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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윤리
브리프스

2017년
8월호

윤리연구소 - 시사톡톡

‘올해의 호주인’이 저지른 회복 불능의 평판 파괴

호주 이주여성을 지원하는 ‘이주여성건강서비스’(IWHS) 대표 에만 샤로빔(Eman Sharobeem) 은 호주에 갓 들어온 취약 이주여성을 위한 다양한 지원활동으로 2015년 ‘올해의 호주인’ 최종 후보에 오른 유명인사다. 그러나 올 초 이주여성 지원 책임자가 정부지원 공금을 사적 용도로 흥청망청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호주 사회는 발칵 뒤집어졌다. 언론의 높은 관심 속에 뉴사우스웨일즈(NSW)주 부패방지위원회(ICAC)의 조사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평생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사회활동으로 쌓은 명성이 하루아침에 무너진 샤로빔의 사례는 개인적 차원을 넘어 기업과 조직에 던지는 메시지가 남다르다.


올해의 호주인 으로 뽑혔던 에만 샤로빔
이주여성지원으로 쌓은 평판

올해 유엔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호주의 행복지수 순위는 9위권이다. 이런 행복국가의 이면에서 무슬림 여자어린이를 강제로 결혼시키기 위해 해외로 보내는 사례가 보고되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 교사나 상담전문가의 신고로 알려진 바로는, 14∼16세 여자어린이(최저 9세)들이 방학 때 아프가니스탄, 레바논, 파키스탄 등으로 보내져 나이 많은 남성과 결혼하게 된다. 2015년 7월∼2016년 6월 호주 연방경찰 자료에 따르면 강제 또는 미성년 결혼과 관련한 수사가 총 69건이었다.

한편에서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도 있었다. 그 대표적 인물 중 하나가 샤로빔이었다. 이주여성지원활동을 펴는 샤로빔 자신도 15세 때 이집트에서 사촌과 강제 결혼했고 이후 남편 학대를 피해 호주로 이주한 경험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녀는 미성년결혼이 ‘야만적이고 잔혹한’ 이슬람의 문화적 관습에 따른 것으로 단기간에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그렇다고 어린 여자아이들이 잘못된 관습에 계속 희생되도록 둘 수는 없었다. 샤로빔은 이런 위기에 처한 어린 여자아이들과 이주여성 가정을 돕기 위한 다양한 보건서비스 제공 등의 지원활동을 펼치고 스트레스·불안·가정폭력 방지를 위한 풀뿌리 차원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그녀에게 이슬람문화를 무시하고 이주여성을 위한 지원활동을 펴는 그녀의 행보가 극단적인 이들을 자극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참수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다. 이때마다 그녀는 자신의 길이 공동체 모두를 위한 것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서서히 명망가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세상에 드러난 샤로빔 패밀리의 부패행각

지난해 9월 IWHS가 입주해있던 페어필드 소재 부동산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ICAC는 ‘의심스런 자산매각’에 대한 정황을 포착했다. ICAC는 곧바로 조사를 시작했고 샤로빔이 시드니에 소유한 부동산 4채와 자동차의 처분을 막는 자산동결조치를 단행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샤로빔은 불과 며칠 사이에 시드니 소재 자산을 매각하여 이집트에 거주하는 조카며느리에게 50만 달러 이상을 이체했다. 올해 5월 ICAC는 공적자금 685,000달러 이상을 개인 용도로 유용한 영수증들을 증거로 제시하고 횡령혐의 조사를 개시했다.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샤로빔의 유용은 어마어마했다. 그녀는 개인 헬스회원권, 보석류, 가구, 차량, 심지어 보톡스 시술까지 정부지원금을 쓴 것으로 밝혀졌다.

공금횡령의 세부항목으로 그녀는 2만 달러짜리 다이아몬드 순금목걸이, 8천 달러 상당의 18캐럿 다이아몬드 금목걸이, 3750달러짜리 다이아몬드 귀걸이 등 보석류 구매에 약 4만 달러를 지출했다. 또한 남편의 메르세데스 벤츠 차량 구매를 위한 보증금으로 1만 8천 달러를 횡령했고, 아들 약혼식을 위해 2만 달러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살 때도 공금 일부를 사용했다. 이밖에 집에 있는 안마 의자나 붙박이 옷장 등을 포함해 사적용도로 여기저기에 쓴 영수증도 제시됐다.

샤로빔은 적발되었을 때를 대비한 것인지 구매업체를 추적할 수 없게 영수증 일부를 오려냈고, 고가품의 경우 영수증 여러 장으로 나누어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뇌물제공혐의도 받고 있는데, 자신의 비영리단체를 지원한 연방 정부 몇몇 장관과 뉴사우스웨일스주의 유력 정치인들에게 시계나 향수 등의 선물을 제공한 의혹이 제기됐다.

반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샤로빔은 15세의 어린신부로서 그 폐해를 체감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또한 허위임이 밝혀졌다. 출생증명서와 혼인신고과정을 첫 번째 남편에게 심문하는 과정에서 실제 21세 성인이 돼서 결혼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그 밖에 이집트 카이로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딴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이마저도 거짓이었다. 샤로빔은 정식 박사학위가 아니라 명예학위라고 해명했지만 조사결과 사실무근이었다. 안타까운 사연 속에서 꿋꿋하게 공부하여 자신과 같은 이유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 이 시대의 위인은 그저 치밀한 사기극을 위해 만들어진 허구의 인물이었던 것이다.

수습 불가능한 평판 파괴

추악한 부패의 민낯이 드러났지만 샤로빔은 순순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반성하며 다시 한 번 쇄신을 약속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는커녕, 오히려 당당하게 자신이 한 업적은 이미 알려져 있기 때문에 평판을 시험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본질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그녀는 심문과정에서 "당신들이 나를 비난하고, 학대하고, 괴롭히며, 공포심을 불어 넣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아들 둘을 잘 키우고 이주여성과 난민을 위해 일하고 많은 생명을 구해낸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선행 뒤의 부정이 밝혀지면 선행의 의미가 퇴색되기 마련이고, 그 선행을 이유로 그녀의 부정이 용서되거나 정당화될 수 없다. 보통 사람들은 과거의 선행을 기억하기보다 눈앞에 벌어진 악행에 분노하기 쉽다.

미국의 유명 투자가 워렌 버핏(Warren Buffett)은 “(좋은) 평판을 쌓는 데는 20년이 걸리지만 그것을 무너뜨리는 데는 5분이면 족하다.(It takes 20 years to build a reputation and five minutes to ruin it.)”는 명언을 남겼다. 버핏은 30대 청년시절 적자 섬유기업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에 투자하면서 평판의 중요성을 절감한다. 버핏은 남들이 버리는 담배꽁초와 같았던 기업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해서웨이를 보험업으로 전환시켜 투자업체로서의 명성을 쌓아왔다. 그 결과 현재 시가총액 기준 세계 6위 기업인 버핏의 지주회사로 성장시킨 것이다.

샤로빔과 버핏의 차이는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혁신으로 올바른 행동을 했느냐의 차이다. ‘올해의 호주인’이 처음부터 공익적 활동을 사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국민적 존경을 받으며 20년간 활동하면서 쌓은 평판이 한 순간의 부정행위로 망가진다는 교훈을 얻기에 충분한 사례이다.

평판의 재발견

평판 쌓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동방식의 변화이다. 흔히 가치관이 행동을 좌우한다고 한다. 기업의 비전과 가치가 중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행동이 그 사람과 그 조직의 평판을 좌우하며 기업의 경우 평판이 이윤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평판은 하루나 일주일, 한 달 만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한 번의 행동으로 모래 한 알씩 쌓인다. 이처럼 평판은 천천히 쌓이지만 그것을 허무는 것은 순식간이다. 제 아무리 뛰어난 명성을 가진 사람이나 조직도 우연한 계기로 손상 될 수 있다. 오늘날 평판 파괴는 유무형의 가치를 송두리째 파괴하는 것이다.

조나단 로우(Jonathan Low)와 팜 코헨 캘러풋(Pam Cohen Kalafut)은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의 중요성(Invisible Advantage)을 강조한다. 기업의 명성(평판)은 가장 큰 무형자산 가운데 하나이다. 좋은 평판을 받는 기업은 훌륭한 인재들이 선호하는 직장이 될 뿐만 아니라 임직원의 프라이드를 높임으로써 불법행위를 줄이고, 기업 가치를 향상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기업이나 조직은 다양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인식되느냐로 성패가 갈리기 때문에 쉽게 손상을 입어서 통제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평판이 손상되면 궁극적으로 비용이 발생하는데 금전적 측면에서 그 피해는 정확히 얼마라고 단정 짓기는 어려운 부분이다. 따라서 내부 감사 및 리스크 관리자에게 평판 리스크는 무제한의 마이너스 무형자산일 가능성이 높다. 기업과 조직의 최고 경영자는 세심한 관리를 통해 긍정적 평판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평판에 새롭게 눈을 떠야 한다.


참고