨테이너스토어
친절한 기업 컨테이너스토어

미국의 가구소품 전문기업 컨테이너스토어는 직원들의 친절한 응대와 서비스로 정평이 나 있는 회사이다. 이들의 친절한 서비스에는 두 가지 비결이 있는데 직원 대우와 황금룰이다. 먼저 직원 대우에 대해 말하자면, 컨테이너스토어는 파트타임 근로자를 ‘임시로 쓰는 사람’이 아닌 ‘바쁘고 중요한 시간대에 일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기 위해 ‘프라임타임 근로자’로 부를 정도로 직원 존중에 힘쓰고 있다. 컨테이너스토어는 4시간짜리 프라임타임 근로자를 채용할 때도 미래의 관리자나 사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채용하며, 컨테이너스토어의 직원 존중을 체험한 프라임타임 근로자들은 절반 정도가 정식 직원으로 입사한다. 실제로 매장 안내를 하던 한 프라임타임 근로자가 부사장 자리까지 오르는 일도 있었다. 또 하나의 비결인 ‘황금룰’이란 ‘내가 대접받기를 원하는 만큼 다른 사람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라는 컨테이너스토어의 모토이다. 이는 모든 이해관계자에 대해 적용된다. 회사가 직원을, 직원이 고객과 협력사를 존중하고 자신의 업무범위가 아니더라도 적극적으로 돕고 나선다. 이러한 존중을 체험한 이해관계자는 컨테이너스토어의 친절함에 감동하고 이들을 신뢰하며 자진하여 컨테이너스토어에 도움을 주게 되는 것이다.

선택의 순간

부정적인 사건이 보도되고 기업이 언론의 질책을 받기 시작하면 기업의 평판은 치명상을 입게 된다. 그렇기에 기업은 사건이 발생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팀버랜드와 브라질산 가죽

팀버랜드는 지속가능경영과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인 기업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들이게도 위기의 순간이 다가왔다. 2009년 6월 1일, 팀버랜드의 CEO 제프 스워츠는 갑작스레 이메일 폭탄을 맞았다. 팀버랜드가 납품 받는 브라질산 가죽 때문에 아마존 삼림이 파괴되고 노동자들이 열악한 조건 속에서 노예와 같이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린피스 지지자들의 경고 메일이었다. 몇 주에 걸쳐 이메일 폭탄이 계속되자 스워츠는 긴급대책회의를 소집했다. 당시 팀버랜드가 구매하는 가죽 중 브라질산은 7% 정도였다. 당연히 임직원은 브라질이 아닌 다른 곳에서 가죽을 구매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자고 했지만 스워츠의 생각은 달랐다. 그린피스 지지자들이 굉장히 중요한 점을 지적하였고, 이것을 면피하기보단 정면으로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그린피스 지지자가 보낸 메일을 별도로 정리하여 팀버랜드 측의 입장을 설명한 회신을 보내는 한편, 브라질의 업체들에게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지 확인하였다. 조사 결과, 브라질의 업체들이 가죽의 원산지나 유통에 대해 큰 관심이 없음을 확인한 그는 그린피스 지지자들과 협력하여 가죽의 원산지를 추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아마존 밀림을 훼손하는 업체로부터는 가죽을 공급받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또한, 이슈를 제대로 지적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동참한 그린피스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메시지도 덧붙였다. 팀버랜드는 여전히 브라질산 가죽을 구매하고 있지만 이를 질타하는 이들은 없으며, 다른 기업들도 이 가죽 원산지 인증 시스템을 벤치마킹하여 도입하였다.

유나이티드가 기타를 부수네
데이브 캐럴의 기타를 부순 유나이티드 항공

2008년, 캐나다 밴드 ‘선스 오브 맥스웰’의 멤버인 데이브 캐럴이 유나이티드 항공사의 오마하 행 여객기에 올랐다. 동료들과 미국 공연을 하러 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여객기에 탑승해 있던 데이브의 눈에 창밖으로 수하물 담당자들이 자신의 기타 케이스를 집어 던지는 모습이 들어왔다. 그는 곧바로 승무원에게 수하물을 부주의하게 취급하는 것에 대해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수차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오마하에 도착해 서둘러 기타 케이스를 연 그가 마주한 것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부서진 기타였다. 데이브는 화가 났지만, 이것 때문에 공연일정에 늦을 수는 없어 공항을 떠나야만 했다. 며칠 후, 미국 공연 일정을 마친 데이브는 유나이티드 항공사에 변상을 요구했지만 항공사는 내부 규정을 들어 이를 거절했다. 피해보상을 24시간 이내에 요구해야 하는데 그 시간을 넘겼기 때문에 아무런 조치도 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데이브는 9개월 동안 이에 항의하며 변상을 요구했지만, 끝내 유나이티드 항공은 그의 요구를 묵살했다. 데이브는 결국 자신만의 방법으로 유나이티드 항공을 고발했다. 2009년 ‘United Breaks Guitars(유나이티드가 기타를 부수네)’라는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린 것이다. 이 영상은 나흘만에 조회수 700만을 넘어서며 데이브의 사연을 세상에 알렸고, 유나이티드 항공의 평판은 급속도로 추락해 2주 만에 유나이티드 항공의 주가가 10퍼센트나 떨어졌다.

위기에 대한 대응

아무리 주의를 기울이더라도 사건 사고는 발생한다. 이미 사건이 발생했다면,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호텔에 간 한복 디자이너
한복 출입금지

2011년, S호텔의 뷔페식 레스토랑에 우아한 차림의 중년 여성이 들어섰다. 그런데 직원 한 명이 그녀의 앞을 막으며 한복과 트레이닝복은 레스토랑에 입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입장을 거부당한 여성은 유명 한복 디자이너 L씨. 그녀는 왜 한복을 입고 입장하는 것이 금지인지 물었고, 돌아온 답변은 ‘한복은 치마가 길고 폭이 넓어서 사고를 유발 할 수 있는 위험한 옷’이란 설명이었다. L씨와 일행의 항의로 레스토랑엔 들어갈 수 있었지만, 한복 디자이너 L씨로서는 한복이 홀대 받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다. L씨의 동생이 이 사실을 SNS에 올리며 S호텔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었다. S호텔은 즉각적으로 대응에 나섰다. 서둘러 사과문을 발표했고, 사건이 있었던 바로 다음날 S호텔의 사장은 당사자인 L씨를 찾아가 ‘죄송하다’는 사과의 인사를 건넸다. 만 하루도 걸리지 않은 발 빠른 조치와 소통으로 L씨가 직접 “개인적으로 용서한다”고 밝히자 사건은 조금씩 진정될 수 있었다.

변호사와 회계사의 조언을 무시하라
변호사와 회계사의 조언을 무시하는 기업

2008년, 캐나다에서 메이플 리프 푸드의 육류가공식품을 먹은 22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통증을 호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조사결과, 메이플 리프 푸드의 육류가공식품에서 리스테리아균(치사율이 30퍼센트에 육박하는 식중독균)이 발견되었다. 회사의 변호사와 회계사는 CEO인 마이클 맥케인에게 차례로 책임을 최소화 하는 방법과 손실을 최소화 하는 방법을 제안했지만, 마이클은 이 모든 것을 무시하기로 했다. 그는 당장 공장을 폐쇄하고 리콜을 단행하면서 ‘모든 책임은 자사에 있다’며 머리를 숙인 것이다. 그는 피해자 가족들과 소비자들에게 진심을 다하여 사과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하려 노력했다.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피해보상에 나서는 그의 모습에 소비자들은 다시 한 번 메이플 리프 푸드를 믿어보기로 했고, 1년 정도 후 메이플 리프 푸드의 매출은 흑자로 돌아섰다. “위기 상황에서 나는 두 부류의 조언가들 말에 귀를 닫았다. 한 부류는 변호사이고 다른 한 부류는 회계사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나 법적 책임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회사가 소비자에게 안전한 식품을 제공한다는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 메이플 리프 푸드 CEO, 마이클 맥케인

평판이 좋은 기업은 사람들의 신뢰를 받고 부정적 이슈가 발생했을 때도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면 다시 기회를 받을 수 있다. 여기서 말한 심각한 수준의 부정적 이슈란 피해의 규모를 말하기도 하지만, 범죄 행위와 같이 기업이 자초한 부정적 이슈를 말하기도 한다. 특히 기업이 자초한 경우 배신감으로 인해 비난 여론은 극대화되기도 한다. 여기서 우리는 윤리경영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 평소 윤리경영을 실천하여 직원과 이해관계자를 존중과 이해로 대한다면, 기업은 많은 사건 사고를 예방할 수 있고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더 쉽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당장 오늘, 지금부터 나와 동료들이 함께 실천할 수 있는 평판 관리이다.

참고자료
  • 「평판이 전부다」 김대영, 매일경제신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